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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리노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오토리노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 의사신문
  • 승인 2009.08.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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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선법 활용 고대 로마의 번성 표현


레스피기는 어느 이태리 작곡가보다도 로마를 사랑하였다. 로마 풍물에 관한 교향시 3부작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는 레스피기가 로마를 진정으로 사랑한 결과로써 생겨난 작품이다. 그는 러시아와 독일의 음악적 기법을 기초로 프랑스의 인상파적인 수법과 이태리 회고주의를 가미한 그만의 독특한 색채와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그는 이태리 볼로냐 출신으로 음악가인 아버지에게 음악의 기초를 닦고 러시아로 건너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왕립오페라 극장의 비올라 주자로 재직하면서 러시아의 림스키코르사코프와 베를린의 브루흐에게 작곡을 사사 받은 후 귀국했다. 당시 오페라가 성행하던 이태리에서 근대적 관현악법으로 기악분야의 부흥을 일으켰고, 53세 때 이탈리아 학사원 회원이 되면서 20세기 전반 이탈리아가 낳은 가장 뛰어난 작곡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56세에 감기 후유증으로 인한 심장병 발병으로 로마에서 일생을 마친다.

로마 3부작 중 첫 곡인 `로마의 분수'는 37세에 작곡되었고, 그로부터 8년 후 1924년에는 두 번째 곡인 `로마의 소나무'가 작곡됐다. 레스피기는 이 곡을 1926년 1월 자신이 필라델피아 교향악단을 지휘해 연주했다. 당시 그는 이렇게 언급했다. “나는 기억과 환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출발점으로 자연을 택했다. 매우 특징이 있는 로마의 풍경을 지배하고 있던 몇 세기에 걸친 소나무는 로마생활에서 중요한 사건의 증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로마의 분수'에서는 현실세계에서의 환상을 다루었고, `로마의 소나무'에서는 고대 로마로 눈을 돌려 지난날 화려하게 번성했던 로마의 환영을 모색했던 것이다.

고대 교회선법을 즐겨 사용한 이 곡은 옛 시대의 향수와 과거의 환상이 효과적으로 표현됐다. 그러나 이 곡이 단순히 고색창연하다는 것만은 아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로부터 영향을 받은 관현악법도 완전히 레스피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있으며, 드뷔시의 인상주의적인 기법을 가미하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서정성을 간직하고 있다. 곡의 구성은 총 4부로 로마에 있는 역사가 깊은 유명한 네 종류의 소나무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제1부 보르게세 별장의 소나무(pini di villa Borghese)_ 보르게세 별장은 로마 중심지에 있는 정원으로 16세기 조각가 베르니니가 만든 고풍스런 저택의 정원 소나무를 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레스피기는 “보르게세 별장의 소나무 숲 아래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그들은 둥글게 손잡고 맴돌며, 춤을 추고, 병정놀이나 행진을 하며 자기들의 고함소리에 흥분해 떼를 지어 몰려다니고 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제2부 카타콤베 부근의 소나무(pini di presso una Catacomba)_ 카타콤베는 고대 그리스도교가 아직 공인되기 이전 시대의 지하무덤으로 교인들이 여기에 모여 예배를 드렸다. “카타콤베 입구에 서있는 소나무 그늘의 깊숙한 동굴 안에서 슬픈 탄식의 성가 소리가 울려온다. 그리고 그것은 장엄한 찬가처럼 대기 속에 감돌며 차차 신비스럽게 사라져 간다”라고 레스피기는 설명하고 있다.

제3부 지아니콜로 언덕의 소나무(pini del Gianicolo)_ 지아니콜로 언덕은 보르게세 별장의 서남쪽에 위치한 언덕이다. 레스피기는 “산들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지아니콜로 언덕의 소나무가 밝은 보름달빛 아래 멀리서 뚜렷이 서있으며 나이팅게일이 울고 있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제4부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pini della Via Appia)_ 아피아 가도는 기원전 312년 쿠라우디우스에 의해 완성된 고대 로마의 진군도로이다. 아피아 가도의 안개 짙은 새벽, 신비스러운 이 풍경을 지켜보는 소나무 한그루가 외떨어진 곳에 서있다. “끝없는 발자국 소리가 리듬을 타고 들려오고, 옛 시인은 지난날의 영광된 환상의 모습을 떠올린다. 트럼펫이 울려 퍼지고 새로이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알 집정관의 군대가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승리에 도취한 군대가 카피토레 언덕 위에 올라가면서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화려하고 장대하게 장식한 뒤 막이 내린다” 레스피기는 이같이 묘사하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 아르투르 토스카니니(지휘), NBC 교향악단(RCA, 1953); 유진 오먼디(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RCA, 1973); 리카르도 무티(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EMI, 1984); 샤를 뒤투아(지휘), 몬트리올 심포니(Decca, 1982); 세이지 오자와(지휘), 보스턴심포니(DG, 1977)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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