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Eb장조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Eb장조
  • 의사신문
  • 승인 2014.11.0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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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87〉

■트럼펫 특유의 화려함과 우아함이 돋보여

학창시절 당시 학생들 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모 TV 프로그램 `장학퀴즈'의 방송 시작을 알리는 시원한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면 채널을 고정하고 식구들이 함께 마음을 졸이며 퀴즈를 풀었던 추억이 있다. 이때 흘러나온 트럼펫음악이 바로 이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의 3악장 주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이든은 이 곡을 64세였던 1796년에 작곡했다. 그가 남긴 협주곡은 대개 건반악기에 치중돼 있고, 그밖에는 바이올린협주곡과 첼로협주곡들뿐이다. 금관악기를 위한 협주곡은 이 곡이 유일하며, 하이든의 모든 협주곡 중 마지막 작품이다. 이 곡은 하이든의 다음 세대 작곡가인 훔멜의 작품과 더불어 트럼펫 협주곡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손꼽힌다. 하이든의 곡이 독주 파트에서 고음역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에 비해, 훔멜의 곡은 저음역이 좀 더 강조돼 있다.

트럼펫의 어원은 그리스어 스트롬보스(strombos; 조가비)로서 기원전 2000년경 이집트의 한 그림에 큼직한 천연 조가비 한쪽의 뚫린 구멍에 입술을 대고 있는 모습이 있는데, 이것이 트럼펫의 시조이다. 그 후 직선 모양으로 나무로 만들어져 전쟁 신호용으로 쓰이다가, 다시 금속으로 만들어지면서 궁전 의식에서 사용되었다.

당시 트럼펫(natural trumpet)은 오늘날처럼 키와 밸브가 있는 형태가 아니어서 음역이 넓지 못했고 표현할 수 있는 영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당대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였던 안톤 바이딩거는 5개의 키가 달린 트럼펫, 반음계를 표현할 수 있는 트럼펫을 직접 고안해 사용했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1801년 반음계 유건 트럼펫(key trumpet)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 트럼펫은 1813년 블뤼멜이 밸브 장치가 달린 현대적인 트럼펫을 발명하면서 그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하이든은 서른 살 무렵부터 에스테르하지가에 들어가 궁정악장으로 30여 년을 봉직하였다. 그 후 흥행 음악가로 명성을 드높이게 되면서 말년의 하이든은 좀 더 개인적인 예술 세계와 종교적인 세계로 접근해갔다. 1795년 런던에서 빈으로 돌아온 하이든은 예전처럼 귀족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다시 악장을 맡아 달라는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요청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거처럼 전적으로 얽매여 있지 않고 1년에 단지 2∼3개월만 일을 해주고 나머지 기간은 빈에 머물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음악들을 작곡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런던 여행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고향에서의 성대한 환영과 생가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그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당시 빈 궁정악단의 트럼펫 주자인 안톤 바이딩거를 위해 이 협주곡을 작곡하게 된다. 바이딩거는 1798년 크리스마스 연주회 때 자기가 발명한 키 달린 트럼펫을 들고 청중 앞에 섰지만, 반음처리가 많은 이 곡을 연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협주곡 전체는 단순하지만 선율의 화려함과 우아함과 함께 하이든만의 악상 처리의 기법은 대가다운 완숙함이 묻어나 있다.

△제1악장 Allegro 바이올린이 주제를 제시한 후 관현악이 그것을 힘차게 이어받으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트럼펫이 등장해 바이올린이 앞에서 선보였던 첫 번째 주제를 산뜻하게 연주한다. 이어서 관현악 합주가 펼쳐지다가 트럼펫이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한다. 그 주제 선율은 여러 차례 반복해 나타나면서 발전부, 재현부를 거치고 마지막으로 독주 트럼펫의 화려한 기교가 펼쳐지는 인상적인 카덴차에 이어서 관현악이 짧고 힘찬 마침표를 찍으면서 막을 내린다.

△제2악장 Andante 현악기들이 시칠리아풍의 춤곡 주제를 우아하게 연주하면서 문을 연다. 찬송가 분위기가 감도는 그 주제 선율을 트럼펫이 이어받으며 트럼펫과 관현악이 주고받다가 트럼펫이 처음에 등장했던 선율을 다시 한 번 연주하면서 고즈넉하게 마무리한다.

△제3악장 Allegro 서두에서 현악기들이 제시하는 주제를 관현악 합주가 이어받으면 현악기들이 짧고 빠른 음형으로 따라붙으면서 관현악이 두 번째 주제를 제시한다. 이어서 트럼펫이 등장해 첫 번째와 두 번째 주제를 반복해 연주한다. 그렇게 주제를 발전시키다가 잠시 숨을 고른 후 트럼펫이 첫 번째 주제를 다시 힘차게 연주하면서 코다로 들어서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모리스 앙드레(트럼펫), 테오도르 구슐바우어(지휘),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EMI, 1971); 윈턴 마샬리스(트럼펫), 레이몬드 레퍼드(지휘),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BS, 1982); 하칸 하덴베르거(트럼펫), 네빌 마리너(지휘), 성 마틴 인더 필드 아카데미(Philips, 1987)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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