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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구 공보이사 칼럼]'영유아 검진'의 중요성
[각구 공보이사 칼럼]'영유아 검진'의 중요성
  • 의사신문
  • 승인 2014.10.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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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자 <서대문구의사회 공보이사>

황수자 서대문구의사회 공보이사
2007년 11월부터 시행된 영유아 검진은 만 6세까지 7차례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영유아 검진의 본래 취지는 성장하는 아이들의 발달과 신체적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여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수 있게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와는 좀 동떨어지게 수요자인 아동이나 부모에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내는 하나의 서류로 전락하고 있으며 예약이 어렵고, 긴 예약 대기 날짜에 비해 짧고 비전문적인 지식의 전달로 불만이 많다.

공급자인 의사의 입장에서는 시간대비 일반 진료비보다 월등히 낮은 수가로 별 이득이 없으며, 짧은 검진 시간 내에 진단해 내지 못한 질환으로 (예를들어 잠복고환 같은) 소송을 당하는 예도 있어 반갑지만은 않다.

2013년 3월 기준으로 영유아 검진기관은 보건소 48개소와 의료기관 3501개소까지 총 3549개소가 있다고 한다. 영유아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병원이 8880개소인 것과 비교해 보면 검진기관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고, 일인 진료의원에서는 일반진료에 비해 4∼5배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검진의 수를 제한없이 할 수도 없어 예약이 어렵다.

또 약간의 검사도구를 갖춘 후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짧은 교육을 마치고 신고만 하면 영유아 건강검진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영유아 진료와 육아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타과의와 진료 수준의 차이에 따른 민원도 피할 수 없다.

며칠전 4세 아동의 영유아 검진을 하는 중에 엄마로부터 “우리 아이가 작년에 영유아 검진을 하고 양 눈의 시력차가 많이 나는 것을 발견하고, 안과에서 약시라는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해서 1년만에 시력이 좀 좋아졌어요. 아빠도 한쪽 눈이 약시라는데 어렸을 때 발견을 못해서 지금은 많이 안 보인답니다. 너무 감사해요”라는 얘기를 들었다. 있을 법한 얘기지만 나에겐 눈물나게 감동적이고 보람되었으며 검진에 대한 각오를 새로이 하게 한 한마디였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런 일은 많이 있었다. 공보이사 칼럼을 쓰란 말을 듣고 한달간 뭘 쓸지 고민하다 영유아 검진에 대해 쓰기로 그때 결정했다. 어쩔수 없는 것들에 대해 푸념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지난 7년간 5천여건의 영유아 검진을 해오면서 보고 느끼고 나름 파악한 꼼수(?)들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영유아 검진을 잘 하려면 먼저 〈검진의사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전문과가 소아청소년과가 아니라면 형광펜으로 줄쳐가며 외워야 한다.

일단 다른 것보다 그 책을 잘 읽어보면 어떤 나이에 뭘 체크해 줘야 하고, 어떤 경우에 전문과에 의뢰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4개월엔 기본 신체 이상과 간단한 발달을 체크한다. 꼭 기저귀를 벗겨서 성기 관찰과 dimple, 고관절 탈구 등을 관찰해야 한다.

잠복고환과 고관절 탈구는 조기 발견과 치료 또는 추적관찰이 중요하고 놓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와, 9개월에 다시한번 체크해서 가능성을 최소화 해야한다. 4개월엔 이유식에 대한 기본, 9개월엔 이유식의 진행상황이 중요하다. 18개월엔 언어발달과 대근육 발달, 개인 사회성 체크가 중요하다. 자폐나, 자폐유사질환을 시사하는 증상들이 나타나므로 의사로서 잘 알 수 있는 시기이다.

걸을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소위 `늦되다'라고 표현하고 이상이 있음을 부인하려고 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영유아 검진을 하면서 이 시기에 혼자 못 걸어 이상이 없었던 경우는 1례도 없었다. 지속적인 진료를 하던 아이들이 못 걷는 경우 18개월이 되기 전에 소아신경과나 재활의학과에 의뢰하지만 불행하게도 어떤 질환을 진단받아 온 적 또한 없다.

검진 당시에 유일하게 대근육 부분만 점수가 떨어졌던 아이 중엔 얼마후 걷게되면서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다리가 골절이 되면서 경골 이형성증을 진단 받은 경우와, 근이영양증을 진단받은 경우가 있었다.

3세 때엔 시력검사가 처음 실시되는 때인데 절반정도는 협조가 잘 안되어 검사가 어렵지만 검사가 가능한 경우는 꼭 각각의 시력을 측정해주어야 한다. 3세 검진때 가리개로 눈 가리는게 무섭다며 양안 시력을 측정한 아이가 4세때 한쪽눈 시력이 거의 안 나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아이도 심한 약시로 가림치료 등을 하여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생각해 보면 이제 겨우 기저귀 떼고 말하기 시작한 2세반에서 3세 아이를 누가 안과에 데려가 시력검사를 하겠는가. 영유아 검진이 이런 시력관련 질환을 제일 먼저 알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만 4세부터는 계속 영유아 검진을 받았다면 큰 문제는 없는 아이이므로 빠진 예방접종을 체크해주고 질문에 답해주면 되므로 좀 쉬워진다. 난 영유아 검진 항목에는 없지만 5세경에 숫자를 알게되면 색신표를 한번 보게한다. 이는 간호사가 체크하고 이상있는 경우만 봐주면 되므로 부담이 적은데, 생각보다 해당 아동이 많고 부모가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혼용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KDST라는 새로운 발달 검사 방법이 사용되고 이 방법으로는 보호자의 설문지 작성의 신뢰도를 어느 정도 측정할 수 있고, 좀더 자세한 질문들이 있다.

내가 처음 개원했던 15년 전보다 지금은 환경이 좋아져서인지 내원 환자중 감염성 질환의 빈도는 좀 줄고 예방과 조기 검진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는 듯 하다. 영유아 검진, 한다면 귀찮다 생각말고 열심히 꼼꼼히 했으면 한다.

황수자 <서대문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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