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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치'의 부재(不在)
'의료정치'의 부재(不在)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4.10.20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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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치'의 부재(不在). 2014년 현재 한국의사들의 현실을 이만큼 꼬집어 설명하는 말이 또 있을까.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강행과 더불어 탁상행정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외국계 영리병원(싼얼병원) 졸속추진 및 무산, 의료영리화 정책 꼼수 등 시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각종 굵직한 의료정책들이 `의사들'의 의견수렴 과정 한번 없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의료계 현실 속에서 송호근 교수(서울대 사회학과)는 지난 8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의료계 고립과 위기 돌파하기' 토론회에서 `의료정치'가 부재한 현실에 직격탄을 날렸다. 의료정책의 설계 실행 과정에서 의사들이 이에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의료단체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의료정책인 만큼 청와대에 `건강의료수석'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의료정치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 전문가단체인 의협 등이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송 교수는 또한 2000년 의약분업 사태를 언급하며 “일차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이 무너지고 대형병원이 급속히 영리화 되며 한국 의료의 전반적인 생태계가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사들의 희생을 묵인하며, 현재 건보제도 특성인 `저비용, 저수가, 저급여' 등의 혹독한 현실을 개선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2001년 43.1%에서 2011년 21.6%로 절반가량 툭 떨어진 개원가의 실제 급여율 비중만 살펴봐도 한국의사들의 `추운 현실'은 여실히 드러난다.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현실에 대해 송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인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의료운영 자본은 공급자인 의사들의 몫”이라며 전문가 집단이 관여할 수 없는 관료중심의 의료정책 결정과정을 심도있게 비판했다.

더 이상 의사들의 일방적 희생만이 답이 될 수는 없다. 양질의 의료와 탄탄한 건보제도의 지속방안을 강구하며 의사단체 주도의 `의료정치'가 힘을 얻어야 할 때이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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