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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슈베르트 서곡 〈로자문데〉 C장조, 작품번호 644
프란츠 슈베르트 서곡 〈로자문데〉 C장조, 작품번호 644
  • 의사신문
  • 승인 2014.10.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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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85〉

■슈베르트의 섬세한 감정을 낭만적으로 표현

〈로자문데〉는 1823년 슈베르트가 26세 때 여류작가 빌헬미나 폰 헨치의 희곡 〈키프로스의 왕녀, 로자문데〉의 부수음악을 위해 친구인 쿠벨비져가 슈베르트에게 의뢰해 완성한 작품이다.

연극 상연을 며칠 앞두고 급하게 의뢰 하는 바람에 불과 5일 만에 간주곡과 발레곡을 포함해 모두 10곡을 썼는데, 서곡은 미처 쓸 시간이 없어 이미 완성된 오페라 〈마법의 하프〉서곡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작가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낭만적으로 표현한 음악으로 그의 모든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서정성이 높은 곡으로 평가되고 있다.

1823년 빈에서 초연하였을 당시 슈베르트는 무대로 안내되어 갈채를 받았을 정도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연극은 졸렬한 각본에 의해 오늘날까지 거의 상연되지 않았고 악보는 방치되어 있다가 슈베르트 사망 40여 년 후 슈만이 악보를 발견했고, 1867년 설리반에 의해 세상에 발표되었다.

부수음악 〈로자문데〉는 제2막 간주곡, 제3막 무용곡, 제3막 간주곡, 제2막 로만체, 요정의 합창, 제4막 간주곡, 제4막 양치기 아리아, 양치기들의 합창, 무용곡 등 10곡이며, 이 중 서곡, 간주곡, 합창곡 및 무용곡이 아직까지 자주 연주되고 있다. 훗날 슈베르트는 이 〈로자문데〉 간주곡 선율을 주제로 현악사중주 13번 〈로자문데〉를 작곡하기도 했다.

`부수음악(incidental music)'이란 영화에 쓰이는 음악을 `영화음악(OST)'이라고 하는 것처럼 연극을 위한 음악을 칭한다.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외에도 베토벤의 `에그몬트'를 위한 음악,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위한 음악, 그리그의 `페르귄트'를 위한 음악 등이 부수음악에 해당한다.

자신의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슈베르트는 후원자를 만나지 못하고 늘 가난하게 지냈다. 그는 출세에 뜻을 두지 않았으며, 피아노조차 없이 기타를 뜯으며 작곡하였고 주변의 화가와 시인, 가수 등 가난한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생활을 했다. 그들은 `슈베르티아데'라는 작은 음악회를 통해 슈베르트가 새로 작곡한 곡들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31세에 요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가곡의 왕'이라고 부르는 것은 600여 곡의 가곡을 작곡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별로 중요시 않던 가곡 장르를 작곡가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진정한 예술장르로 끌어올린 것은 음악사에서 슈베르트의 가장 빛나는 업적 중 하나이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대체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이다. 질서정연한 형식미보다는 자유로움을 추구했고, 색채적인 화성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고전주의 말미에서 낭만주의 음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이다.

로자문데는 키프로스 왕의 딸인데 두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난한 어부의 미망인인 아크샤에게 맡겨진다. 이는 왕의 유언에 따른 것으로 자신이 죽은 후 권력투쟁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아크샤는 그녀가 18살이 될 때까지 정성껏 키우는데, 키프로스 시장 알바누스는 이 사정을 아는 극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로자문데가 18번째 생일이 되는 날, 그녀가 키프로스의 유일한 정통 계승자임을 세상에 알린다. 하지만 그 당시 왕의 직무를 대리하고 있던 푸르겐티아스는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로자문데와 강제로 결혼하려 하지만 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독살을 시도한다. 그때 어릴 때부터 가문으로 맺어진 로자문데의 약혼자, 칸디아 왕국의 왕자 만프레트가 나타나 이를 막아내고 로자문데와 결혼하게 된다.

서곡의 서주가 Andante로 웅장하게 등장하고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함께 우울한 선율을 노래한 뒤 분위기가 반전되어 바이올린에 의한 슈베르트다운 밝고 명랑한 제1주제가 나타난 후 제2주제는 그 분위기를 이어 아름다운 관악기의 솔로로 밝게 노래한다. 즐겁고 들뜬 기분의 여러 동기들이 제시되고 장엄한 코다를 연주하면서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유럽 쳄버오케스트라(DG, 1987);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53); 칼 뮌힝거(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74); 쿠르트 마주어(지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Philips, 1983)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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