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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스크리아빈 교향시 '법열의 시' Op. 54
알렉산더 스크리아빈 교향시 '법열의 시' Op. 54
  • 의사신문
  • 승인 2009.08.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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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ㆍ관능적 울림의 '신비 화음'


스크리아빈은 비일상적이고 신비적인 그만의 음악세계 속에서 러시아 피아니즘의 전통을 이어받았고 고도의 연주양식과 특유의 낭만성이 충만한 러시아의 작곡가다. 1872년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태어나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숙모 슬하에서 자랐다.

숙모로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이미 어릴 때부터 음악적으로 탁월한 재능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모스코바음악원 피아노과를 금메달을 받으면서 졸업하게 된다. 계속 학교에 남아 작곡공부를 했으나 졸업시험에는 낙방해 작곡과는 졸업하지 못한 채 음악원을 나온다. 그러나 이 무렵 그만의 피아노곡으로 리사이틀을 열게 되는데 이때 벨라에프라는 출판업자에게 인정을 받아 작품 출판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계기로 베를린, 파리, 암스테르담 등 서부유럽을 연주여행하면서 큰 성공을 거둔다. 피아니스트 베라 아바노프나와 결혼한 후에는 조인트 리사이틀을 열기도 했다.

이후 5년 동안은 모교인 모스코바음악원에서 피아노를 가르쳤으며, 아내 베라도 모스코바음악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스크리아빈의 작품을 연주하였다. 스위스, 파리 등지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던 그는 1906년 미국 뉴욕 러시아교향악협회 초청을 받아 카네기홀에서의 연주를 성황리에 마친 후 미국 여러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하게 된다.

형식적으로 볼 때 `법열의 시'는 그가 작곡한 교향곡 5편 중 `교향곡 4번'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프롤로그, 소나타, 전개부, 반복부, 에필로그의 5부 형식으로 짜여 있는 짧은 5악장 형식의 교향곡이다. 더구나 이상을 추구하는 인간의 법열과 창조적 활동의 희열을 표현하려는 곡의 내용으로 보아서도 교향곡이라 불리는 것이 합당하다.

뛰어난 색채적인 관현악법, 대담한 화성, 그리고 `신비 화음'이라 이름 붙여진 특이한 화음의 사용으로 아주 몽환적이고 관능적인 울림을 창출해 내고 있는 곡이다. 제목 그대로 종교적 법열이나 관능적 황홀의 무아도취의 경지를 통해 지고한 `예지의 세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대단히 신비하고도 인상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다.

그의 음악적인 기법의 변천은 그의 대학졸업 후부터 20여 년간 쓴 11곡의 피아노 소나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6번 소나타 이후에서는 니체의 철학과 동양의 종교주의를 바탕으로 신에 대한 탐구에 입각한 신비주의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기법 상으로는 `신비화음'이라 불리는 특유의 화성법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음악사적으로 스크리아빈은 신비한 화성, 복잡한 리듬, 다채로운 음색표현 등으로 `신비주의' 사상을 세운 공적을 남겼다. 관현악 작품에서는 리스트, 바그너의 영향으로 차츰 그만의 독자적인 양식을 찾게 되며 1911년 교향곡 제5번 `프로메테우스'를 작곡한다.

그는 관현악을 대편성한 이 곡을 일곱 가지 색의 무지개가 피아노 건반에 의해 스크린으로 투사되는 `색광 피아노'를 이용한 공연을 구상하기도 했다. 빛을 무대 정면의 스크린과 하얀 드레스를 입은 합창단에 비추어 여신과 인간이 일체되는 신비의 경지를 독자적인 화성법과 접목한 리사이틀이었다.

결국 실현되지 못한 채 끝났지만 그의 꿈이자 목표인 `신비주의'는 음악과 색깔 뿐 아니라 무용과 더 나아가서는 향기까지도 담고자 하였다.

■들을만한 음반 :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보스톤 심포니(DG, 1987); 쥬세페 시노폴리(지휘), 뉴욕 필(DG, 1988); 리카르도 무티(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EMI, 1990); 피에르 블레즈(지휘), 시카고 심포니(DG, 1995)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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