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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중형차 이야기<1>
준중형차 이야기<1>
  • 의사신문
  • 승인 2009.08.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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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생존

예전에 필자에게 진화라는 것을 물어본 교수님이 있었다. 필자는 진화라는 것이 일종의 발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 교수님은 다윈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윈이 말한 내용은 그저 환경에 잘 적응하는 놈들이 살아남는다고 말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Survival of the fittest'라는 다소 무섭게 느껴지는 용어는 가장 우수하고 강한 종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질문자 역시 바로 다윈의 책을 손에서 놓자마자 물어본 것이었는데 책의 예는 풍뎅이를 관찰한 내용이었다. 어떤 섬에 풍뎅이가 살고 있는데 풍뎅이들은 같은 종이라도 다양한 변종들을 만들어 낸다. 섬에는 바람이 불고 늪지대가 있다. 너무 높이 나는 놈들을 강한 바람에 바다에 쓸려가 버리고 힘이 너무 약한 종자들은 늪지대에 빠지거나 다른 동물들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그래서 그 중간에 있는 종들 사이에서 세력의 균형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이 우점종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발전이라든가 혁신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달라지는 것이다. 단순한 잡담이었지만 아주 오래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발전이나 혁신은 단순히 달라진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도태설(Natural Selection)이라고 부르는 이상한 이름은 선택자가 자연인 경우이며 선택자가 사람인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특성을 가진 종은 교배를 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인위적 선택이 된다. 둘 다 종의 변화를 가져온다.

같은 생각을 차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요즘의 환경은 예전보다 더 현실적인 차종들이 각광을 받는다.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매체들이 이야기하고 있으나 실제로 동감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저축률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이런 때는 차의 성능보다는 경제성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SM3나 아반떼 같은 차종들의 판매량 약진은 사람들의 선택이 바뀐 것으로 차를 하나의 생물의 종으로 본다면 무언가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 것으로 여기에 잘 적응하는 것이 차들이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하다.

메이커들이 소비자의 수준이 저하했다고 불평만 하면 아마도 곧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더 많은 선택을 받으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사람들의 선택이 합리적이냐는 의문도 때로는 불필요하다. 어쩌면 메이커들조차 잘 모르고 있던 어떤 장점이 사람들이 선택하는 포인트가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소비자나 메이커나 둘 다 잘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을 수도 있다).

자연계의 한 종처럼 차종은 이런 변화들이 모인 합이라고 볼 수 도 있다. 같은 이유로 베스트셀러 차종은 특성의 우수성을 떠난 어떤 강력한 선택의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당히 좋은 차종인데 사람들의 외면을 받은 차종은 상당히 많고 심혈을 기울여 최강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하필 다른 경쟁 차종이 역대 최강의 모델을 내놓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오랫동안 사람을 받으며 꾸준하게 몇 세대를 넘어온 차종들은 선택의 바이어스를 일으킬 충분한 이유가 있고 어찌되었건 명차라고 생각한다. 쏘나타나 아반떼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어떤 사람이 말한 것처럼 “강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 때문에 강한 것이다”는 앞서 말한 풍뎅이의 경우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선택을 받으려면 운도 따라야한다.

우리가 준중형이라고 부르는 애매한 세그먼트는 정말이지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곳이다. 사이즈가 애매하기 때문에 배기량도 1.3L에서 2.0L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요즘 1.6L가 대세다. 혼다의 시빅(civic 1972년부터 생산되어 8세대까지 나왔다), 토요타의 코롤라(corolla : 1966년부터 생산되어 책을 하나 쓸 정도인 10세대까지 나왔다) 같은 전설적인 차종들이 널려있다.

아반떼가 이들을 처음에 경쟁자로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comapct/sub-comapct 세그먼트에 진입한 이상 만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세그먼트의 폭은 아주 넓다. 다른 세그먼트인 small family car라는 기준까지 포함한다면 폭스바겐의 골프나 다른 유럽의 강력한 차종들까지 범위는 아주 넓어진다. 르노삼성의 SM3는 small family car 세그먼트인 메간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편리하게도 준중형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묶어서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차들의 경쟁지점은 컴팩트카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작은 체급인 준중형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의 변화는 차종들의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재의 중형차를 타는 사람들이 심리의 변화로 다시 준중형을 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번의 이야기는 이제는 아주 중요한 차종이 된 아반떼의 이야기다. 아반떼는 엘란트라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그 시작은 미쯔비시의 어떤 모델을 카피하면서부터이다(필자가 좋아하는 2L급의 차들, 그러니까 그동안 이야기해왔던 차량들은 large family car 또는 executive에 해당하는 차종들이다. 소나타는 mid-sized sedan으로 분류한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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