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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소백산 정기산행을 다녀와서
서울시의사산악회, 소백산 정기산행을 다녀와서
  • 의사신문
  • 승인 2014.10.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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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욱 <마포·양이비인후과의원>

양종욱 원장
소백에서 함께 나눈 가을이 다가오는 풍경소리

일반 의사회원을 위한 서울시의사산악회(서의산)의 정기산행이 1년에 4차례 있다. 1∼2월의 시산제 산행과 5월의 봄정기 산행, 8∼9월의 여름 정기산행, 그리고 10월의 가을 정기산행이다.

이번 산행은 2014년의 세 번째인 여름 정기산행으로 산행지는 소백산이다. 서의산 조해석 등반대장이 전국의 여러 명산을 놓고 고심한 끝에 결정한 산이다.

소백산은 행정구역상으로 충청북도 단양군, 그리고 경상북도 영주시, 봉화군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 12대 명산중의 하나로 1987년 12월 14일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되었으며, 한반도의 등뼈와도 같은 백두대간의 줄기가 서남쪽으로 뻗어내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갈라 영주 분지를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데 비로봉(1439m), 국망봉(1421m), 제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57m), 도솔봉(1314m), 신선봉(1389m), 형제봉(1177m), 묘적봉(1148m)등의 많은 영봉들이 어울려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산세로 수려한 경관을 보여 주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산행 1주일 전부터 일기예보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다행히 날씨가 아주 좋을 것 같다. 이번 산행은 산행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산행이라서 평소보다 1시간 빠른 새벽 6시에 출발한단다. 전날 밤에 긴장하여 잠자리에 들어가 선잠을 잔 후 4시쯤 기상, 간단하게 산행 준비하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주차장으로 향한다. 낯익은 동료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정기산행 때마다 만나는 선생님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총 145명의 인원이 4대의 버스를 이용해 6시에 압구정동을 출발하여 경부, 영동, 중앙 고속도로를 이용, 1시간30분만에 치악 휴게소에 도착한다. 버스 안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주무시고 계신다. 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들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바람이 차가워 싸늘하다.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가는 것을 느끼게 한다. 약 20분간 휴식 후 산행 출발지인 소백산 어의곡으로 향한다. 오전 9시에 소백산 어의곡에 도착, 소백산 산행 기념 촬영 후 연재성 서의산 회장의 인사 말씀과 조해석 등반대장님의 산행 안내를 듣는다. 오랜만에 노민관 총무가 사회를 본다.

지난 5월에 서의산 발전을 위해 히말라야 답사 산행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해 등산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맡은바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번 산행에도 동참하였다. 책임감이 대단하다. 빨리 회복하여 다음 산행에서는 같이 등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총 145명의 참가자 중 13명은 B코스인 희방사-연화봉-희방사 산행을 하고 나머지는 어의곡으로해서 비로봉을 넘어 연화봉, 희방사로의 산행을 했다.

오전 9시30분에 산행 출발! 30분정도 경사가 완만한 길을 걷게 된다. 그동안 게으름과 무더위 때문에 산행을 못해 굳어져있는 다리를 풀어주게 해주는 고마운 산행길이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 잠시 휴식한다. 서윤석 고문님의 며느님이 시아버님을 위해 정성스럽게 깎아 준비한 과일을 염치없이 계속 얻어먹는다. 먹고 나니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다시 산행을 시작하여 약 30분간 약간의 경사가 있는 산행길을 별로 힘들지 않게 걷다보니 경사가 가파르게 만들어진 계단길이 나와 약 10분정도 힘들게 올라간다. 숨이 가쁘다. 잠시 휴식후 다시 5분정도 만들어진 계단길을 힘들게 오르고 나니 걷기 좋고 경사가 완만한 숲길이 나와 편안한 산행을 즐긴다. 나무그늘이 있어 시원하고 길이 좋아 발바닥도 편안하니 즐겁다.

약 40분정도를 더 걸으니 나무그늘이 없어져서 뙤약볕이 우리를 반긴다. 아직은 여름인 것 같다. 7분정도 걸으니 국망봉 가는 삼거리의 갈림길이 나오고 10여분 더 올라 소백산의 정상인 비로봉에 도착한다. 1년 4개월만에 비로봉에 올라 소백산 산신령님께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드린다. 산신령님도 오랜만이라고 반기는 것 같다. 평소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많지 않다. 추석연휴 다음 주라 그런 것 같다.

이제 점심 먹을 때가 됐다. 각자 배낭을 풀어보니 문어 숙회, 족발, 각종 김밥, 각종 과일, 술 등 여러 가지 음식이 나온다. 비로봉에 부페 식당이 차려진 것 같다. 비로봉에서 뷔페 음식을 맛있게 먹은 후 주변을 조망해 본다. 멀리 국맘봉과 능선길, 우리가 가야하는 연화봉과 능선길, 바로 앞 드넓은 주목군락지등 일상에 찌들어진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소백산만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기념 촬영도 한다. 소백산 식후경을 했으니 이제 하산 할려고 하는데 이상석 고문님이 올라 오셨다. 연세가 80이 넘으셨는데 대단하시다. 내가 80이 넘어 소백산 정상을 오를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소백산 산신령님께 다시 오겠다고 하산 인사를 한 후 연화봉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비로봉 하산 중 시원한 바람이 나를 반긴다. 문득 겨울 소백산 산행중의 살인적인 칼바람이 생각난다. 다시 기회가 되면 겨울 소백산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사가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평지에 가까운 길이 있는 능선길을 45분 정도 편안하게 걸어가 제1 연화봉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바로 뒤에 오는 후배들 배낭이 무거워 보인다. 배낭을 풀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과일과 오이를 맛있게 먹고 후배들의 배낭무게를 줄여 산행을 편안하게(?) 해준다. 식도락과 후배사랑, 일석이조다. 얌체 같은 후배사랑이 아닌지 모르겠다.

약 5분간 가파른 계단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비로봉과 연화봉 사이 능선길 중에 가장 경사가 심한 구간이다. 이후 30분간 편안한 능선길을 걸어간다. 연화봉 500m 정도 남겼을 때 경사가 꽤 심한 오르막 길이 있어 10분정도 힘들게 연화봉을 오른다. 이번 산행의 마지막 오르막 길이다.

연화봉에 도착 후 연화봉에서 200m 떨어진 깔끔한 화장실에 가서 그동안 참았던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고, 다시 연화봉에 올라 그동안 걸어 왔던 비로봉과 연화봉 사이 능선길을 바라본다. 저 긴 길(4.3km)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좋다. 아무리 봐도 좋은 길이다. 배낭에 있는 먹을 것을 다 먹고 무장 해제후 완전 하산 모드에 들어간다.

희방사로 내려가는데 경사가 깊고 길이 안 좋다. 하산길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5분정도 힘들게 내려가니 경사는 완만해지는데 길은 여전히 안 좋다. 약 20분 걸어가니 다시 경사가 깊은 길이 나오나 다행히 3분 정도 가니 아주 편한 길이 나온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길이다. 7분정도 걸으니 다시 경사가 심하고 위험해 보이는 길이 나온다. 10분정도 걸어가니 `희방깔딱재'가 나온다. 잠시 휴식후 희방사로 내려갈려고 하니 경사가 심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20분정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다리에 힘이 꽤들어간다.

이후 평탄한 길이 나온다. 계곡 물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제 힘든 코스는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희방깔딱재' 라는 이름이 이해가 간다.

희방사에서부터 등산을 시작하면 엄청나게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후 희방사가 나온다. 이어서 희방폭포 위에 있는 구름다리를 건너 다시 경사가 꽤있는 계단길을 3분정도 내려가 희방폭포 앞에 도착 잠시 폭포를 바라본다. 물줄기가 시원하다. 물이 굉장히 맑고 깨끗한 거 같다. 폭포아래에서 시원하게 족욕 하시는 분들이 있으나 내려가기 귀찮아서 포기한다.

잠시후 등산로 입구가 나와 등산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제1주차장 밑, 아스팔트 도로 옆으로 `탐방로'라고 써 있어 약 700m 정도, 20분 정도 더 덤으로 산행을 하게 된다. 정확히 7시간 걸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두는 후미를 생각해서 천천히 쉬면서 6시간 걸렸고 후미는 약 8시간 걸렸다고 한다. 하산하고 나니 시원한 맥주가 기다린다.

산행 후 충만감으로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맥주 한 캔을 먹으니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이 맛에 등산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집행부의 깊은 배려가 느껴진다. 약 100m를 걸어가 제2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 식도락을 즐기러 간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깔끔한 식당이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선택을 잘한 것 같다. 1시간30분 정도 식도락을 즐겼는데 불고기가 무한 리필이라 열심히 먹어서 소모된 칼로리보다 섭취한 칼로리가 많아 걱정이 조금 든다. 어쨌거나 저렴한 가격에 잘 먹은 것 같다. 등산후인 것도 있겠지만 불고기 맛이 서울 고급 불고기집 못지않다.

오후 6시55분경에 서울로 출발하여 45분 후 치악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후 압구정동에 도착하니 오후 8시35분이다. 소백산에서부터 2시간40분 정도 소요 됐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다.

추석 연휴 다음 주라 그런지 교통체증이 거의 없었다. 오늘 일상에서 탈피하여 좋은, 추억에 남는 산행을 하였다. 서의산 연재성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회원들의 안전 산행을 위해 신경 쓰신 훈련팀 임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다음 산행은 10월 4째주 치악산으로 간다고 한다. 좋은 산에서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그러다보면 또 한살 더 먹겠지만, 흘러가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으니까.

양종욱 <마포·양이비인후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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