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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생상스 첼로 협주곡 제1번, A단조 작품번호 33
카미유 생상스 첼로 협주곡 제1번, A단조 작품번호 33
  • 의사신문
  • 승인 2014.10.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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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83〉

■오케스트라와 첼로의 혼연일체를 이룬 낭만주의 협주곡의 전형

생상스는 기고문에 이렇게 썼다. “내게 예술은 형식이다. 표현과 열정에만 끌리는 사람은 아마추어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선 형식과 함께 아름다운 선율이 펼쳐지고 기품과 함께 해학미가 넘치고 있다. 이 협주곡 역시 변화가 무궁무진하여 독주자가 자유로이 기교를 부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연주자의 능력을 이처럼 잘 뽐낼 수 있는 작품도 없다.

그래서 첼리스트라면 누구나 이 곡을 사랑한다. 생상스의 음악은 흔히 숙달된 장인의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솜씨에 비교되는데, 그만큼 완성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곡은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균형과 명확성 그리고 정제된 기법과 함께 힘이 넘치는 현란한 표현, 솔직한 멜로디, 매혹적인 긴장감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진정한 낭만주의 협주곡의 전형이다.

생상스는 이 작품에서 첼로의 모든 음역을 십분 활용했는데, 특히 저음역의 첼로가 풍요로운 텍스처를 표현함으로써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넘어 첼로 독주 선율이 돋보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재치 넘치는 다양한 기법들, 즉 스피카토, 옥타브의 이중음, 연속되는 트릴 등 첼로가 보일 수 있는 모든 기교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이로써 독주자의 열정적인 연주와 기량을 한눈에 보여 주는 동시에 매혹적인 관현악 편성을 활용하여 곡 전체에 마법을 불어넣어 내용과 효과 면에서 난해한 기법적인 문제들을 이상적으로 해결해 낸 협주곡의 걸작이다.

생상스의 지휘로 이 협주곡을 12세 때 연주한 위대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당시 생상스로부터 이 곡이 베토벤의 교향곡 제6번 `전원'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음을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곡에 대해 훗날 영국의 음악분석가인 도날드 토베이는 “독주 악기가 모든 음역을 통해 아주 조그마한 어려움도 없이 오케스트라와 혼연일체를 이룬 첼로협주곡이 여기에 있다”라고 극찬했고, 쇼스타코비치와 라흐마니노프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들도 이 협주곡이 모든 첼로협주곡 중에서 가장 훌륭한 수작이라며 극찬했다.

생상스는 프랑크와 함께 프랑스 근대 음악의 주축이었다. 당시 낭만주의 후기의 흐름 속에서 드뷔시와 같이 혁신적 음색의 흐름을 추구한 작곡가들과 달리 생상스는 고전적인 형식미와 균형 잡힌 음악을 표현하면서 프랑스음악이 지닌 고전적 아름다움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그는 작곡 외에 재능이 매우 다양하여 시인이자 화가, 천문학자, 철학자로 활약하기도 하였다.

당시 젊은 음악가들은 파리 코뮨과 보불전쟁으로 피폐해진 프랑스 국민들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1871년 국민음악협회를 결성하였다. 생상스는 냉철하고 해박한 지식으로 명성을 얻어 구노와 함께 작곡가로 서서히 인정받았고 이 협회의 회장으로 추대되었다. 협회의 목적 중 하나가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널리 알리는 것이었는데, 생상스의 첼로협주곡도 그러한 정신에서 1872년 작곡되어 다음해인 그의 나이 38세 때 첼리스트 톨베크에 의해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드보르자크, 엘가, 슈만의 첼로협주곡과 함께 첼로의 명작으로 꼽힌다. 곡은 총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흔히 악장을 붙여 연속해서 연주한다. 이는 베를리오즈나 리스트 같은 작곡가들이 19세기 후반에 시도한 교향시 형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리드미컬한 첼로 독주의 선율과 함께 약음기를 단 현악기의 잔물결 같은 반주에 따라 율동적으로 음 영역을 여러 차례 바꾸면서 풍부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제1주제를 첼로가 연주한다. 제2주제가 여린 현의 반주 위에서 아름답게 연주되다가 현과 관악기의 움직임에 따라 다시 제1주제가 나타나고 이어 제2주제가 재현되고 제2악장으로 이어진다.

△제2악장 Allegretto con moto 짧은 스케르초로서 경쾌하고 우아한 선율이 깔리면서 현의 피치카토와 목관악기의 음형사이를 첼로 독주가 현란하게 누비면서 제3악장으로 넘어간다.

△제 3악장 Allegro non troppo 곡 첫머리에 개방적이고 떠들썩한 주제가 협주곡다운 기교를 보여주며 나타난다. 강한 클라이맥스 후 첼로 독주가 풍부하고 폭넓은 서정적인 선율로 이어지다가 점점 약동적인 리듬으로 부풀어 오른 후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피에르 푸르니에(첼로), 장 마르티농(지휘), 라무뢰 오케스트라(DG, 1960);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로),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77); 자크 뒤 프레(첼로), 다니엘 바렌보임(지휘), 뉴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68); 요요마(첼로), 로린 마젤(지휘),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CBS, 1980)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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