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유 생상스 〈죽음의 무도〉 작품번호 40번
카미유 생상스 〈죽음의 무도〉 작품번호 40번
  • 의사신문
  • 승인 2014.09.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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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82〉

■한밤 중 해골들이 벌이는 광란의 춤을 그로테스크한 터치로 그려

〈죽음의 무도〉에서는 산자와 죽은 자가 어우러져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중세 후기 유럽전역에서는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죽음이 번져나가자 죽음에 대한 초월, 영생과 부활 같은 종교적 교리보다는 인생의 덧없음에 대한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죽음에 대비하는 현실적인 사고방식이 확산되고 있었다.

또한 전염병과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던 당시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죽음을 삶의 일부이자 보편적 현상으로 묘사하는 풍습이 나타났다. 설화들 바탕으로 한 〈죽음의 무도〉는 모두 해골 모습을 한 황제, 왕, 젊은이, 아가씨 등이 등장해 이들을 중심으로 무덤가에서 유령과 악마가 함께 춤을 춘다는 내용이다.

15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판화 〈무고한 자들의 무덤〉이 등장하면서 죽음의 주제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문학, 미술, 음악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였다. 낭만주의에 들어서는 이 죽음의 주제가 낭만의 광기를 표현해낼 수 있는 훌륭한 소재로 재조명받게 되면서 리스트, 생상스, 말러, 쇼스타코비치 등 많은 작곡가들이 죽음을 소재로 곡을 썼다.

리스트는 생상스보다 30여 년 일찍 〈죽음의 춤〉이라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을 작곡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보다 더 유명해진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에 감동한 리스트는 〈죽음의 춤〉을 피아노 솔로로 편곡하기도 했다. 훗날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이 곡을 난해한 기교와 다이내믹한 요소를 더 첨가해 고도의 예술성을 불어넣어 더욱 농밀하게 표현하였다.

〈죽음의 무도〉는 프랑스의 시인 앙리 카자리스(Henri Cazalis)의 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정을 알리는 하프선율과 함께 시작하면서 왈츠분위기로 절정을 향해 치닫다가 오보에의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산산이 흩어져가는 해골들이 깊은 밤 시간 동안 벌이는 광란의 춤을 해학적이면서 그로테스크한 터치로 그려내고 있다.

생상스가 1872년경 피아노 반주와 성악을 위해 작곡한 가곡에서 착상을 얻은 이 작품은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것이다. 1875년 1월 파리에서 초연이 이루어졌을 때 그의 여러 교향시 작품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평가와 대중적 환호를 받았다.

이 작품은 다음의 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죽음의 무도가 시작된다. 발꿈치로 무덤을 박차고 나온 죽음은 한밤중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겨울바람이 불어오고 밤은 더욱 깊어만 가며, 린덴나무로부터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하얀 해골이 자신의 수의를 펄럭이며, 음침한 분위기를 가로 질러 나아간다. 해골들은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춤추는 뼈들이 부딪치며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중략 … 쉿, 수탉이 울자, 갑자기 춤을 멈추고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 불행한 세계를 위한 아름다운 밤이여! 죽음이여 영원 하라!

첫 부분부터 강렬하게 제시되는 바이올린의 명징한 기조는 이 작품 전체에 흐르는 초자연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생상스의 기발한 관현악 기법으로 주제 선율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모티브로 인식되면서 표현효과에 있어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당시 오케스트라에서는 사용되지 않던 실로폰이 등장해 해골의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훌륭하게 묘사하였고 독주 바이올린은 E현을 반음 낮춰 조율하여 악마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부각시켰다.

하프의 스타카토로 밤 12시를 가리키는 짧은 도입부에 이어 죽음의 악마를 상징하는 바이올린 독주를 중심으로 두 개의 주제 선율이 발레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첫 번째 주제는 스페인풍의 리듬으로 악마들의 짓궂은 분위기를 묘사하고, 두 번째 주제는 명상적이고 반음계적 우수를 띠며 하강하는 선율로 밤의 고요함을 암시한다. 왈츠의 분위기는 점점 열기를 띠고 변주를 거치며 점점 확대 발전해나간다. 광란의 축제가 무르익을 무렵, 수탉의 울음소리를 묘사한 오보에의 스타카토가 등장하면서 죽음의 무도는 황급히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샤를 뒤투와(지휘), 정경화(바이올린),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55); 장 마르티농(지휘),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Decca, 1960); 피에르 데르보(지휘), 파리 오케스트라(EMI, 1971)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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