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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뜨거운 감자 `상대가치 전면개정'
<시론> 뜨거운 감자 `상대가치 전면개정'
  • 승인 2005.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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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상대가치 전면개정'

 

이원표<노원 이원표내과>

 

 지난해부터 심사평가원 상대가치연구개발단의 주도로 2006년부터 실제 적용될 상대가치 전면개정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연구의 결과는 향후 5년 또는 그 이상 기간의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의미가 있으나 아직 의료계 일반의 관심과 이해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기존 상대가치 점수의 일부분 개정이 있었으나 그 규모가 작고 비교적 과별 파이(상대가치 점수와 빈도의 총합)를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조정되어 수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았다.

의료계 불만, 내부 갈등 초래 위험성

 이번의 전면개정은 기존의 점수와 큰 상관없이 완전히 새로운 점수를 산정하므로 커다란 수가의 변화가 예상된다. 게다가 과별 파이는 무시하지만 전체 재정의 확대는 없어 어느 한 부분의 상대가치 점수가 상승(수가 인상)하면 다른 부분의 점수가 하락(수가 인하)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전문과목별 또는 의료기관 종별로 손익이 엇갈려 의료계의 엄청난 불만과 내부 갈등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
 투입되는 자원에 무형적인 요소가 많고 같은 행위 내에서도 극도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의료의 행위별 적정수가를 책정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무형적인 자원을 계량화해서 행위별로 합리적인 비용을 산정하기 위해 미국에서 개발되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하는 상대가치 방식도 진찰같이 무형의 의사 업무량 비중이 높고 계량화가 어려운 행위가 수술처럼 그 진행과정이 확인하기 용이하고 장비와 재료의 사용량이 많은 행위에 비해 점수 산정이 불리한 구조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제도를 우리보다 앞서 시행하고 있는 미국도 과별 형평성의 유지가 가장 큰 고민으로 이를 위해 진찰료 세분과 차등 등으로 보완하고 있으나 충분하지는 않다고 한다.
 현재의 상대가치 점수 산정은 의사업무량, 진료비용, 별도 보상받는 재료대, 위험도로 나누어 연구되고 있는데 이중 진료비용의 비중이 제일 크다. 진료비용은 수술이나 고난도의 시술같이 투입되는 인원의 수와 시간의 산정이 용이하고, 고가의 장비나 재료를 사용하는 행위에서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울의 전문종합병원의 수준을 기준으로 하고 의학적 타당성 및 양질의 진료까지 감안한 진료비용을 산출하므로 현실 상황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투입된 인력과 장비에 대한 비용, 극도로 제한된 현재의 의료보다 높은 수준의 미래지향적인 의료에 대한 비용 등을 제대로 수가로 산정하는 것은 당연하며 우리 의료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 보험재정이 고정된 현실에서 이런 수술이나 고난도 시술의 상대가치 점수가 상승하면 반대로 기본적이면서 상대적으로 단순한 의료행위의 상대가치 점수가 하락하는 결과가 불가피한 것이 현실적인 큰 문제다.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보건복지부 담당자의 전망처럼 결과적으로는 외과계에 비해 내과계의 수가가, 큰 병원에 비해 의원의 수가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과계열의 개원의 경우에도 기본진료의 비중이 높고 비교적 간단한 처치가 많아 이득보다는 손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계 모두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요즈음 개원가는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심각성이 점차 심해지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가마저 불리하게 조정된다면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별, 종별 불균형, 충격 최소화 바람직

 예상되는 새로운 수가 왜곡을 보완하고 과별 형평성을 유지하는 방법으로는 전체 재정의 확대, 기본진료료 부분의 확대 및 세분화, 새로운 수가 항목의 인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아니다. 연구의 많은 부분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도 이런 문제점을 감안하여 형평성 유지에 노력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당국의 종합적이고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연구 진행과 결과의 도출, 연구 결과의 정책화 또는 수가화의 정도와 속도 조절, 보완책 강구 등에서 불균형과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자와 정책 담당자의 심사숙고와 노력을 기대하며, 또한 전체 의료계의 보다 많은 관심과 의견 제시를 촉구한다.

〈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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