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행은 작년 여름 이맘(7월말 8월 초) 때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를 다녀오며, 일 년 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지로 둘러싸인 중세기 도시 발트 3국 여행을 약속했었다. 〈의사신문 2013년 9월 9일자 게재〉
만만찮은 경비와 시간이라 망설이긴 했지만 일 년을 준비하며 기다렸다.
권평중 이비인후과원장을 위주로 의사들 부부 26명과 3명의 자녀가 동참한 그룹이었다. 여행사도 역사 관광과 휴식이란 테마를 정해 경로, 숙박 등을 면밀하게 선약, 시간을 헛되게 낭비하지 않도록 설정했다. 핀란드 항공으로 헬싱키를 거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도착, 버스로 북행하여 라트비아 리가를 거쳐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까지 7박8일 일정 이었다.
첫 방문지는 빌뉴스 인근에 있는 코발트 색조의 갈베 호수였다. 그 위에 떠 있는 그림 같은 섬에 숲이 어우러진 붉은 벽돌의 트라카이 중세고성 작은 마리엔부르크, 멀리 서 조망하면 빨리 들어가 보고 싶은 아름다운 외관의 성곽, 그 주위의 잔잔한 물결을 가르는 작은 요트위의 휴식은 긴 비행 여독을 단번에 풀어주는 압권이었다. 손을 흔들며 카누와 조정을 즐기는 리투아니아 젊은이들의 근육질이 여름 햇살에 강렬했다.
호수위에 뜬 요새 같았지만 트라카이 고성은 14세기 초 비타우스 대공이 해자와 이중 성문, 네 모퉁이 원추형 전망대로 설계된 완벽한 방어 성곽이었다. 약 370만명 인구의 리투아니아는 재정러시아 지배를 받다가 독일, 다시 소비에트 연방 소속 1990년 3월 독립을 선언하여 대부분이 러시아 사회제도 틈새에 낀 역사였다.
일제 36년을 겪은 한국인으로서 집단학살 KGB 박물관을 보며 피지배자의 서러움과 독립 항쟁 역사에 동질감을 주었다. 문화의 중심 제 2의도시 카우나스의 `자유로' 산책은 서유럽풍의 여유가 있었다. 그 주위의 13세기 최고의 적벽 카우나스 성은 고풍스러웠고, 우아한 네오 비잔틴 성 미카엘대천사교회와 카우나스 유대인 교회, 또 스기하라 영사가 비자발급 인장을 던지고 떠나 나치 처형위기 유대인 구출기를 들으며 15·6세기 독일 상인들의 저택을 걷노라면 마치 그 시대 속을 거니는 착각에 빠지는 듯 했다.
`You Raise Me Up(나를 일으켜 주소서)' 가사를 적어 주며 모두 합창 연습을 하고 십자가의 언덕에 추억의 한 컷이 되도록 일행을 리드하였는데, 달리는 버스에서 한 마음이 되어 반복하다 보니 하모니가 썩 어울렸다. `시울라이 언덕'이라고 해 봐야 평야에 구릉같은 곳인데 이곳이 리투아니아 인들의 순례지로 역사적인 아픔이 쌓여 있었다. 구소련에 점령되어 가톨릭 신자를 인민의 아편으로 언어까지 통제되어 있을 때, 리투아니아 교인들이 야밤에 개인 십자가를 땅에 박고 해방의 꿈을 심었는데 점령군이 낮엔 불도저 탱크로 초토화 시키고 고문하고 처형하였다.
“When I'm down and all my soul weary..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당신이 나를 일으켜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합니다.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합니다…”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김인호 <서울시의사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