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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구 공보이사 칼럼]폭풍 속의 醫協, 醫協 속의 폭풍
[각구 공보이사 칼럼]폭풍 속의 醫協, 醫協 속의 폭풍
  • 의사신문
  • 승인 2014.09.0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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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분 <구로구의사회 공보이사>

오귀분 구로구의사회 공보이사
기독교 성지순례의 목적지 중의 하나이고 경전인 사해 사본의 발견지로 알려져 있는 쿰란동굴에서 남쪽으로 50여km정도 떨어진 곳에는 이스라엘 건국의 상징인 `마사다'언덕이 있다.

이 언덕은 서기 66년 로마의 압제에 반발하여 유대인들이 봉기한 후 진압을 위해 로마에서 파견된 제10군단에 맞서 최후까지 항전하던 곳으로 당시 로마군에 의해 포위된 뒤에도 3년간을 저항하다 함락직전 960명 전원 자결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유적이다.

이곳은 현재 이스라엘 군인들의 마지막 훈련장소이기도 한데 그들은 직접 암벽을 오른 후 `마사다의 비극은 없을 것이다(Masada, Never again!)'라고 외친다고 한다. 그들은 이렇게 각인된 `집단기억'을 후세에 이어가게 하고 있다.

지금 지구촌 우리나라의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자에서의 참상도 이러한 처절한 역사의 연장선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실,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군사작전을 감행하는 이스라엘이나, 땅굴의 진입로와 로켓포의 발사위치를 의도적으로 자국민의 인구밀집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한 하마스나 모두 인류적 가치의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의아스러운 것은 지형적으로 아랍의 중,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언제나 운명적인 전면전을 피할수 없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그 압박 속에서 전략적인 목적을 이루어나가면서 생존해 나갈수 있는지, 주변국과의 극심한 유혈충돌에도 불구하고 왜 대외적 신뢰도의 척도인 텔아비브의 주가지수(TA-25)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에 대해서이다.

이것은 겉으로는 평화, 인류공영을 외치면서도 자국의 국익에 관해서는 철저히 이해타산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과 안보란 목적에 관해서는 남녀노소, 국내국외 가릴 것 없이 모든 유대인들의 확실한 응집력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중동전쟁을 분석한 전쟁사학자들은 6일이라는 초단기에 전쟁이 끝난 배경에는 세밀한 정보수집과 분석으로 잘짜여진 대규모 작전계획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한 이스라엘군의 전투력과, 쉽게 잘뭉치지만 상호불신의 모래알 단결력을 가진 아랍국가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난 것으로 개전초 이미 심리전에서부터 이스라엘이 이겼었다는 것이다.

비록 국제적, 정치적인 갈등의 문제이지만 재직회장의 탄핵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불과 얼마전 초래되고 여지껏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의사들에게 무언가의 시사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지금 의사협회는 생명치료라는 고도의 전문영역이라는 특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언론으로부터,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진 오만한 집단으로 인식하는 평균적인 민심으로부터, 심지어는 정부에게서조차 의료의 중심임을 인정받지 못하고 정책수립과정에 있어서 약사, 간호사단체와 동등한 보건단체의 하나로 분류되는 등 대단히 고립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것 같다.

사실, 의사들은 보이지 않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사회안전망의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임상'이라는 감염의 최전선에서 홀홀단신 비무장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번에 아프리카에서 진료 중에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 의사의 예는 빙산의 일각일 뿐일 것이라 생각된다.

또, 본업인 진료 외에도 수많은 규제와 법령들을 확인해서 적용해야하고 성희롱예방교육, 폐기물 교육, 개인정보교육, 보험회사제출자료 발급, 새로운 건강보험증확인, 또 세이프 약국이라는 것에 대해 불안에 떠는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본인 스스로도 정책의 의도를 잘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일일이 설명해줘야 하는 등 마치 준공무원처럼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 같다.

가정에서는 책을 좋아하는 부모님의 든든한 희망이었고 학교에선 촉망받는 제자였으며 사회에서는 재원이란 소리를 들었던, 이렇게 생활의 프레임 자체가 국가, 사회에 대해 헌신적이고 충성스런 집단이 사회윤리성의 대척점에 있고, 이해관계가 제각각이라 조직적 점성도도 낮아서 가장 각개격파가 쉬운 전문가단체로 매도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 문제의 답은 우리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철저히 우리 안에서 찾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의협을 둘러싼 왜곡된 이미지, 정치적 기류 등 외부적 상황은 결코 호의적이지도, 낙관적이지도 않지만 안보를 결코 외세에 구걸할 수 없듯이 밖으로는 의료를 아는 의료인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진실에 대한 증언을 하면서 또 안으로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 낮아져서 총론에서부터 각론에 이르기까지 한 목소리를 낼수 있는 일치된 총의를 구심점삼아 로드맵에 따라 각자의 위치에서 철저히 실천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 늦은 봄, 우리들은 차가운 바다 속에 채 피어보지도 못한 꽃망울들이 수장되는 가슴 찢어지는 비극을 목도한 바 있다. 침몰하는 여객선 방안에서 의자로 배의 창문을 깨뜨려보려는 아이들의 마지막 몸부림들….

차마 잊을 수 없는 그 모습 속에서 의대에서, 병원에서 수련의로서, 선배들의 구호와 정책을 믿은 죄밖에 없는 우리 후배들의 얼굴들이 같이 떠올려지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이미 반쯤 침수되어 복원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는 `醫協號'에게 남아있는 골든타임은 얼마일까?

오귀분 <구로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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