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드뷔시 〈전주곡〉 제1 & 2집 
클로드 드뷔시 〈전주곡〉 제1 & 2집 
  • 의사신문
  • 승인 2014.08.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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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78〉

■낭만주의 고별과 인상주의 태동을 담은 피아노 걸작

“나는 음악을 정열적으로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숨 막히게 하는 메마른 전통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한다. 음악은 외부로 나아가는 예술이며 소재에 있어서도 구속받지 않는다. 바람, 하늘, 바다를 노래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예술인 것이다. 음악은 내부로 차단되고 전통만을 중요시하는 예술이어서는 안 된다”를 외친 드뷔시는 낭만주의의 종말을 고하고 인상주의의 서막을 열었다.

당시 드뷔시는 화음의 연결을 화성적인 움직임이 아닌 선율 형태나 색채 효과에 따라 화음을 진행시키면서 음향효과와 색채실험으로 인상주의 음악을 창조하게 된다.

20세기 모든 피아노 작품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기념비적인 걸작이 바로 〈전주곡 1, 2집〉이다. 이 작품은 피아노효과와 상징주의의 색채감, 구조와 형식에 대한 새로운 실험으로 낭만주의의 고별과 아방가르드의 태동을 담고 있는 혁신적인 걸작이다. 제목처럼 바흐의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은 쇼팽의 〈24개의 전주곡〉과 동일하게 총 24곡으로 1910년 발표한 1권과 1913년 발표한 2권으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마치 아름다운 작품을 화집처럼 배열해놓은 듯 쇼팽의 〈24개의 전주곡〉과는 차이가 있다. 드뷔시는 〈전주곡〉에서 음악의 색채감과 영상을 인상파적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피아노 예술의 영역을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간결함과 시적 상상력을 유지하면서 전체 형식의 완전함을 이루어냈다. 각 곡들은 자연 그 자체와 느낀 인상, 특정한 상황과 인물 자체를 나타내도록 표제가 붙어 있다. 표제는 음악이 표현하는 소리의 대상을 나타낸다.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새로운 색채와 이미지를 발견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통찰력처럼 피아노 음향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표제들은 각 곡의 마지막에 괄호로 묶여 여백에 기재되어 있는데, 이러한 까닭은 `표제 음악'으로 자신의 작품이 굳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제목을 만들어내고 있는 음악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1집 1. 델피의 무희들. 옛 델피의 조각상에 묘사된 세 명의 무희를 느리고 장중한 리듬을 사용하여 표현. 2. 돛. 고정된 포인트에 닻을 내린 배, 또는 꿈틀대는 여체를 에워싼 신비한 베일을 암시. 3. 들을 지나는 바람. 드뷔시는 “스쳐지나가며 세계를 이야기하는 바람의 말 이외에는 누구의 충고도 듣지 말자”라고 말했다. 4. 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 보들레르의 시 `황혼의 노래'를 제목으로 여린 선율 속에 소리와 향기의 움직임을 묘사. 5. 아나카프리의 언덕. 태양을 떠올리게 하는 경쾌하고 풍자적인 이탈리아춤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6. 눈 위의 발자국. 공허한 음악으로 우수에 찬 나그네가 겨울 눈밭 위에 새기는 발자국을 연상. 7. 서풍이 본 것. 가장 난곡으로 흉포한 바람이 포물선을 그리며 찬연히 날아간다. 8. 아마 빛 머리의 처녀. 다정한 표정의 아마 빛 머리 소녀가 이른 아침 꽃밭에 앉아 노래 부르는 목가적인 정경을 묘사. 9. 끊어진 세레나데. 스페인 집시춤곡 호타(Jota)를 연상시키는 사랑의 세레나데. 10. 가라앉은 성당. 안개에 싸인 평온한 성당의 모습이 물 위로 완전히 떠오른 후 희미하게 사라진다. 11. 퍽의 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요정의 변덕스럽고 재치 있는 춤. 12. 음유시인. 20세기 초 파리 재즈음악가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그린 곡.

제2집 1. 안개. 부드러운 바다의 안개 속에서 갑작스러운 광채를 찬양하는 듯하다. 2. 고엽. “나무들의 화려한 장례식을 맡고 있는 단풍잎의 떨어짐에서”라고 드뷔시가 말했듯 느리고 우수에 잠긴 표정이 깔려 있다. 3. 비노의 문. 스페인의 작곡가 파야로부터 받은 엽서에 새겨진 그라나다의 아람브라 궁전의 출입구인 `비노의 문'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 4. 요정의 무희. 요정들이 가볍고 빠르게 날아다니며 춤을 추는 모습. 5. 히스가 무성한 황무지. 전원적이면서 고독한 느낌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6. 괴짜 라빈 장군. 1910년 미국 희극배우 에드워드 라빈이 괴상한 자동인형을 흉내를 냈던 것을 풍자. 7. 달빛 쏟아지는 테라스. 피에르 로티의 인도에 관한 책에 나온 제목으로, 다채롭고 유혹적인 달빛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8. 물의 요정. 물결 위로 우아하게 쏟아지는 물보라에 대한 암시로 매혹적인 장면들을 그린다. 9. 피크윅 경을 예찬하며. 피크윅 경의 풍자적인 대비와 변형이 두드러진다. 10. 카노프. 카노프란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와 함께 묻힌 내장을 담은 네 개의 항아리인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11. 교대하는 3도. 곡의 구조와 테크닉에 관한 제목을 가진 유일한 작품. 12. 불꽃. 가장 격정적이고 난해한 곡으로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아르투르 베네데티 미켈란젤리(피아노)(DG, 1977); 발터 기제킹(피아노)(EMI,1953) 피에르 로랑 아마르(피아노)(DG, 2010); 미셀 베로프(피아노)(EMI, 1970)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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