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드뷔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달에게 화난 피에로〉
클로드 드뷔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달에게 화난 피에로〉
  • 의사신문
  • 승인 2014.08.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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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77〉

■변덕스런 피에로처럼 자유로운 리듬의 인상주의 걸작

이 작품은 인상주의 음악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드뷔시가 1915년 아내 엠마에게 헌정하려하였던 말년에 작곡한 3곡의 독일 고전 형식 소나타 가운데 그 첫 번째 작품이다. 이 곡을 쓸 당시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한 상황이었으며, 모든 것이 쇠퇴하였다.

드뷔시는 독일의 침략에 대한 예술가의 사명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가 버렸던 독일의 고전적 구성으로 인간성 해방의 길을 찾으려 했다. 프랑스 기악 전통이 새로운 형태로 부활한 20세기 첼로 작품 중 가장 독자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곡에는 감성의 직접적인 표출과 간소함, 순결함 그리고 놀라운 색채감이 표현되어 있다. 친구인 작곡가 폴 뒤카스에게 보낸 편지에 “작품에서는 시를 추구해야 한다네.”라고 말했듯이 그의 음악에는 시뿐만 아니라 회화로부터 받은 영감도 깃들어 있다.

드뷔시의 많은 작품에서는 피에로와 관련 있는 것이 많다. 원제가 〈달에게 화난 피에로〉인 이 소나타에는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페트루슈카〉,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와 같이 곡예단의 애환이 표현된 작품들과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에는 프랑스의 무언극 `상사병을 앓는 피에로'에 나오는 민요를 인용하고 있다.

9세 때부터 재능을 보이기 시작한 드뷔시는 쇼팽과 친교를 맺고 있던 모테 드 플레비유 부인의 추천을 받아 1873년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여 피아노와 작곡을 수학한 후 1884년 칸타타 〈탕아〉로 로마 대상을 수상한다.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격동의 청년기를 보낸 그는 파리 근교 가난한 동네에서 부모와 살던 중 우연한 기회에 차이코프스키의 후원자로 잘 알려진 러시아 부호 폰 메크 부인의 후원을 받게 되어 여름방학동안에는 유럽에 있는 그녀의 호화로운 저택들을 여행하면서 보내기도 하였다.

또한 이 시절 파리에서 건축가의 아름다운 부인인 가수 블랑슈 바스니에와 사랑에 빠지며, 그녀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게 된다. 다양한 사건에 휘말려 겪었던 이 시절의 경험은 드뷔시의 섬세한 감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젊은 시절 드뷔시에게 음악적으로 영향을 준 작곡가는 바그너, 보로딘과 무소르크스키였다. 이들 중 바그너의 총체예술 개념은 그를 정서적으로 세련되게 하고 그림자가 드리운 듯 불완전한 예술 개념들의 숨은 꿈같은 상태를 더 구체화시키도록 자극을 주게 된다.

드뷔시 음악은 전통에 대한 도전인 세기말 음악 가운데 선봉적인 것이었다. 그는 상투적인 19세기 화성 처리법을 믿지 않았다. 비록 쇤베르크의 `12음계법' 만큼은 아니었지만 드뷔시도 조성을 없애기 위해 `21음계'를 고안했다. 전통 관현악법을 기피했으며 아울러 현악기는 주로 서정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전통관습을 거부했다. 교향시 〈바다〉에서 바이올린으로 보여준 거대한 파도가 올라가는 모습은 현악기 음색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낳았다. 목관악기 역시 틀에 박힌 목적으로만 사용해서는 안 되며 인간의 목소리처럼 다양한 음색을 전달해준다고 보았고 금관악기도 원래의 음색을 변화시켜 사용했다. 드뷔시는 오케스트라 배치를 인상파 화가의 방식처럼 해체시켰고, 모든 악기를 거대한 실내악의 합주와 같이 거의 독주악기로 사용했다.

△제1악장 Prologue.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으로 첼로의 깊이가 있는 선율은 동양풍의 성격을 느끼게 한다. 제2주제가 나타나며 여러 가지로 형태를 바꾸어 첼로에 의해 제1주제가 힘차게 발전한다. 카덴차에 뒤이어 제2주제가 나타나면서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제2악장 Serenade 첼로의 피치카토와 피아노의 스타카토의 교체가 환상풍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다양한 리듬과 음색으로 환상적인 풍의 이 악장은 죽음의 공포를 표현하려 하였다. △제3악장 Finale 약동하는 리듬과 태평스러운 서정적인 선율이 지배적이다. 몽환적인 멜로디를 직선적인 멜로디에 접목하면서 화려하고 힘차게 몰아치다가 동양적인 정서가 깃든 자유로운 템포로 인해 변화를 보인다. 마치 변덕스런 피에로처럼 여러 갈래로 고조되어 마침내 코다에서 힘차게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로), 벤자민 브리튼(피아노)(Decca, 1961); 미샤 마이스키(첼로), 마르타 아르헤리치(피아노)(EMI, 1991); 장 기엔 케라스(첼로), 알렉산드르 타로(피아노)(Harmonia mundi, 2008)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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