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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의 상징'으로서 병원은 옛말
[시론] `부의 상징'으로서 병원은 옛말
  • 의사신문
  • 승인 2014.08.01 11: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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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식 <서울시병원회장>

김갑식 서울시병원회장
며칠 전 서울시병원회 주최의 특강이 있었다. 회원병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이 특강의 주제는 `진료외 수익 증대방안'이었다. 현재 회원병원들이 겪고 있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감안해 정한 주제였다.

그런데 이 특강이 열리기까지에는 외부로는 알려지지 않은 서울시병원회 나름대로 힘들었던 `속앓이'가 있었다. 강연을 맡아 주기로 한 강사가 갑자기 강연에 난색을 표명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강연이 임박한 상황에서 `자신을 빼주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해오면서, `가능하면 특강주제 그 자체를 바꾸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하기까지 했다.

정해진 강사가 자신이 맡은 강연을 할 수 없다고 하니 주최 측으로서는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모든 회원병원에 특강 일시와 내용이 고지되었고, 참석자 접수가 이미 시작된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강사가 이미 허락했던 강연이 어렵겠다면서 털어놓은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야기인즉 병원들이 `진료외 수익 증대'에 관심을 갖는 것은 환자를 진료한 수익만으로는 경영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강연을 맡은 강사가 몸담고 있는 병원의 경우 하루 평균 외래환자수가 1만명이 넘는, 흔히 말하는 소위 `빅5' 안에 드는 대형병원이다. 그러나 이 병원조차 진료수익만으로는 경영수지를 맞추지 못해, 다른 대형병원들이 그렇듯이 `진료외 수익' 증대에 적지 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병원들의 이런 노력이 비의료인들의 눈으로는 돈을 벌기 위해 급급해 하는 것으로 잘못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료외 수익 증대를 위한 병원들의 이러한 노력이 결코 부도덕하거나 위법사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하고 있으며, 그런 이유 때문에 강연을 맡을 수 없다는 것이 그 강사의 말이었다.

최근 들어 대부분의 병원들이 엄청난 경영압박에 직면해 있다. 매년 건강보험수가가 인상 조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비율이 물가나 인건비 인상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어, 아무리 환자를 많이 진료해도 병원을 정상적으로 경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경영압박으로 도산하는 병원들의 수가 계속 늘어나 거의 10%에 육박하고 있다는 최근의 통계자료가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제 `부의 상징'처럼 알려져 있는 병원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 바뀌어야만 한다. 지금 대다수 병원들이 부의 축적이 아닌,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련한(?) 신세로 전락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진료외 수익' 문제가 다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갑식 <서울시병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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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14-08-12 09:53:36
병원장님께서 "환자에게만 신경을 쓰면 먹고 사는 일은 저절로 된다"라는 헛소리를 하셨지. 레지던트 끝나고 의사 모임에 가서 젊은 의사들이 추락이 예견된 미래에 대해 지금 당장 외양간을 손봐야 한다고 성토해도 높은 위치에 있는 선배 의사들이 "사실은 살만하지 않냐"하며 미래를 위한 대비에 소흘하였지. 어느덧 그 시절이 이미 십오년이 다 되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