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피기 〈로마의 축제〉
레스피기 〈로마의 축제〉
  • 의사신문
  • 승인 2014.07.15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 이야기 〈273〉

■옛 음악기법을 구현하여 로마의 축제를 묘사

레스피기의 `로마 삼부작'은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의 풍물과 역사적 이미지를 다룬 교향시들로 레스피기 특유의 수준 높은 관현악기법과 고전적인 형식미의 조화를 이룬 20세기 이탈리아 음악의 걸작들이다. 〈로마의 분수〉가 초연된 1916년은 제1차 세계대전 중으로 예술계에선 다다이즘이 처음 나타났고 쇤베르크가 현악사중주 제2번으로 무조음악 시대를 발표하고 8년이 지난 후였다.

〈로마의 소나무〉가 초연된 1924년은 쇤베르크가 무조음악시대를 지나 12음 기법을 본격적으로 실험하던 때였다. 〈로마의 축제〉가 초연된 1928년에는 모더니즘이 한창 유행하는 시기로 1932년 레스피기는 모더니즘 음악을 공격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그의 악풍은 현대적인 관현악기법을 사용하면서도 매우 보수적이고 복고적인 민족주의를 고수하였다. 그의 화려하고 정교하면서도 세련된 관현악기법은 젊었을 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연구하고 림스키코르사코프를 사사하면서 완성되었고 당대 드뷔시, 라벨과 동등한 평가를 받게 된다.

녹음된 나이팅게일 소리를 음악에 쓰기도 한 레스피기의 이러한 시도에 대해 음악학자 리처드 타루스킨은 첨단 기술 도입과 극단적인 사실주의는 파시스트들한테서나 찾아볼 수 있는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비록 그는 파시스트는 아니지만 그의 음악에 나타나는 이탈리아 민족주의와 로마시대의 동경 사상은 파시즘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는 없다. 레스피기는 무솔리니와 편지를 주고받은 일이 있고, 그가 파시스트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썼음은 사실이다.

〈로마의 축제〉는 `로마 3부작' 가운데 가장 나중에 나온 작품으로 장대하고 강렬하며 화려한 위용을 자랑한다. 그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로마의 주요 축제를 묘사하면서 그레고리오 선법 등 옛 음악기법을 효과적으로 구현하여 과거 영화로웠던 로마에 대한 향수를 이탈리아인 특유의 서정으로 그리면서 현대적인 작곡 기법을 절묘하게 섞어 묘사하였다.

△제1곡 키르켄세스(Circenses). 로마 시대 원형 대경기장을 뜻하는데 `서커스'의 어원이다. 원형 대경기장은 전차 경기를 하던 곳이지만 레스피기가 전차 경주가 아닌 기독교인 순교를 묘사한 배경은 파시스트들이 반기독교 성향을 보였기 때문인 듯하다. 음악은 기독교인의 고난보다는 가학적인 장면을 더 생생하게 그린다. 레스피기는 “원형 대경기장 위 하늘이 사납다.

오늘은 시민의 휴일인 `네로황제 만세' 기념일이다. 철문이 열리고 찬송가와 야수의 포효가 들려온다. 군중은 흥분하고 순교자들은 흩어지지 않는다. 그들이 부르는 성가가 울려퍼지고, 이를 제재하면서 소란과 함께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제2곡 50년제(Il Giubileo). 50년제는 모세오경 중 레위기 25장 `안식년 일곱 번 동안 곧 사십구 년이라…너희는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하게 하여…'를 근거로 순례자들이 로마를 찾아오는 모습을 제1곡에 바로 이어 그렸다. 음악이 절정에 이르면 금관에 의해 12세기 그리스 정교회 찬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도다〉 선율이 나오고, 순례자들이 기쁨에 차서 외치는 소리가 들릴 듯하다. 이를 레스피기는 “순례자들이 기도하면서 가도를 따라 천천히 다가온다. 드디어 몬테 마리오의 정상에서 갈망하는 눈과 절망하는 혼에게 영원한 도시 로마가 나타난다. 돌연 환희의 찬가가 일어나고 교회는 이에 회답하여 종을 울린다.”고 설명한다.

△제3곡 10월제(L'Ottobrata). 포도 수확기인 10월에 열리는 축제이다. 호른에 의해 사냥 나팔이 울려 퍼지고 피콜로, 플루트, 바이올린 등에 의해 종소리가 들리고 만돌린이 세레나데를 연주한다. 레스피기는 이를 “10월제엔 로마의 모든 성이 포도로 덮이고, 사냥하는 소리, 종소리로 넘치면서 감미로운 세레나데가 울린다.”고 표현한다.

△제4곡 주현절(La Befana).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공증 기념하는 교회절기로 크리스마스로부터 12일 뒤이다. 축제의 분위기를 그렸는데 클라리넷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음악이 시작된다. 다양한 춤곡이 쏟아지고 트럼펫이 엇박자를 연주하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레스피기는 “나보나 광장에서의 주현절 전야의 특징적인 트럼펫 리듬이 광란의 소란을 지배한다. 점점커지는 소음 위에 시골 춤, 살타렐로 카덴차, 오두막집의 손풍금 선율, 상인들이 외치는 소리와 `우리는 로마인이다. 가자!'라며 친근하고 흥겨운 노래가 흐른다.”고 설명한다.

■들을만한 음반: 아르투르 토스카니니(지휘) NBC 심포니오케스트라(RCA, 1949); 리카르도 무티(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EMI, 1984); 유진 오만디(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RCA, 1973)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