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죽음과 변용〉 작품번호 2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죽음과 변용〉 작품번호 24
  • 의사신문
  • 승인 2014.07.0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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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72〉

■죽음을 목전에 둔 고통스런 영혼을 추상적으로 그려

1949년 9월 8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죽기 직전 이런 말을 남겼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죽음이란 게 내가 〈죽음과 변용〉이라는 곡에서 표현한 것과 진짜 똑같으니 말이야.”

슈트라우스가 25세 때인 1889년 작곡한 교향시 〈죽음과 변용〉은 그의 시적인 관념을 교향시의 소재로 쓴 독창적 작품이다. 시인 알렉산더 리히터의 시에서 표제를 취하여 자기 충족을 실현하기 위한 고통스런 영혼의 모습을 이 작품에서 추상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어떤 다락방에 임종을 앞 둔 병든 한 남자가 누워 있다. 닥쳐오는 죽음과 절망적인 싸움에 지쳐 자고 있는 것이다. 시계 바늘이 죽음을 재촉하는 듯 똑딱거릴 뿐 그 밖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적한 방. 환자의 쇠잔한 얼굴에는 힘없는 미소가 떠오른다. 마치 어느 시절의 환상을 꿈으로 보는 것처럼 행복했던 젊은 시절, 과감했던 중년기 투쟁의 모습들이 그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제 새로운 삶을 살아나가려는데 죽음이 돌연히 나타나 무서운 투쟁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필사적으로 대항하지만 그러나 죽음이란 그가 알고 있던 바와 같이 잔혹하고 냉랭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 저 세상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하늘의 일각으로부터 힘찬 소리가 들려온다. 지상의 세계에서 구할 수 없던 그 기쁨이 약속되는 것 같은 소리이다. 죽은 자의 얼굴에 떠오르는 희미하게 떠오르는 미소는 엄숙한 정화인 것이다.

뮌헨대학에서 철학, 문화사와 미술사를 전공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와 신비하고 사변적인 내용을 즐겨 다루었다. 이런 경향은 19세기말 빈의 세기말적인 조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슈트라우스 자신에게도 잘 어울렸다. 그는 1882년 뮌헨대학에 입학한 후 그 이듬해에는 베를린에 가서 당시 미술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1885년에는 지휘자 한스 폰 뷜로에게 인정을 받아 그의 보조지휘자가 되면서 그 곳에서 브람스, 베를리오즈, 바그너, 리스트 등의 음악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베를리오즈와 바그너의 표제 음악의 영향으로 음악을 형식적인 구성에서 해방하고 음 자체를 수단으로 시와 극과 이야기 등을 표현하려 하였다.

바그너에서 기원한 라이트모티프 기법(Leitmotiv: 각 인물을 동일한 주제로 정해서 표현한 기법)과 변주에 의한 그만의 음악적 표현기법과 관현악법의 능숙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한편 1932년 그는 나치정부가 설립한 음악국의 총재가 된다. 그 후 어느 날 희가극 프로그램으로 당시 유행했던 유대인 작곡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대신할 곡을 작곡하라는 명령을 받는데 이를 거부하고 또다른 유대인인 츠바이크의 희극 〈침묵의 여자〉를 작곡한다.

그로 인해 1935년 총재직을 박탈당한다. 1945년 독일이 패망하자 나치협력 혐의로 비난을 받아 음악계에서 매장되었으나 84세 때 마침내 나치 숙청재판소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게 된다. 말년 고전에 대한 애착심에 의해 만들어진 소편성에 의한 기악곡들뿐 아니라 200곡 이상의 그의 가곡은 독일 음악에서 한 시대를 장식하는 거대한 획을 긋고 있다.

교향시 〈죽음과 변용〉은 느린 서주와 찬송가풍의 코다가 붙은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으로 세 부분에 주요 주제들이 순환적인 방식으로 나타나 있다. 이 교향시에서는 격렬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더 자유롭게 불협화음을 사용하는 등 새로운 관현악적 화음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서주: 죽음을 기다리며 병상에 누어있는 남자의 모습을 느린 박자로 표현하고 있다. 마침내 잠이 들어 어린 시절의 꿈을 보는 정경이 펼쳐진다. 주부: 빠른 속도로 연주되는 생기에 찬 기원이다. 닥쳐오는 죽음, 환자와의 투쟁, 어린 시절과 행복했던 청춘의 회상 등과 함께 성취할 수 없는 염원을 이 순간에도 그리려는 괴로운 심정 등을 표현하고 있다. 코다: 죽음에 의한 모든 것에서의 해방과 변용의 주제가 용솟음쳐 나타난다. 이제 비운은 사라지고 광명에 찬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전개되는 것만 같다. 그러나 결국 엄숙한 찬가로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2); 루돌프 캠페(지휘), 드레스덴 국립 오케스트라(EMI, 1970);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50); 앙드레 프레빈(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Telarc, 1987)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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