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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 작품번호 6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 작품번호 64
  • 의사신문
  • 승인 2014.06.3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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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71〉

■한 폭의 그림처럼 알프스 파노라마를 음악으로 그려

알프스. 수많은 예술가들과 작가들에게 끝없는 호기심과 영감을 안겨 준 신의 선물이다. 수많은 음악가들에게도 역시 알프스의 아름다움과 웅대함은 표현의 대상이었지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묘사력을 능가할만한 작곡가는 없었다. 슈트라우스는 1908년 뮌헨 서남쪽에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에 산장을 지어 그곳에서 알프스의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작곡에 몰두할 만큼 알프스를 사랑했다.

작곡을 할 당시 폐렴과 늑막염 등 건강이 그리 좋질 않아 직접 등산을 하지 않았지만 14세 젊은 청년시절 겪은 등산 체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구상하였다. 1878년 젊은 청년 슈트라우스는 가르미슈와 뮌헨 사이에 있는 무르나우에서 출발하여 산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한밤 중 산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좁은 길조차 없는 산속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12시간 이상을 헤매게 되었는데 다행히 근처 산장을 발견하게 되어 큰 위험을 모면하였다. 그때 고생스러웠던 산행의 경험을 가르미슈 산장에서 작곡에 몰두하는 동안 음악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다. 알프스의 자연현상에서부터 알프스를 맞이하는 인간의 심리에 이르기까지 묘사가 세세히 스며들어 있다.

〈알프스 교향곡〉은 표제음악 교향시 장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비범한 재능의 마지막 결집체이다. 작품 형식은 비록 교향곡 스타일을 빌리긴 했으나 22개의 소주제를 5개 부분으로 엮어 각각에 붙어있는 표제에 충실한 단일 악장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교향곡이라기보다는 `교향시적 모음곡' 이다. 슈트라우스는 자신이 구상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4관 편성 외에도 20개의 호른, 6개의 트럼펫, 6개의 트롬본, 오르간, 바람소리 내는 기계 등을 사용하여 오케스트라 구성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1911년 작곡을 시작한 그는 1915년 완성하여 베를린에서 자신의 지휘로 초연한다. 비평가들은 “〈알프스 교향곡〉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며 영화풍의 음악이지만 이를 예술적인 차원으로 승화시켜 영원히 기억될 작품이다”라고 극찬하였다.

△서주: 밤. 해돋이 알프스의 파노라마를 그리는 곡으로 클라리넷과 프렌치 혼으로 `밤의 동기'가 묘사되고 나면 금관의 장엄한 `산의 동기'가 등장하면서 구름을 뚫고 우뚝 솟은 산의 봉우리들이 점차 선명한 윤곽을 드러낸다. 후반으로 가면서 오케스트라가 모두 어우러지면서 강렬한 `태양의 동기'가 울려 퍼진다. 이미 해는 찬란한 빛으로 눈 덮인 알프스의 영봉 위로 내려쬐고 밝고 상쾌한 기분이 이어지면서 마무리한다.

△제1부 등산.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어느 등산로를 선택할지 잠시 망설이게 되는 `방황의 주제'로 시작된다. 이 부분은 첼로를 비롯한 저음 현악기들이 주를 이루게 되는데 본격적인 산행이 진행되면서 점차 분위기가 상승한다. 갑자기 그의 앞에 험준한 암벽이 등장하면서 `암벽의 동기'를 호른과 트롬본에 의해 제시되고 무대 뒤에서 트럼펫은 `사냥의 동기'를 연주한다. 이후 현악기의 조용한 속삭임 속에 숲의 정경이 펼쳐지면서 목가적인 분위기의 `나그네의 주제'를 노래한다. 폭포에 다다르면서 관악기와 타악기에 의해 시원한 물줄기의 장관을 펼치는데 가장 환상적이면서 즐거운 부분이다. 온갖 꽃들이 만발한 숲을 지나 목장지대를 지나 다시 숲속에서 길을 잃고 악전고투를 하지만 끝내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제2부 정상. 마침내 정상에 올라 산의 위대함에 무한한 감동을 받고 경건히 고개 숙인다. `산의 동기'가 다시 등장하고 감사의 노래가 여기에 답한다. 이어서 `태양의 주제', `환희의 노래', `정상의 주제'가 잇달아 나타남으로서 웅대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윽고 음악의 절정이 있은 뒤 해는 떨어지고 날은 어두워진다.

△제3부 하산. 무서운 장면이 묘사된다. 계곡의 어두움은 벼랑으로 물이 떨어지듯 갑자기 찾아든다. 정상의 기쁨과 감사도 잠시 산악인은 서둘러 하산의 발길을 재촉한다. 폭포도 만나고 계곡의 목장도 지나며 수많은 암벽을 넘다보니 그의 마음은 산의 무서움으로 전율한다.

△제4부 종결. 이윽고 공포는 잔잔해지고 쓸쓸한 이별의 선율이 흐른다. 산을 오르던 어려움, 정상 등정의 기쁨과 자연에의 외경, 하산의 조급함과 공포도 이젠 이별이다. 제1부의 초반에 노래된 `방황의 주제'가 다시 한 번 회고되고 음악은 밤의 정적 속으로 고요히 스며든다.

■들을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관현악단(DG, 1980); 루돌프 켐페(지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CA, 1966); 헤르베르트 볼룰슈테트(지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오케스트라(Decca, 1988)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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