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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피아노삼중주 C장조 호보켄 번호 XV:27
하이든 피아노삼중주 C장조 호보켄 번호 XV:27
  • 의사신문
  • 승인 2014.06.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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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67〉

■피아노의 타악기 효과와 현악기의 음색을 화합하려는 거장적 수작

하이든은 교향곡, 협주곡, 오페라, 오라토리오, 미사곡, 칸타타, 기악소나타, 합창곡, 가곡, 등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겼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작곡가였음에도 귀족 지향적이면서 음악적 깊이가 없는 작곡가로 폄하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음악역사상 하이든의 음악언어는 고전주의 음악의 원천이자 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하이든이 선보인 이들 작품에는 진실에 대한 이상적인 언어가 담겨 있고 부분들은 서로 긴밀한 상호의존적 관계인 동시에 생동감이 넘친다. 이들은 능가할 수도 없을 뿐더러 초월할 수도 없다”라며 하이든의 음악으로부터 일찍이 그의 잠재력과 비전을 예견한 바 있다.

하이든은 `피아노삼중주'라는 제목이 아닌 `바이올린과 첼로 반주에 의한 피아노포르테 소나타'라는 이름으로 출판하였다. 당시만하더라도 아직 자리를 잡은 장르가 아니었던 이 새로운 장르의 음악에서 피아노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피아노삼중주의 전신으로서 바이올린과 첼로의 반주에 의한 피아노포르테 소나타는 개인적으로 귀족들의 연주회, 혹은 대중 앞에서의 연주회를 통해 널리 연주되면서 피아노삼중주는 실내악 음악 가운데 가장 세련된 새로운 장르로서 인기를 얻게 된다.

하이든은 그의 교향곡이나 현악사중주 장르만큼이나 피아노삼중주의 양식과 내용면에서 뚜렷한 발전을 이루어냈다. 하이든 이전에는 피아노삼중주의 모태인 삼중주 양식은 1750년경부터 유행하던 실내악 형식의 하나로 소나타형식을 지닌 가벼운 변형의 장르였다. 당시 귀족들이 사용하던 다양한 악기의 앙상블을 위해 고안된 장르로 가장 주도적인 형태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위한 현악삼중주였고 그 다음으로는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과 같은 목관악기를 위한 삼중주가 많이 작곡되어 연주되었다. 하이든은 이러한 초창기 장르들의 삼중주에 고귀함과 세련됨을 부여하였고, 교향곡이나 현악사중주 다음으로 많이 작곡할 만큼 많은 정성과 열정을 쏟아 부으면서 한층 높은 수준의 장르로 피아노삼중주를 끌어올렸다.

1794년과 1795년 하이든은 피아노삼중주 두 세트(Hob.XV:18-20, Hob.XV:24-26)를 출판하고 2년 후 세 곡의 피아노삼중주(Hob.XV:27-29)를 마지막으로 출판했다. 이 마지막 세트를는 `바르톨로치 트리오'라고도 불리는데 당시 유명한 여류 피아니스트 테레사 얀센-바르톨로치를 위한 것으로 그녀는 클레멘티 학파 음악가들 중 가장 먼저 성공을 거둔 피아니스트로 그녀의 결혼식에 하이든이 증인으로 참석할 정도로 둘의 친분은 두터웠다. 이 피아노삼중주는 그녀의 탁월한 기량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이전까지 사용했던 쳄발로와는 전혀 다르면서 한층 화려하고 큰 스케일의 특성을 지닌 피아노포르테의 새로운 성능을 영국제작회사가 홍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자인 찰스 로젠은 이 작품에 대해 “거장적인 작품으로 음악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가장 어려운 엄청난 성과물”이라고 극찬하였다.

이 마지막 세트의 세 곡의 피아노삼중주 가운데 가장 세련되고 우아한 작품이 바로 피아노삼중주 C장조 Hob.XV27이다. 이 작품을 통해 피아노포르테를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뚜렷하지만 한편 피아노의 타악기적 효과와 현악기의 음색을 화합하려는 시도가 보이면서 앙상블을 통한 극적인 전개와 낭만적인 감수성을 담아내고 있어 피아노삼중주의 혁신적인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제1악장 Allegro 피아니스트의 엄청난 기교를 요구하며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이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우아한 선율을 주도하고 있는 피아노를 다정하게 반주하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정겨움이 또한 각별하다. △제2악장 Andante 피아노소나타와 같은 느린 악장의 성격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는 서정적인 악장이다. △제3악장 Presto 피아노에 의해 재기발랄한 선율이 제시되며 바이올린과 첼로와의 대화가 정겨우면서도 쾌활하고 빠른 템포로 추진력 있게 나아가면서 낭만적인 향기를 풍기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보자르 트리오(Philips, 1997); 빌스마 트리오(Sony:2002): 반더러 트리오(Harmonia mundi:010)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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