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휄릭스 멘델스존〈현악팔중주곡〉 Eb장조 작품번호 20
휄릭스 멘델스존〈현악팔중주곡〉 Eb장조 작품번호 20
  • 의사신문
  • 승인 2014.05.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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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66〉

■끊임없이 샘솟는 젊은 날의 삶의 기쁨과 열정을 노래

멘델스존이 이 곡을 작곡했던 때는 불과 16살 때인 1825년 가을, 아주 짧은 기간에 이 곡을 완성했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파리음악원 원장이었던 루이지 케루비니로부터 천재라고 인정을 받으면서 그가 음악가의 길을 걷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바로 그 해이기도 했다.

그 1년 전엔 교향곡 제1번을 완성하였고 이듬해엔 〈한여름 밤의 꿈〉서곡을 완성하는 등 대표적인 초기 곡들이 발표되고 있던 시기이다. 비록 소년기의 작품이지만 이미 이 작품 속에 음악적으로 성숙한 멘델스존의 여러 모습이 보인다. 이 작품에는 그의 작곡 기법들이 대부분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멘델스존만의 독창성이 돋보이고 있다. 젊은 시절의 열정과 감성이 깃들어 있어 낭만시대의 현악앙상블의 정수 뽑히고 있다. 현악사중주를 2배로 편성한 현악팔중주곡은 그리 많지가 않다.

멘델스존이 현악팔중주를 쓰게 된 동기는 아마 루이 슈포어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슈포어는 2개의 사중주단을 베네치아파의 2중 합창처럼 대립시켜서 연주시키는 시도를 즐겼지만, 멘델스존은 이런 편성을 통해서 실내악으로서의 극한의 효과를 기대했다. 한편 바흐의 대위법을 응용한 풍부한 주제의 변화는 모든 악기가 균등하게 주제를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은 이미 실내악곡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멘델스존 자신도 이 곡에 대해서 교향곡 스타일로 연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곡은 마치 끊임없이 샘솟는 젊은 날들의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듯하다. 당시로서 형식적으로는 상당히 자유로운 작품이면서 색채적으로도 지극히 화려하며, 전체의 흐름은 매끄러우면서 환상미가 넘친다.

셰익스피어 못지않게 멘델스존의 젊은 시절에 큰 영향을 끼쳤던 인물로 괴테가 있다. 이 작품의 3악장은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악마들의 연회가 열리는 `발푸르기스의 밤' 대목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매년 4월 30일 밤이면 스웨덴 전역에서는 `발푸르기스의 밤' 행사가 열린다. 겨울이 끝났음을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꽃놀이로 축하하는 풍습의 하나인데, 사람들은 불꽃 주변으로 모여들어 합창하면서 그날 밤을 즐긴다.

이 전통은 원래 8세기 독일의 성녀를 기리기 위한 `발부르가의 날' 전야제에서 기인한 것이었는데, 스웨덴으로 건너가서는 `발보르'가 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그날 밤에는 세상의 온갖 마녀들이 빗자루를 타고 하르츠 산맥에 있는 브로켄산 정상에 모여들어 희생물을 바치면 붉은 코트의 악마 장콜북이 등장해 광란의 무도회를 선포한다. `발푸르기스의 밤'은 괴테의 〈파우스트〉에서도 등장하는데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악마 장콜북의 문학적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제1악장 Allegro moderato ma con fuoco 제1바이올린이 밝은 멜로디를 통해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두텁고 촘촘히 태피스트리를 짜듯 반주악기들은 트레몰로로 움직이고 비올라는 당김음으로 제1주제를 받쳐주며 활기 넘치는 원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제2악장 Andante 첼로와 비올라를 중심으로 멜랑콜릭한 분위기로 제1주제가 시작되지만 이에 반주부가 끊임없이 맥박과 같이 고동치는 리듬으로 악장 전반을 다이내믹하게 깔아주고 있다. 고요한 명상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는 악장이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Leggierissimo 출판할 때 유일하게 수정하지 않은 악장으로 그의 작품 〈한여름 밤의 꿈〉서곡을 연상시키는 재기발랄함이 있다. 누이 파니에게 보낸 편지에 이 악장에 대해서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지만 너무나도 흥미롭고 유쾌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영혼의 세계가 가까이 있음을 느낄 것이다. 그들은 공기 중으로 떠다니는 느낌이 들어 마녀의 빗자루를 붙잡고 하늘을 날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엔 제1바이올린이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오르고,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진다.”라고 썼다. 음악적 영감을 낭만주의문학에서 찾아내기를 즐겼던 젊은 멘델스존의 모습을 살짝 만나게 해준 악장이다.

△제4악장 Presto 현을 위한 축제이다. 모두 4개 주제가 나오는데 제2첼로로 시작한 후 점점 확대되면서 활기찬 느낌이다. 헨델 `할렐루야' 선율이 연상되는 두 번째 주제가 인상적인 악장으로 끊임없이 진행될 것 같은 무궁동으로 가다가 마지막 축포를 터트리며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스메타나4중주단과 야나체크4중주단(Supraphone, 1968); 앙상블 엑스플로라시옹 (Harmonia Mundi France, 2005); 이 무치치(Philips, 1966): 이 솔리스트 이탈리아니(Denon, 1987)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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