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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사회장단 칼럼]David 斷想
[구의사회장단 칼럼]David 斷想
  • 의사신문
  • 승인 2014.05.2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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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준 <강남구의사회장>

박홍준 강남구의사회장
혼자서 40일 동안이나 온 이스라엘 군대를 벌벌 떨게 하였던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 그는 키가 무려 290cm 되는 거인으로 무게가 190kg에 달하는 놋 투구와 비늘 갑옷을 입고, 그가 지닌 창 날은 5.8kg였으며 방패든 자가 앞에서 그를 호위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서슬이 시퍼런 천하무적의 골리앗. 앞에 감히 그 어떤 이스라엘 장수도 선뜻 나서지 못한 채, 꽉 막히고 답답한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빛이 붉고 눈이 빼어나고 얼굴이 아름다웠던, 전쟁터의 싸움과는 어울리지도 않는, 일개 목동소년 다윗이 나타나 칼 한 자루 없이, 투구나 갑옷도 입지 않고, 입던 옷 그대로 시냇가의 돌맹이 다섯개를 가지고 결투에 나아가 골리앗의 이마에 명중시켜 쓰러뜨린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재미있고 신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일개 보잘것 없는 목동소년 다윗이 당대 최고의 장수를 쓰러뜨리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며 몇가지 중요한 교훈적 가르침을 내포하고 있다.

소년 다윗은 “중심”이 있는 자로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중심은 “heart”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놓은 것인데 사전을 찾아보면 심장, 가슴, 마음, 진심, 중심, 핵심 등을 뜻하는 단어이다. Heart의 부사형인 heartily가 “진심으로” 라는 뜻인걸로 보면 더욱 확실하게 의미가 전달되어 온다. 무엇보다도 모든 일에 성실함과 한결같은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 다음은 충실함과 노력이다. 다윗은 8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서 아버지의 명령으로 양을 치다가 덤벼드는 사자나 곰을 쳐 죽여 맹수로부터 양떼를 보호하는 일을 하였다. 이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물맷돌을 던지며 맹수를 퇴치하는 법을 익혀갈 수 있었다. 양떼를 치는 일이 자칫 하찮게 여겨질 수 있었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과정에서 반복된 훈련과 노력에 의해, 몸에 익힌 실력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었다

셋째, 지혜이다. 어느 누가 보아도 목동소년 다윗이 골리앗과 일대일로 목숨을 건 싸움을 한다는 것은 무모하게 보이며 얼핏 이해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다윗은 골리앗을 전쟁터에서 처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겁내기는 커녕 정확하게 그의 단점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결코 무모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왕이 결투에 나서는 다윗에게 왕의 군복과 칼을 하사하였음에도 자신에게는 익숙하지 않으므로 벗어버리고 그저 평소대로 막대기, 다섯 개의 돌, 그리고 물매만 가지고 골리앗과의 대결에 나아갔다. 다윗은 이미 골리앗이 무거운 투구를 입고 있어 동작이 둔하여 가까이 접근하지만 않으면 두려워 할 것이 없다는 약점을 간파하고 있었으며 더더욱 자신이 승리할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넷째, 과감이다. 양측의 수많은 군사들이 숨죽이며 대치하고 있는 극도로 긴장된 상황임에도 다윗은 침착하고도 한치의 어긋남 없이 물맷돌을 골리앗의 이마에 명중시키고 쓰러뜨린 후 달려가서 상대방의 칼로 머리를 베어 승리하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어찌할바를 모르며 우왕좌왕하였을 법한 상황에서 일말의 머뭇거림 없이 과감하게 돌진하여 쓰러져 있는 적장의 머리를 베어 상황을 깨끗하게 정리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뢰이다. 다윗은 이 모든 일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였다. 전장에서 자신의 생명을 보호해주는 것이 칼과 창과 갑옷이 아니며 오직 하나님께 달려있음을 확신하였기에 모든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다윗의 영어 이름인 David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다(Beloved)”는 뜻으로 현재까지도 서양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는 인기있는 이름 가운데 하나다. 아마도 골리앗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의 왕이 된 다윗의 매력적이며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리더십이 오늘날까지도 많은 현대인들의 가슴속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된 지 사반세기가 흘러 지나오는 동안 딱히 태평시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늘의 의료계는 아주 혼돈스럽다. 그 원인과 진단 및 처방에 관하여 서로의 주장이 판이하다. 사방이 꽉 막히고 답답한 우리의 의료현실에 삼천년전과 같은 반전은 없는 것일까? 혜성같이 나타나 거인 골리앗을 물맷돌로 쓰러뜨린 목동소년, “Beloved David”가 살던 세상을 그려본다.

박홍준 <강남구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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