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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사회장단 칼럼]의사회 가입하고 회비 내야 하는 이유
[구의사회장단 칼럼]의사회 가입하고 회비 내야 하는 이유
  • 의사신문
  • 승인 2014.05.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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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재 <노원구의사회장>

장현재 노원구의사회장
현행 의료법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회원의 강제 가입과 중앙회 설립 인가에 관한 사항을 비롯해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임원의 인사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의료법에 강력한 감독권과 통제권을 규정한 것은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어떤 곳인가. 5·16 군사정변 성공 직후 국회를 해산하고 사실상 입법·사법·행정 3권을 모두 행사했던 국가최고통치의결기구다.

국가의 모든 권한을 행사했던 최고 권력기구에서 의료인과 중앙회를 강제로 동원하고,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권력유지를 위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94년에는 의료기관이 집단휴진시 휴업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1993년 촉발한 한의사와 약사 간의 한약분쟁 여파를 잠재울 수 있도록 강제 규정을 하나 더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의료기관 강제지정제도와 일방적인 심사라는 족쇄를 하나 더 채운 것이 바로 1979년 의료보험법 개정안이다.

정부는 이처럼 의료계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과 감독권을 이용해 전국민 의료보험제도 시행, 의료보험 통합, 의약분업 제도 강행 등 공공적이고 공익적인 역할을 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 한다는 국가의료체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저렴한 비용에 국민 누구나 의료에 접근할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를 뿌리내렸을 뿐만 아니라 의료의 질도 한껏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국가의 통제력과 감독권이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인과 중앙회에 대한 강력한 통제와 감독권을 행사함으로써 OECD 상위권 수준의 외적 성과를 거뒀음에도 정부는 사회적 책임과 고도의 직업윤리가 필수적인 전문직에 대한 자율권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회 설립 규정은 있지만 정부는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의료인은 중앙회에 당연 가입하고 회비를 내도록 하고 있지만 가입(신고)하거나 회비를 내지 않았다 하더라도 별다른 제제 규정이 없다.

의협 정관에 내부 징계에 관한 규정은 있지만 권리정지라는 명예에 관한 부분일 뿐 직무수행에 별다른 지장이 없다.

중앙회에 가입(신고) 의무가 없다보니 폐업·이전 등의 회원 변동에 관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정부는 보건소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요양기관 변동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지만 의료법에 규정하고 있는 중앙회에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의료인과 중앙회에 대한 통제와 감독권은 철저히 행사하면서도 전문직의 생명인 자율규제를 장려하는 것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인단체에 자율징계권이나 등록에 관한 권한을 이양했을 경우 중앙회의 권한과 의료인들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반면 효율적인 통제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듯 하다.

정부는 의료법을 통해 법정단체를 규정했음에도 필요할 때 강제 동원할 수 있는 정책적 도구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의료분야 대해서만 자율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는 다른 전문직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변호사·세무사·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가단체는 개업할 때 반드시 중앙회를 거쳐 관할 관공서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휴업이나 폐업은 물론 이전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변호사협회의 등록을 하지 않은 채 개업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문가단체와 의료인에 대한 획일적인 통제와 규제로 인해 의료 왜곡을 야기하고 있으며, 상당수 의료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회용 내시경 보험가격 문제다. 내시경의 조직생검 보험가격은 8,620원만 받도록 하고 있는데 조직생검에 필요한 1회용 내시경 포셉가격은 중국산을 기준으로 23,000원 가량이다. 그렇다고 포셉 가격을 환자에게 받으면 불법이다. 의사들은 내시경 조직생검을 포기하거나, 1회용을 재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의료현장의 저수가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저수가 의료정책에 대한 의료인들의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의료 현장의 윤리적 갈등이 30년 넘게 되풀이 되면서 의료계는 정부와 정권에 대한 신뢰를 철회하고 있다.

전문가집단에 대한 직업전문성과 자율규제를 인정하지 않는 한 소모적인 대립과 마찰을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 스스로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면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직업전문성과 자율규제를 확립해야 한다. 직업전문성과 자율규제의 확립은 의-정 간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건의료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도 만들 수 있다.

의료인 단체가 전문가단체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의료인단체의 권리와 의무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시급한 일은 의료인 단체 스스로 직업윤리를 확립하는 일이다.

의료인단체의 직업전문성과 자율성 확보의 첫 단추는 가입(신고)과 회비 납부다. 교육과 인식 개선을 위한 지난한 노력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의사단체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한테 해준 게 뭐냐?”며 회비를 안 내고 있거나, 어떻게 회비를 내야 할지 모르거나, 주소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회원들이 약 30%대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회원들이 자율성 확보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의협은 의협대로 잘못됐거나 불합리한 의료제도와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시도의사회와 시군구 집행부는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하면서 지방자치제 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율규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회원들은 가입(신고)과 자율규제를 행정력에 의한 또 다른 규제로 오해할 수 있다.

의사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반감이 이같은 오해와 겹쳐지면서 회비 납부율이 저조한 실정이다.

최근 수년간 의협회비 수납률은 7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비 납부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의료계 스스로 자율적인 규제를 할 수 없는 때 비전문적이고 불합리한 정부의 개입이라는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전문직의 직업윤리와 자율규제의 첫 발은 가입(신고)과 회비 납부다. 하는거 봐서 회비를 내겠다거나 회원의 권리는 모두 챙긴 채 의무만 회피하려는 무임승차는 의료인이 지향해야 할 윤리 규범과 거리가 멀다.

장현재 <노원구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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