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0:31 (목)
벤저민 브리튼 첼로소나타 C장조 작품번호 65
벤저민 브리튼 첼로소나타 C장조 작품번호 65
  • 의사신문
  • 승인 2014.05.12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 이야기 〈264〉

■오랜 친구와 대화하듯 변덕스런 피아노에 맞춰 떠들썩한 첼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와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는 1960년 9월 쇼스타코비치가 쓴 〈첼로협주곡〉 제1번의 유럽 초연을 위해 런던여행을 떠났다. 이때 쇼스타코비치는 브리튼을 자기 좌석에서 함께 보자고 초대했고 그때 그를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소개했다. 이렇게 해서 위대한 우정이 시작되었다. 로스트로포비치는 곧바로 브리튼에게 작품을 하나 써달라고 청탁을 했고 그 결과가 바로 〈첼로소나타〉이다. 이 작품은 이 첼리스트를 위해 작곡된 일련의 다섯 곡 가운데 첫 번째로 다른 네 곡은 세 개의 〈무반주첼로 모음곡〉과 〈첼로교향곡〉이다.

브리튼에 따르면 그가 이 소나타를 계획한 것은 1960년 가을 그리스에서 휴가를 보내는 중이었고, 그해 12월에서 이듬해 1월에 걸쳐 올드버러에서 곡을 썼다고 한다. 그는 즉시 필사본을 로스트로포비치에게 보내면서 1961년 여름 열린 올드버러 페스티벌에서 이 곡을 초연해달라고 요청했다. 3월 런던을 경유해 남미로 가는 길이었던 로스트로포비치는 브리튼의 아파트를 방문해 처음으로 예행연습을 가졌다. 이때 로스트로포비치와 브리튼은 연습하기 전에 조금씩 마시기 시작하여 위스키 네, 다섯 병을 비운 뒤 소나타를 처음부터 거침없이 연주하였고 첫 연습을 즐거워했다. 초연은 그 해 7월 올드버러 페스티벌에서 열려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첼로소나타는 브리튼이 거의 전적으로 성악에만 몰두했던 10년에 걸친 세월 뒤에 기악음악이라는 추상적인 세계로 되돌아 간 첫 작품에 해당한다. 브리튼은 베토벤과 브람스가 쌓아올린 19세기 고전적 소나타 전통을 혐오했던 대신 퍼셀이나 바흐를 좋아하였다. 이런 취향을 반영한 바로크적 접근법을 선호하여 이 작품도 다섯 개의 짧은 악장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모음곡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고전주의 모차르트에 대한 브리튼의 사랑은 한층 더 깊은 통찰로 나타난다. 소나타형식을 취하는 제1악장과 전통적인 성격을 띤 스케르초 악장과 느린 악장, 행진곡 풍의 마지막 악장의 구성은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를 연상케 한다.

△제1악장 `Dialogo: Allegro' 이 작품에서도 아직 성악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 곧바로 두 사람이 노래가 아닌 대화를 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브리튼은 이 악장에 대해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음정으로 이루어진 작은 동기가 벌이는 토론이다. 이 동기는 길게 확장되어 매우 여린 화성으로 상승하고 하강하는 서정적인 제2주제를 이룬다.”라고 설명했다.

△제2악장 `Scherzo Pizzicato' 자주 지적되었듯이 버르토크의 유명한 `밤의 음악'의 퍼덕거리는 지저귀는 듯한 신비로운 음향을 인용하고 있지만 브리튼은 “자신의 피치카토에 대한 연구로 공들인 오른손 테크닉 때문에 때로는 거의 기타처럼 들린다”며 자신만의 특유한 새로운 음향세계를 선보였다. 인상 깊은 것은 두 번째 부분의 구성으로 마치 고공비행하는 듯 피아노의 스케일 진행을 강조하는 반복된 개방 현의 피치카토와 더불어 희극적으로 변질된 첫 악상은 무상한 서정미를 연출하고 있다.

△제3악장 `Elegia: Lento' 브리튼은 슬픔에 찬 이 악장에서 마침내 첼로의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최고조로 살려내고 있다. 그는 “첼로는 음울한 배경을 이루는 피아노에 맞서 호흡이 긴 선율을 노래한다. 이 곡조는 4개의 첼로 현을 한꺼번에 긋는 주법에 의해 거대한 클라이맥스를 격하게 이른 뒤 서서히 가라앉아 부드럽게 마무리된다.”라고 적고 있다.

△제4악장 `Marcia: Energico' 이 악장에서 브리튼이 보여준 희극적인 기괴함을 통하여 그의 또 다른 러시아친구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는 듯하다. 브리튼이 `피아노의 변덕스런 곡조에 맞서 연주되는 떠들썩한 베이스'라고 표현한 첼로 독주가 시작한 후 피아노와 첼로가 서로 신호를 교환하면서 피아노의 흐릿한 고음역과 첼로의 뚜렷한 저역 선율이 섬뜩하게 미끄러지면서 교차하는 모습을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5악장 `Moto perpetuo: Presto' `무궁동' 악장 전체를 경쾌한 춤곡인 saltando에 기초해 구성했다. 끊임없이 그 모습을 바꾸며 의기양양하고 표정이 풍부했다가도 침울하게 투덜거리고, 그런가 하면 또 명랑하고 태평스러워진다. 브리튼의 모험에 찬 화성 진행은 의기양양하게 끝을 맺는 교묘한 재주를 보여주며 마지막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첼로), 벤저민 브리튼(피아노)(Decca, 1961); 미클로스 페레니(첼로), 데네스 바리온(피아노)(Wigmore hall, 2009); 나탈리 구트만(첼로),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Classics live, 1992)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