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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사회장단 칼럼]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에서
[구의사회장단 칼럼]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에서
  • 의사신문
  • 승인 2014.05.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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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목 <강북구의사회장>

황영목 강북구의사회장
내가 로마의 견인주의(堅忍主義)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의 `페이터의 산문'에서였다. 그 후 마음의 평정을 잃을 때면 가끔씩 이 `명상록'을 펴보며 안정을 찾으려했다.

이 철인 황제는 자연을 신, 섭리, 운명, 필연성, 법, 지배적 능력, 지배적 이성 등 여러 가지로 부르고 있었다.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자연의 섭리에 맡기며 너무 애달파하지 말라고 나를 달래주곤 했다.

황제의 `명상록' 내용 중에서 의사와 의료에 관한 것도 많은데, 그 이유는 그 주치의가 서양의학사에 빛나는 갈레누스였기 때문일 것 같다. 갈레누스는 지금의 터키 지방 출신의 이교도였으나 황제의 주치의가 되면서 히포크라테스 의학의 정수를 로마에 전해주었다.

갈레누스 전기에 의하면 그때까지 로마는 히포크라테스 의학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황제 철학자가 인용한 의료와 의학에 대한 내용은 현대 의학적 입장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새삼 황제의 현명함에 놀랄 수밖에 없다. 다음과 같이 그 중의 일부를 소개하겠다.

“히포크라테스는 무수한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해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병사하고 말았다. 인생은 항구를 떠난 배처럼 언젠가 또 다른 항구에 정착하여 항해를 마칠 수밖에 없다. 의사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환자를 위해 항상 의료도구를 준비해둔다. 나 또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원칙을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황제의 `명상록' 중에서 내가 가장 즐겨 찾는 부분은 사람들이 `화(분노)'를 다스리는 것에 관한 부분이다. 황제는 나에게 아래와 같은 가르침을 주었다.

만약 누군가로 인해 화가 날 때는 이렇게 하라.

첫째, 인간은 서로 도움을 주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기억하라. 황소가 소떼를 이끌듯 나 또한 남들을 도와주기 위해 태어났을 수도 있다. 자연은 강자를 위해 약자를 만들었으며 강자끼리는 서로 도우며 살아가도록 만들었다.

둘째, 항상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하라. 그들을 지배하는 사고방식은 무엇이며 어떤 생각으로 그와 같은 행동을 하였는가를 생각하라.

셋째, 만약 그들의 행동이 옳았다면 화를 낼 이유가 없으며, 옳지 않았다면 그것은 고의가 아니라 무지로 인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들은 상대에게 적절한 행동을 하는 능력을 자신도 모르게 상실하고 만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남에게서 부정하다든지, 비굴하다는 비난을 듣게 되면 상처를 입는다.

넷째, 나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수없이 잘못을 저질렀지 않은가? 가령 실제로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남의 이목 때문이거나 명성에 흠이 갈까 두려워 못한 것일 뿐, 아직도 잘못을 저지를 여지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다섯째, 정말로 그들이 잘못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는 일이다. 행동과 동기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 판단하려면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여섯째, 몹시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을 지경이면 인생이란 순간에 불과한 것임을 상기하자. 모두 머지않아 땅에 묻히고 말 존재들이다.

일곱째, 내가 괴로워하는 것은 그들의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관념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같은 생각을 스스로 거두면 분노는 곧 가라앉는다. 그가 악이 부끄럽지 않다 생각하고 있다면, 나 또한 많은 잘못을 저질렀을 것임을 명심하자. 그러면 그들의 행동에 대해 판단하지 않게 될 것이다.

여덟째, 거짓 미소나 연기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을 무엇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음을 명심하라. 아무리 난폭한 사람이라도 변함없이 친절하게 대하면서 기회가 올 때마다 다정하게 타이르라. 상대방이 악의를 드러내면 “우리는 이러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지 않소? 당신은 그저 스스로를 해칠 뿐이오.”라고 조용히 말하라. 알기 쉬운 말로 설명해 주고, 꿀벌같이 집단생활 하는 본성을 가진 곤충들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해 주되 비웃거나 책망하지 말고 진지하고 다정하게 말해야 한다. 또한 훈계하는 식이나 동석한 사람들의 칭찬을 의식하는 태도를 취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있을 때라도 단 둘이 있을 때처럼 말하라.

이상의 여덟 가지 원칙을 뮤즈의 선물로 생각하고 늘 기억하자. 살아 있는 동안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 화내지 말고 아첨하지 말지니, 둘 다 비사회적인 태도로 결국은 화를 부르게 된다. 화가 많이 났을 때에는 왜 화가 났는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이해하는 것이 인간다운 태도다. 온화하고 관대한 태도야말로 인간의 본성에 어울리며 보다 인간다운 것이다. 이런 성품을 가진 사람은 힘과 용기가 있으나 불평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나면 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내 마음은 가라앉곤 했다.

황제가 내게 가르쳐준 말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을 소개하며, 여러분들도 인류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황제의 `명상록'을 일독할 것을 권해본다.

“다른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고 해서 불행해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보지 못하는 자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황영목 <강북구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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