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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사회장단 칼럼]오뚝이 단상(斷想)
[구의사회장단 칼럼]오뚝이 단상(斷想)
  • 의사신문
  • 승인 2014.05.0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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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술경 <강동구의사회장>

김술경 강동구의사회장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입니다.

큰 사건이 함께한 이번 봄, 계절이 주는 정서와는 다르게 묵직한 심정입니다.

지금부터 25년 전인 1989년 봄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는 훗날 베이징의 봄이라 불리는 학생 주도 민주화운동이 4월부터 전개되어 결국 6월 4일에 이르러 톈안먼 사건(天安門 事件)이라 칭하는 중국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일단락되어 역사의 상징으로 남았지요.

진압의 중심에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덩샤오핑은 공산주의 폐쇄 경제 체제를 일정 범위의 개방 자본주의 체제로 돌려, 성장을 이끈 지도자라는 긍정적 평가와 톈안먼 사건으로 대표되는 중국 내 민주주의 운동과 내부 불평등, 사회적 모순의 개혁 요구를 짓밟은 탄압자, 독재자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중국 지도자였지요.

7차례의 암살 위기와 숙청을 당한 후에도 기적적으로 복귀하는 삼전사기(三顚四起)의 파란만장한 풍운아(風雲兒)적 삶을 살았기에, 작은 거인, 작은 대포(小鋼?)라는 별칭에 오뚝이처럼 넘어지지 않는 노인(不倒翁)이라는 별명이 추가 되었습니다.

비록 공과(功過)를 함께한 덩샤오핑이지만, 오뚝이처럼 넘어지지 않았던 삶의 여정(旅程)을 공자천주(孔子穿珠)의 마음으로 생각해 봅니다.

개인이건 단체이건 혹은 어떤 유, 무형의 대상이건 간에, 시간의 흐름에서 보자면, 크고 작은 변화는 늘 있는 것이고 또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이를 구체화 하느냐에 따라 발전이나 전화위복이 될 수 있지만, 이 반대인 경우 비극이나 위기 상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결국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현실에서 구체화할 것인지?”가 정말 중요한데, 이러한 일련의 선택은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오뚝이의 복원력 범위 내에서 결정되어야 현실 세계에서 구체화가 가능하고 일회성 선언이 아닌, 향후 지속 가능한 대응 선택의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작게는 우리 각자의 인생은 물론, 크게는 인류 역사 흥망성쇠의 사건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될 듯합니다.

아울러 끔찍한 비극과 슬픔을 불러온 세월호 침몰을,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단순 물리 법칙의 틀 안에서 조망해 본다면, 세월호의 침몰은 그 모든 직·간접 원인의 총합이 궁극적으로 세월호 자체의 오뚝이 복원력 이상으로 작용하여 배가 심하게 기운 뒤 원상태로 돌아오지 못했고 결국 침수와 침몰로 이어졌지요.

이 또한 같은 원리로 설명 가능한 듯합니다.

우리는 생활인으로서 가정에서 그리고 전문 직업인으로서 진료실 안에서 그리고 우리가 속한 여러 모임이나 의료계 단체나 국가라는 큰 틀에서 늘 다양한 성격의 크고 작은 변화와 갈등 그리고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에 대한 대응은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변화를 맞닥뜨리는 것도 나와 우리이며, 변화의 대응을 취사선택하는 것도 순전히 나와 우리이지요. 아울러 때에 따라서는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도 나와 우리이지요.

변화와 그 변화에 대한 대응이 적용되는 대상이 그 무엇이건, 진정 사랑하고 아낀다면 그리고 지속적인 선순환(善循環)의 결과를 정말 바란다면, 다양한 변화와 이의 대응 선택은 궁극적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그 대상이 현재 감당할 수 있는 복원력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선택이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오뚝이의 정신이자 역사의 교훈이며 진정한 용기일 듯합니다.

시(詩) 한편을 소개합니다.

네가 훌륭한 건
넘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넘어졌을 때 훌쩍 일어나기 때문이다
중심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다
(오뚝이 / 김기수)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돌아가신 분들께 조의를 표하며, 몸과 마음에 상처받은 모든 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께 따듯한 위로와 무한한 자비가 임하기를 기원합니다.

김술경 <강동구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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