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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스트 교향시 제3번 '전주곡'
프란츠 리스트 교향시 제3번 '전주곡'
  • 의사신문
  • 승인 2009.07.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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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만나 새롭게 태어난 시


`피아노의 파가니니'라는 별명과 함께 극소수의 위대한 예술가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리스트는 그 자신이 `신비로운 음의 언어'라 부른 음악에 순수하고 서정적 표현으로 영혼을 투영하기를 갈망했다. 그는 화려하고 기교적인 피아노 음악가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이었고 그 외에도 교향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시하여 음악사에 뚜렷한 획을 그었다.

 리스트의 교향시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이 곡은 처음에 지중해 지방 나라들의 분위기를 묘사한 요제프 우트란의 4개의 시에 붙인 합창곡의 서주로 고안되면서 `4개의 요소'라는 제목이 붙었다. 하지만 이 가사를 탐탁하지 않게 여긴 리스트는 이 음악을 그의 제3번 교향시로 다시 편곡하면서 프랑스 시인 알폰제 드 라마르틴느의 송가 `새로운 시적 명상' 중 `우리 인생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으로의 전주곡이다'를 인용했다.

인생에는 죽음에서 울려오는 가장 엄숙한 소리가 있다. 그 음에 의해 전해지는 의미는 사랑이란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반짝이는 빛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환영을 불어 성스러운 전당을 파괴하는 뜻밖의 폭풍으로 인해 기쁨이 싹트려는 환희가 파탄을 맞이한다. 폭풍을 피해 전원생활의 고독과 한적함으로 그 상처의 치유를 갈망하지 않는 영혼이 어디 있을까? 그 폭풍에 빠져서는 자신의 힘으로 빠져 나오려 한다. 이야말로 운명의 물결에서 헤엄치는 인생의 축도다. 그 물결은 강하게 거대한 바위를 부순다. 이 망망한 대해에 떠있는 모래알보다 작은 인생이여…”라고 인생을 노래하고 있다.

교향시 제3번 `전주곡'은 이 송가에 대한 일반적 묘사가 아니라 전체를 자신의 시적 상념의 흐름에 따르면서 구성된 단일 악장으로 작곡된 교향시다. 제1부 봄의 정서와 사랑에의 욕망, 제2부 생명의 폭풍우, 제3부 사랑의 위안과 평화로운 목가, 제4부 싸움과 승리로 되어 있다.

프란츠 리스트는 헝가리 에스테르하지 후작 집사의 아들로 리이딩에서 태어났다. 9세 때 귀족들이 모인 피아노 연주회에서 인정을 받아 지방 귀족들로부터 6년간의 학자금을 받고 비엔나로 가서 살리에리에게 작곡을, 체르니에게 피아노 수업을 받는다. 그 후 비엔나를 떠나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려했으나 외국 사람이란 이유로 거절당하고, 설상가상 15세의 나이로 아버지를 잃은 후에는 홀로 자신의 생애를 개척하게 된다. 그 후 약 10년간 파리에 정착하여 연주생활과 작품발표를 하였으며 이곳에서 당대 유명한 사상가, 문필가, 음악가들과 많은 교류를 갖게 된다. 그 시기 약 8년 동안 이태리, 스위스 등으로 연주 여행을 했는데 스위스를 돌면서는 `오버만의 골짜기'를 비롯 9편의 작품에 대한 주제를 얻었으며, 이태리를 여행하면서는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 `에스테 별장의 분수'를 대표작으로 하는 각각 7편으로 구성된 모음곡을 만들었다. 이 작품들은 일종의 기행문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훗날의 `인상파 음악'의 길을 터놓은 아주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1848년에는 바이마르 궁정 악장으로 초빙돼 오페라와 관현악 작곡에 전념하게 된다. 이 바이마르 궁정시절 리스트는 교향시(Symphonic Poem)라는 새로운 형식의 음악을 창안했다. 그것은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고 악장을 나누지 않으며 시적인 묘사를 한 표제 음악인 것이다. 이 교향시 작곡의 배경은 리스트가 파리에 있을 때 만난 베를리오즈로부터 받은 영향이었다. 베를리오즈가 환상 교향곡에서 보여준 서사적인 관념을 음악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러나 베를리오즈는 전통적인 형식을 따랐지만 리스트는 형식을 무시하고 뜻하는 바를 그대로 표현하는 교향시를 만들어 내었다. 그의 피아노 작품은 색채적인 느낌을 지니고 있어 인기가 많았으나 그의 교향시는 당시 일반에게는 별로 이해되지 못했다.

교향시는 문학적 소양이 풍부했던 리스트가 창안해 낸 새로운 음악장르로 작품의 소재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부터 그리스의 전설 `프로메테우스'와 `오르페우스'에까지 이른다. 이후 리스트의 교향시는 신독일악파의 중심적 음악장르로 자리매김 한다.

■들을만한 음반 :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빈 필(EMI, 1954);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67); 존 프리차이(지휘), 베를린 필(DG, 1959); 주빈 메타(지휘), 빈 필(Decca, 1967); 게오르규 솔티(지휘), 시카고 심포니(Decca, 1992)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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