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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사회장단 칼럼]벚꽃유감
[구의사회장단 칼럼]벚꽃유감
  • 의사신문
  • 승인 2014.04.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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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수 <종로구의사회장>

강현수 종로구의사회장
지난 겨울은 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하더니, 결국 봄은 빨리도 찾아 왔다.

지난주 개나리가 피더니, 어느새 진달래, 백목련, 벚꽃 등 모든 꽃들이 활개치듯 함께 피어나서, 이번 주말에는 그야말로 이른 봄꽃들이 장관이다.

우리 동네 공원에는 매화도 꽃망울이 방울방울 달려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렇게 꽃들이 함께 피어나기는 기상관측사상 92년 만에 처음 오는 이상기온이 원인이라는 보도와 함께, 매스컴과 신문 등 언론 매체는 꽃 잔치 관련 소식과 매화를 찾아 나서는 사찰 여행까지도 안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벚꽃이 예상보다 빨리 개화 되어서 여의도 윤중로 벚꽃놀이도 당겨서 하고 있다.

하여간 많은 꽃들이 피어 기분은 많이 들떠들 있지만, 이런 이변 현상에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70년대까지도 해마다 4월∼5월에는 창경원 벚꽃놀이 행사가 있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낮보다 밤 벚꽃 놀이가 더욱 기억에 많이 남는다.

젊은 시절 신문로에 살았던 나는 당시 혜화동 행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였는데 창경원을 지날 때면 버스 창안까지 비친 하얀 빛에 눈이 부실 정도였다.

전국에서 올라온 행락객으로 많이 붐볐고, 시골에서 상경한 노인들은 대부분 흰 옷 차림이라 흰 벚꽃과 함께 창경원(궁내에 동물원이 있어 창경원이라 했음) 내는 온통 하얀 색채의 축제였었다.

가까운 서울에 살면서도 창경원 궁내에 들어간 기억은 초등학교 1학년 소풍 외에는 없다. 그러나 버스에서의 하얀 추억은 또 다른 추억을 낳는 계기가 되었다.

하굣길 어느 날(아마 토요일 늦은 오후쯤) 친구들과 궁내에 있는 `춘당지'라는 연못에서 보트도 빌려 타고 난 후, 밤 조명과 함께 하얀 벚꽃 나무 아래서 잠시 밤 벚꽃 놀이를 즐긴 기억이 아직까지 새롭다.

80년대 중반에는 궁궐의 정기를 없애려 일본의 상징인 벚꽃을 궁내에 심었다 하여 모두 뽑아 버렸으니, 당시 나는 한편으로 그 오래된 벚꽃 나무들을 너무 아까워했다. 어디 다른 곳이라도 옮겨 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남아있다.

사실 그 벚꽃은 일본산도 아니고 일본인의 국화도 아닌 우리나라 제주도 원산의 왕 벚꽃인 것은 이제는 모두 아는 사실이다.

어차피 왕손이 지켜지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고궁을 그대로 보존만 할 게 아니라, 예전처럼 제주도 왕벚꽃도 심어 모든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창경궁을 조성해 활짝 개방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강현수 <종로구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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