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임수흠 서울특별시의사회장 · 의사신문 발행인
[기념사]임수흠 서울특별시의사회장 · 의사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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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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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의 자세로 대표적인 의료계 매체 될것”

임 수 흠 서울특별시의사회장 · 의사신문 발행인
존경하는 의사신문 애독자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3만여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원 여러분!

의료계를 대변하는 기관지로서 그 본연의 소명에 충실한 의사신문이 반세기를 훌쩍 넘어 올해로 창간 54돌을 맞았습니다. 그간 의사신문이 걸어온 길은 한국의료계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록하는 여정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애독자와 회원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무한한 신뢰가 있었기에 그와 같은 기적 아닌 기적이 가능했습니다. 의사신문의 창간을 기념하고 축하하기에 앞서 독자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사랑에 먼저 머리 숙여 감사드려야 마땅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신문의 힘은 어느 사회, 어느 시기에나 실로 위대합니다.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일화 한 토막이 기억납니다.

일본의 이토추 상사에서 기획 임원으로 일하던 세지마 류조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신문의 작은 기사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입체적이고 창의적으로 읽을 줄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1973년 여름 오일 가격 폭등에 대한 보고서를 회사에 내놓자, 회사는 이 보고서의 권고를 전적으로 수용하여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기에 이릅니다. 그 해 10월, 지구촌에는 `오일쇼크'가 불어 닥쳤고, 이를 예상치 못했던 전 세계 기업들은 큰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원유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속절없이 쓰러져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예견하고 미리 대비한 이토추 상사의 경우는 그러한 위기상황에서 예외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기업들이 아우성을 칠 때 비축해놓은 석유를 급등한 가격에 되팔며 큰 차익을 남기었습니다. 훗날 “오일쇼크 같은 큰 사건을 어떻게 예언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세지마 류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내 정보의 99%가 신문에서 나온다. 1단짜리 조그만 기사에도 엄청난 비밀의 열쇠가 숨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흔히 우리는 언론의 이상적인 상을 말할 때 `정론직필(正論直筆)'을 거론하곤 합니다.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는 의미의 이 사자성어는 언론이 가져야 할 책무가 무엇인지를 잘 말해줍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언론은 더 이상 정론직필만으로는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바에 온전히 답하기 어렵습니다. SNS로 대표되는 새로운 매체, 즉 일인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신문으로 대표되는 기성 언론은 스스로 변신을 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당면해 있습니다. 사실이 곧 진실이 아닐뿐더러 진실이 하나인 것만도 아닌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마치 이러한 세태를 예견한 듯 법화경은 `일수사견(一水四見)', 즉 `한 가지 물도 네 가지로 보인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물을 보면 `유리'라는 물질로 보이고, 사람이 물을 보면 물로 보이나, 귀신이 물을 보면 불로 보이며, 물고기가 물을 볼 때는 제가 살 집, 또는 방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동일(同一)한 사물(事物)도 그 보는 주체, 또는 그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라는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 볼 일입니다.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되는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의사신문에 범처럼 보고, 소처럼 행하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를 요청하고 싶습니다. 범처럼 예리한 눈으로 현실을 뚫어보고 소처럼 끈질기고 여유 있게 미래를 향해 걸어가자는 것입니다. 사냥감을 포착한 호랑이의 시선은 조금의 빈틈도 없습니다. 한편 들판에서 일하는 소는 돌밭이든 진창이든 포기하는 법이 없습니다. 무릇 의사신문은 호랑이의 시선으로 의료계의 문제를 포착해야 할 것이며, 그 진실이 독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 소의 인내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의사신문이 그간 일궈온 업적의 하나가 故 유일한 박사의 유지를 받들어 유한의학상의 전통과 명예를 계승한 일입니다. 한국의학의 학문적 발전을 담보하고 의학자들의 연구열을 진작시키기 위해 제정된 유한의학상은 지난 1967년 제정된 이래 가장 권위 있는 의학상의 하나로 오늘날 자리 잡기에 이르렀습니다. 올해로 벌써 47회를 맞이하게 된 이 의학상은 그 수상자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의료인들에게도 크나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한의학상의 올해 대상 수상자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 권오상 교수가 선정되었습니다. 우수상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호흡기분과의 임재준 교수, 그리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윤주헌 교수가 선정되었습니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한 국내 최고의 의학상을 제정해주신 유한양행의 김윤섭 사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송곳 같은 통찰과 창해의 지혜로 의사신문의 지면을 풍성히 채워 주신 필자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지나온 시간만큼 성숙한 자세로 의료계의 현안을 가장 앞서 고민하는 대표적인 의료계 매체로 의사신문이 새롭게 태어날 것을 약속드리며, 애독자와 회원 여러분의 가내에 항상 건강과 행복의 기운이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수흠 <서울특별시의사회장 · 의사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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