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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특집Ⅰ : ■낮은 곳의 의사들
[총론]특집Ⅰ : ■낮은 곳의 의사들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4.04.14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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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의사, 함께하며 소통하는 사회에 큰 힘

■“쪽방촌 의사들의 존재감과 건강성이 의료불신 상쇄 원동력”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인 쪽방촌. 이 곳을 기꺼이 찾아가서,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인술로 헌신하는 `쪽방촌 의사들'.

쪽방촌 의사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료계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받침목이다. 또 정신적인 지주라 할 수 있다.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의심받으면 받을수록 또 의료계 내부의 모순으로 상처받으면 받을수록 낮은곳에서 묵묵히 인술을 펼치고 있는 이들의 강한 존재감과 건강성으로 인해 `의료 불신'은 상쇄되고 그마나 의료계가 올곧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쪽방촌 의사들'은 의료 소외계층민에 대한 배려에 적극적인 의사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이러한 의사들로는 지난 1995년 세상을 타계한 고 장기려 박사를 비롯 2008년 사망한 고 선우경식 전 요셉의원장, 2010년 타계한 고 이태석 신부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전신상의원의 배현정 원장 등이 있다.

이외 에도 수많은 쪽방촌 의사들과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요셉의원의 신완식 의무원장을 비롯 건국대병원의 고영초 교수, 홀트일산복지타운의 조병국 원장, 한미참의료인상을 수상한 송파구 최달용 원장·도봉구 유덕기 원장과 서울 도티기념병원, 대구 성심복지의원, 구로 가리봉동 이주민 의료센터, 라파엘 클리닉,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 중 `한국의 슈바이처' 혹은 `바보 의사'로 불렸던 고 장기려 박사는 부산에서 고신의료원의 전신인 복음병원과 청십자병원을 세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 이제 한국의 전설이 되었다.

고 선우경식 전 요셉의원 원장은 영등포역 일대 노숙자 등을 위해 일생을 바쳐 `영등포 슈바이처'로 불렸다. 고 선우경식 원장은 일반인으로 부터 소외된 노숙자와 행려인, 아픈 이들에게 모두를 내주고도 더 줄 것을 찾은 인물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그를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불렀다.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린 고 이태석 신부는 인제의대를 졸업하고 선교체험을 하러 갔던 아프리카 오지 남수단 톤즈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다 불의의 대장암으로 끝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삶을 기록한 `울지마 톤즈'는 전국민을 울린 드라마였다.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파란 눈의 천사'인 전신상의원 배현정 원장 또한 시흥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해 일평생 헌신해온 대표적인 쪽방촌 의사다. 그녀는 벨기에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1972년 한국에 온 후 1975년 시흥동 판자촌에 무료 진료소인 `전진상(全眞常) 가정복지센터'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같은 장소에서 인술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녀는 간호사로 무료진료소를 운영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1981년 중앙의대에 편입,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39만여명의 저소득층에게 인술을 베풀었다. 최근년에는 호스피스에다 초점을 맞춰 봉사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고 장기려 박사·이태석 신부 등 소외계층 위해 한평생 바쳐
한국의 슈바이처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료봉사 활발 진행


사실 쪽방촌 의사들의 원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슈바이처 박사다. 슈바이처의 정신을 계승한 후예들은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곳곳 낮은 곳에서 맹활약중이다. 이 참에 우리나라 의사들의 국내외 의료봉사활동 상황을 간략하게 점검해 보자.

국내 의료봉사활동은 △대학병원과 △서울시의사회를 비롯한 병의원 등 개원가 △의료선교단체 등 3개 축으로 나뉘어 펼쳐지고 있다. 국외 활동은 국내 의료봉사활동을 펼치는 이들 3개 축이 해외의료봉사활동까지 겸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은 해외 공적 원조 등을 통해 개도국 병원 건립 및 현지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함께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의대 등 의료계 일각에서는 개도국 의사연수를 통해 보다 넓은 의미의 의료봉사활동인 해당 국가의 의료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이중 해외 공적원조의 급증은 괄목할만 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내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들 중 공적원조(ODA) 규모 증가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ODA 정책중 `맞춤형 지원'을 통해 캄보디아 아동병원 신축(2011년∼2014년) 등 필수 시설을 개발도상국가들에게 지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러한 공적지원에 버금가는 것이 의료계의 `몽골판 미네소타 프로젝트' 등이다.

몽골 정부는 지난 2012년 1월 중순 한국의료를 배우기 위해 자국 의료진을 대규모로 한국에 파견한 바 있다. 이는 몽골보건부와 삼성서울병원(원장 최한용)간 몽골의료진 연수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한데 따른 것이었다.

또 서울의대 이종욱 글로벌의학센터는 지난 2월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미얀마 5개국 연수생을 대상으로 개도국 의학교육전문가 집중연수 수료식을 갖고 선진국으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21세기 개도국에게 돌려 주었다.

쪽방촌 의사로 지칭되는, 의료계의 `낮은 곳에서의 의료봉사활동'은 지금도 그치지 않고 국내외에서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의료불신이 팽배한 사회 속에서 쪽방촌 의사들의 헌신과 희생은 그나마 우리나라 의료계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다.

이는 아직도 수많은 의사들이 의료봉사를 통한 의사로서의 정체성 확인과 사회 공헌을 가슴 한켠에 되새기고 특히 쪽방촌의 동참을 꿈꾸고 있는 등 의료계의 자기정화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이러한 쪽방촌 의사들의 진정성있는 의료봉사활동에 전폭적인 찬사와 신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낮은 곳의 쪽방촌 의사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는 의료계가 늘 경청해야 하는, 공생과 소통의 시대의 중요한 메시지일 수 밖에 없다.

김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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