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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달용 원장(전 송파구의사회 회장, 최달용피부과의원)
최달용 원장(전 송파구의사회 회장, 최달용피부과의원)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4.04.14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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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할 수 있는 기회 있는 게 행복이고 즐거움”

최달용 원장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행복이고 즐거움입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봉사를 통해 `재미'를 느낀다면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찾은 것이겠죠.”

청년의학도 시절, 경희의대 본과 2학년 때부터 무의촌을 찾아 의료봉사를 시작했다는 최달용 원장(송파구의사회 전 회장, 최달용피부과의원).

신문에 실릴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라며 인터뷰를 거듭 고사했던 최 원장은, 끝내 진료실을 찾은 기자에게 특유의 푸근한 웃음을 보이며 봉사와 나눔진료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1994년 처음 가락시장을 찾아 노숙인, 무의탁노인을 대상으로 진료봉사를 하고 지금까지도 `천마산 봉사단'과 필리핀 나환자촌 방문 진료를 통해 기댈 곳 없는 환자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는 최 원장은, 봉사의 가치를 `재미'에서 찾았다.

의학도로서 의술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점도 있었고, 직접 몸을 움직여 의료봉사를 하다 보니 최 원장 스스로가 `이웃과 함께 하는 삶'에서 큰 보람과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30년 가까이 의사로서 양심을 지키며 인술을 베풀고 있는 최 원장은, 1989년 송파구에 개원하고 처음 가락시장을 찾았을 때의 충격적인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20년 전만 해도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이 얼어 죽기도 했습니다. 가락시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행려병자와 노숙인들의 실상을 직접 눈으로 보며 충격을 받았었죠. 그들을 진료하고 설득하여 보호시설에 입소시켜도 결국 길거리에 나앉는 것을 보며 참담한 심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9회 한미참의료인상을 수상하기도 한 최 원장은 최근 3년 전부터 국제NGO단체인 기아대책을 통해 필리핀 나환자촌에 진료봉사를 떠나고 있다. `천마산 봉사단'을 통해 마석공단의 오갈 데 없는 외국인 근로자 진료와 더불어, 피부과 의사로서 더욱 적극적인 포지션을 가지고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1994년 가락시장 찾아 노숙인·무의탁 노인 진료봉사로 시작
필리핀 나환자촌·외국인 근로자 진료 등 의료나눔 활발 펼쳐


필리핀 나환자촌의 환자들에게 진심을 다해 다가가고, 직접 손으로 연고를 발라주며 그들의 마음까지 치유하려는 최 원장의 헌신적인 모습에 현지 스텝들과 의료진, 환자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에피소드.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사랑과 연민 없이는 쉽지 않은 일임에도 최 원장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최 원장은 수십 년 동안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진료봉사를 해오며 한 가지 원칙만은 꼭 지켜오고 있다. `내게 도움을 청한 환자가 있다면, 그의 형편을 궁금해하지 말고 그저 진료하자'는, 의사로서의 확신에 찬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꾸준한 봉사를 이어갈 수 있는 최 원장만의 `마음의 힘'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즐거워서 하는 것이죠. 내가 즐거워야 환자들도 더불어 행복해지고 빨리 나아요”라며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거창한 담론을 가지고 부러 타인에게 알리려는 마음 없이, 그저 맡은 바 의사의 역할을 다하며 살자는 최 원장의 겸손한 모습에서, 30년 가까이 봉사현장을 지켜온 그만의 뚝심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최 원장의 꿈은 무엇일까. 역시 소박했다. 아니, 진실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환자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그 짧은 말에서 오랜 시간 의료봉사의 길을 걸어온, 한 의사의 이웃사랑에 대한 진정성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최 원장은 한편, 후배 의학도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의사로서 봉사의 기회가 찾아온다면, 한 번쯤은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삶이란 기회의 연속이고, 그 기회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며 스스로 얻게 되는 내면의 힘이 있어요. 그걸 믿어보세요.”

송파구 동네 한켠에 오랜 세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최 원장의 진료실. 기자는 인터뷰를 마치고 `환자들이 여전히 믿고 찾는 이유가 다른 것에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진료실 문을 나섰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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