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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원
요셉의원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4.04.14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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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병들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천국

신완식 의무원장
`가난한 자의 천국' 요셉의원은 가난하고 병들어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과 함께 하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부설 자선의료기관이다.

지난 1987년 8월 29일 신림1동에서 개원, 1997년 5월 1일 영등포 현재의 건물로 이전해 2013년 8월 29일 개원 26주년을 맞았다. 그 동안 55만여명의 노숙자, 행려자, 알코올의존증환자, 영세민, 및 외국인 근로자들을 진료했다.

매일 100여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하며, 특별히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이 필요한 이들과의 나눔, 목욕 및 이발, 기타의 돌봄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그들의 따뜻한 이웃이 되고 있다.

요셉의원은 그동안 불우 이웃을 도와 준 공로로 가톨릭대상(사랑부문), 서울특별시장 감사패와 서울특별시의사회가 수여한 제1회 한미참의료인상 등을 받았고, 초대 원장인 선우경식 원장 개인 명의로도 가톨릭의대 동창회장의 `올해의 자랑스러운 가톨릭의대인상'과 천주교 서울대교구 강우일 주교의 감사패 등을 받았다.

2003년 6월 3일에는 호암재단에서 수여하는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했고, 2007년 11월 7일에는 백강재단에서 수여하는 백강 사회복지봉사상을 받았다.

또한 2008년 6월 12일에는 고 선우경식 원장이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추서 받았다.

요셉의원은 1987년 8월 29일 관악구 신림1동에서 개원미사를 봉헌하고 첫 진료를 시작했다. 1987년은 국민 전체 의료보험이 시작되기 2년 전이었고 그 당시 영세민, 극빈자들은 의료비 부담 때문에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1980년도 무렵에는 서울시 변두리에 철거민 촌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신림 10동에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이들을 돕기 위해 가톨릭대학교 의대생들이 주말 진료팀을 구성해 무료진료를 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도움 요청을 받고 선우경식 원장이 이들을 돕기 시작하면서 오늘의 요셉의원의 모태가 됐다.

주말에 학생들이 모여 진료를 해 주었지만 일주일에 한번 치료하는 것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약만으로는 치료가 안 되고 입원을 해야 할 사람, 수술이 필요한 사람, 아기가 거꾸로 들어 있는 사람 등 계속 도움을 주어야 할 사람들이 몰려 왔지만 주말 진료 팀으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무료진료의 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환자들은 봉천동에서, 월계동에서, 그리고 구리시에서도 오고, 계속 늘어났다. 급기야 지역주민 봉사자들과 모임을 갖고 매일 매일 진료가 가능한 자선병원을 만들어 보자고 계획을 세운 뒤 모금을 하고 사방팔방으로 뛰어 신림 1동 1602-2번지에 100평정도의 건물을 빌려 `요셉의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치료해 주기 시작했다.

병원이라고 문을 열기는 했지만 재정부족으로 의료기구는 성모병원 등에서 쓰던 것을 얻어 왔고 간호사는 분도회 수녀님들의 도움을 받는 등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되는 것이 별로 없었다.

진료 팀도 일주일에 10명 정도의 의사들이 찾아 와서 도와주었는데 자선 진료를 해 본 사람이 없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단지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는 좋은 마음과 몸으로 부딪치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왔기 때문에 하루 종일 바쁘기만 했다. 약이 어디 있는지, 검사장비가 어디 있는지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형편이었다.


가톨릭의대생들의 봉사활동으로 시작 1987년 신림동서 개원
노숙자·영세민 등 55만여명의 몸과 마음의 아픔을 치료해줘


더 어려운 것은 소문에 소문이 퍼져 환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정상적인 수입이 없어 병원이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개원 한 달만에 적자가 1000만원에 이르고 약을 할부로 샀지만 갚을 길이 없어 제약회사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됐다.

게다가 상당수의 환자들이 가난해서 식사조차 제대로 못하고 온 사람들이어서 이들에게 피를 뽑고 엑스레이 찍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밥을 먼저 주어야 할 입장이었다.

이런 생활을 해 오기 10년.

많은 분들의 말없는 후원과 땀 흘린 봉사의 보람으로 1997년 5월 1일 요셉의원은 영등포 현재의 자리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알코올 의존증환자를 돕기 위해 `목동의 집'을 세웠고 오갈 곳 없는 환자들의 임시 쉼터로 `성모 자헌의 집'과 `고창요셉의집'을 운영한 바 있다.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 중에는 식사를 못한 사람도 많이 있었다. 한동안 이 분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기도 했지만 장소문제 등 여건이 어려워 지금은 매주 목요일마다 250여명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있고, 이발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이발도 해 주고 있으며 옷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성당 등에서 보내 준 옷도 나누어주고 있다.

요셉의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는 큰 병원에 보내 계속 치료를 받도록 도와주고 있다.

현재 요셉의원에는 직원 9명, 의료봉사자 120여명과 일반봉사자 등 600여명이 가난하고 소외된 환자들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으며 정부 지원없이 매월 6000여명의 후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보내주는 회비와 후원기관들이 보내 주는 성금으로 하루 100여명 정도의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노숙자, 알코올 의존증환자, 행려자, 외국인 근로자, 의료보험이 없는 영세민 등 지금까지 55만여명이 몸과 마음의 아픔을 치료받고 새 삶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요셉의원을 세워 21년간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일생을 바친 선우경식 원장이 위암으로 2008년 4월 18일 그토록 사랑하던 가난한 이들의 손을 놓고 하느님 나라로 선종하자 요셉의원은 한때 위기에 놓이는 듯 했으나 이문주 신부가 제2대 요셉의원 원장으로 부임하여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요셉의원을 지켜주고 있다.

이문주 신부가 부임한 후에는 환자들의 육체적인 치료는 물론이고, 영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요셉의원에서 직접 천주교 교리를 가르쳐 영세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또한 의무업무를 총괄하기 위하여 신완식 전 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제2대 의무원장으로 취임하여 선우경식원장의 자리를 빈틈없이 이어가고 있고, 새로 원목실 제도를 도입하여 영원한도움의성모회의 김희옥 아넷다 수녀가 교리교육과 피정지도 등을 맡아 내실을 다져 가고 있다.

신완식 의무원장은 성모병원 감염내과 과장이자 가톨릭중앙의료원 세포치료사업단장직을 맡고 있던 2009년 2월 학교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요셉의원에 와서 “조금이라도 젊을 때 2% 모자란 인생을 채워나가겠다”며 봉사의 길을 걷고 있어 병원관계자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어렵게 걸어온 요셉의원, 뒤돌아보면 너무 힘들게 걸어 온 길.

그러나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가 실려 오는 환자, 보호자도 없이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 문을 들어서는 환자들을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멈출 수 없는 이 길. 그래서 요셉의원은 쉴 틈조차 없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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