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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호른협주곡 제3번 E b장조 작품번호 447
모차르트 호른협주곡 제3번 E b장조 작품번호 447
  • 의사신문
  • 승인 2014.04.0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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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60〉

■호른 특유의 푸근함과 따스함이 가득

모차르트의 호른 작품들을 이야기할 땐 `로이트게프(Ignaz Leutgeb)' 이름이 떠오르게 된다. 모차르트가 남긴 4곡의 호른협주곡과 1곡의 5중주곡은 모두 모차르트의 친구인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의 호른 주자 로이트게프를 위해 쓴 것이었다. 모차르트는 이들 호른 작품들을 두고 `로이트게프적인 작품'이라고 했는데 이는 작품들의 공통된 밝고 유쾌한 분위기, 유연한 선율과 원만한 연주기법 등이 로이트게프의 성품과 연주성향에서 비롯되었음을 의미하고 있다.

로이트게프는 모차르트일가와 평생 절친으로 지냈다. 기록을 보면 그는 모차르트가 아버지 레오폴트와 1772∼3년 이탈리아를 여행했을 때 동행했고, 거기서 `호른 비르투오소'로서 명성을 떨치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 후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를 떠나 빈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자금을 레오폴트에게 빌리기도 하였다. 빈에서도 둘의 우정은 변함없었는데 모차르트의 부인 콘스탄체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조카뻘인 모차르트가 로이트게프의 집에서 몰래 잤다거나 오페라 〈마술피리〉를 함께 보러 갔다는 이야기 등이 나온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은 스스럼없었던 그들의 우정을 말해 주기도 하고, 장난기 심한 모차르트를 격의 없이 받아주었을 정도로 무던한 그의 성품을 보여 주기도 한다.

모차르트의 호른협주곡 제1번의 마지막 악장 론도의 자필 악보에는 군데군데 이런 낙서들이 적혀 있다고 한다. “이랴, 달려라, 당나귀야!”, “잠깐 한숨 돌리고”, “로이트게프 멍청이야!”, “어휴, 이제 끝이야!”처럼 익살 가득한 글귀가 적혀 있는가하면, 호른협주곡 제2번의 헌사는 `당나귀, 소, 바보인 로이트게프를 동정하며'라고 되어 있다.

게다가 한 작품을 어떤 오선지는 붉은색, 어떤 것은 파란색, 다른 것은 검은색 등등 총천연색 잉크로 쓰기도 했다. 또 작곡을 완성한 후 로이트게프가 악보를 받으러 오면 페이지 쪽수도 적히지 않은 수십 장의 오선지를 휙 마루 위에 뿌리고 그로 하여금 주워서 정리하고 순서대로 맞추게 하기도 했다. 이렇게 장난이 심했지만 두 사람 사이는 언제나 원만하였다. 로이트게프는 훗날 치즈 제조업 경영에 성공해 적어도 금전 면에서는 모차르트보다 훨씬 유복한 생활을 누렸다.

모차르트 당시의 `내추럴 호른(밸브가 달려있지 않은 옛날식 호른)은 연주 상 어려움이 많은 악기였으나 로이트게프는 능수능란하게 다루었고 특히 선율을 노래하듯 연주하는 칸타빌레 주법이 매우 탁월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걸맞게 모차르트의 뛰어난 재능은 내추럴 호른의 특성을 잘 살린 명곡을 탄생시키게 된다.

모차르트의 4개 호른협주곡의 작곡 순서는 2번, 4번, 3번, 1번이며 2악장으로 된 제1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제4번은 가장 규모가 크고 위풍당당한 품위를 자랑한다. 이 곡을 작곡한 1786년은 모차르트의 경력과 역량이 정점에 이른 시기로 이 작품에 나타나는 개성적인 주제와 의욕적인 구성, 기교의 탁월함과 기법의 충실함, 그리고 여유로운 분위기와 안정감은 이 작품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그 이듬해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3번은 그의 완숙기를 증명하듯 세련된 양식을 보여주면서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온화하며 평화로운 목가적인 분위기가 넘쳐난다. 관현악 반주부분에 오보에 대신 클라리넷이 사용되면서 전반적으로 좀 더 푸근한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군더더기 없이 긴밀한 짜임새 속에서 우아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선율이 활달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제2주제가 마치 피아노협주곡 제21번 제1악장 주제와 닮았고 마지막엔 간소한 카덴차가 재치 있게 나타난다. △제2악장 Romance(Larghetto) 그의 호른협주곡 중 가장 정겹게 푸근하면서도 아름답다. 아기자기한 리듬을 지닌 반주 위에서 호른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선율을 느긋하게 노래하고 있다. △제3악장 Allegro 사냥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경쾌하고 활기찬 악장이다. 소박한 주제 위에 한결 여유롭고 풍부한 느낌의 선율들이 삽입되어 있다. 모차르트 특유의 우아함과 쾌활함, 호른만의 푸근함과 풍부함이 가득 하여 듣는 이들의 마음을 유쾌하고 편안하게 인도하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데니스 브레인(호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53]; 게르드 자이페르트(호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67]; 알란 시빌(호른), 오토 클렘페러(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60]; 베리 터크웰(호른), 피터 마크(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59]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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