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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규 변호사의 의사들이 알아야 할 의료 관련 주요 판례 〈11〉
조선규 변호사의 의사들이 알아야 할 의료 관련 주요 판례 〈11〉
  • 의사신문
  • 승인 2014.04.0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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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규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유)동인 변호사>

조선규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피켓 시위, 신속히 `가처분신청' 사태 진전 막아야”

9. 업무방해, 폭행, 상해 관련 사례

■환자에 의해 제기되는 형사분쟁 사례

1. 들어가며

진료를 하다보면 한두번 정도는 환자나 그 보호자로부터 진료 및 그 부수행위와 관련하여 과도한 항의나 부당한 압박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는 의료인의 잘못에서 기인하였기 때문에 수긍할만한 항의인 경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환자나 그 보호자의 오해나 과도한 기대, 나아가 금전 등 악의적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의료인을 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진료행위 당시 환자와의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사전에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또한 환자와의 분쟁이 발생하였더라도 대화나 협상을 통하여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차선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분쟁으로 비화될 경우에는 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아래에서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비교적 많이 발생하는 형사사건인 업무방해죄 및 명예훼손죄와 관련된 사례를 살펴보고, 이외 응급실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폭행의 문제나 주거침입 등 의료인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형사 분쟁의 유형들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2. 사실관계

[사례1] A는 자신의 어머니가 안과의사 B로부터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안내염으로 실명확정을 받자, A를 비롯한 가족들이 병원건물 1층 출입구 앞에서 “원장 B에게 수술을 받았는데 실명되었습니다. 매우 후회스럽습니다.”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교대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에 A는 검찰에 의해 명예훼손죄와 업무방해죄로 기소되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명예훼손죄는 유죄, 업무방해죄는 무죄로 확정된 사안이다.

[사례2] C는 D가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였던 산모인데, 9회에 걸쳐 임신, 육아 등과 관련한 유명 인터넷 카페에 “산후 조리원 측의 막장대응”이라는 제목 하에 “250만원이 정당한 요구의 청구인가를 물어보니 막장으로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네요. 이러면 제가 겪은 사실을 모두 후기에 다 올리겠다고 했더니 해 볼테면 해 봐라며 오히려 저에게 손해배상 청구하겠다고 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총 9회에 걸쳐 게시하여 D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되어 1심과 2심에서는 벌금 50만원의 유죄선고를 받았으나, 대법원에서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D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한 사안이다.


3. 법원의 판단

[사례1]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므로 명예훼손의 공소사실은 유죄로 판단된다.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 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세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될 수 있고, 업무방해죄에 있어 업무를 방해한다 함은 업무의 집행 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널리 업무의 경영을 저해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비록 피고인들이 공소외 1에 대한 실명판정이 확정되기 전에 이 사건 병원 건물 1층 출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함으로써 이 사건 병원의 업무에 어느 정도 장애가 초래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 사건 당시 시위를 벌인 사람의 수, 주위의 상황, 피고인들과 공소외 2의 관계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건물 출입객들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확성기를 사용하여 소음을 일으키지도 않은 채 단지 가족들이 교대로 위와 같은 내용이 적힌 피켓만을 들고 위 건물 출입구의 한 쪽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것만으로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수원지법 2011. 12. 8. 선고 2011노4304 판결)

[사례2] “① 피고인이 인터넷 카페 게시판 등에 올린 글은 피고인이 이 사건 산후조리원을 실제 이용한 소비자로서 겪은 일과 이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담은 이용 후기인 점, ② 이 사건 글에 `피해자의 막장 대응' 등과 같이 다소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기도 했지만, 이는 출산으로 몸과 마음 모두 급격하고 예민한 변화를 겪는 피고인이 제기한 불만에 대응하는 피해자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고, 인터넷 게시글에 적시된 주요 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점, ③ 산후조리원에 관한 정보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으로, 피고인은 자신도 이용 후기를 보고 이 사건 산후조리원을 선택한 것처럼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려는 임산부의 신중한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인터넷에 이 사건 글을 게시하게 됐다고 동기를 밝힌 점, ④ 피고인이 같은 내용의 글을 반복 게시하였지만, 이는 자신의 글이 피해자 측의 요청 등으로 인터넷에서 삭제되거나 게시가 중단된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⑤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공표 상대방은 인터넷 카페 회원이나 산후조리원 정보를 검색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에 한정되고 그렇지 않은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⑥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모든 산모가 만족할 수는 없으므로 영리 목적으로 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해자로서는 불만이 있는 산모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명을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 하는 점, ⑦ 산후조리원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의 글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한 정도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정보 및 의견 교환에 따른 이익에 비해 더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산후조리원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자 하는 임산부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 및 의견 제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처럼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산후조리원 이용대금 환불과 같은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392 판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4. 시사점

인터넷의 발달로 최근 많이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요즘도 흥분한 환자 측이 병원 앞에서 무력시위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사례1]에서는 안과의사 B가 신속히 법원에 피켓시위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하여 시위가 중단된 사안인데, 현실적으로 개원의들이 이러한 사태를 맞는다면 지역 주민들에게 좋지 않은 평을 받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어서 이에 따른 손해는 금전적으로 평가하기 힘들 정도에 이를 수 있다. 사례에서처럼 신속히 가처분신청을 하거나, 경찰에 연락하여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의 위법행위를 한다는 취지의 신고를 하여 초기단계에서 사태의 진전을 막을 필요가 있다.

[사례2]는 1,2심에서 모두 유죄로 판단되었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사안이다. 원심판결과 달리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배경을 보면, 헌법 제12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비자 보호운동의 보장 및 소비자기본법 제4조에 근거한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에 바탕을 둔 것이다. 즉, 실제로 물품을 사용하거나 용역을 이용한 소비자가 인터넷에 자신이 겪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행위에 비방의 목적이 있는지는 제반 사정을 두루 심사하여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인 것이다.

이를 반대 해석해 보면, 위와 같은 내용이 아닌 악의적 댓글 등에는 여전히 처벌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므로,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판단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허위사실이나 악의적 댓글을 게시하여 의료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인터넷명예훼손인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의하여 가중처벌되고 있다. 발견 즉시 해당정보를 게재한 네이버나 다음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구할 수 있고, 나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에서 명예훼손분쟁조정을 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한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응급의료종사자의 진료행위 등에 대하여 폭행, 협박, 위계, 위력 등으로 방해하는 행위 등을 형사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일반 병의원에서의 환자 측에 의한 폭행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 없이 여전히 일반법인 형법에 의해 규율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인에 대해 폭행하는 경우 가중처벌하자는 입법개정안이 상정되었으나 현재까지 보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병원 내부에 몰래카메라를 들고 침입하거나 진료 아닌 목적으로 침입하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고, 나가라는 요청을 거부할 경우 퇴거불응죄가 성립될 수 있다. 그리고 병원 내외부에서의 협박, 공갈죄 등이 성립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환자에 의해 제기되는 형사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까운 지구대의 전화번호를 숙지해서 유사시 신속히 연락할 필요가 있고, 다음으로, 향후 분쟁에 대비하여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녹취, 대기 환자들의 진술서 등 증거확보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흥분한 환자 측에게 미리 위와 같은 여러 죄명을 기재한 서면을 준비하였다가 제시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분쟁상황의 확대를 막을 필요가 있다.

조선규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유)동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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