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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간문맥 혈전증 환자 고난이도 간이식 성공
이대목동병원, 간문맥 혈전증 환자 고난이도 간이식 성공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4.04.0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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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기적, 절망에서 희망으로 간이식 24시’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홍근 교수(사진 왼쪽)와 퇴원을 앞둔 박성애 씨.
간경변증을 앓던 박성애(65) 씨는 지난 해 크리스마스, 이대목동병원에서 간이식을 받고 제2의 삶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박성애 씨의 간이식은 극적이었다. 박 씨는 폐렴과 함께 심한 황달, 복수(배에 물이 차는 것), 심한 간성 혼수로 의식이 거의 없이 2주 가까이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의료진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KONOS)의 뇌사자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렸다.

간성 혼수가 뇌사자 우선 선정 조건이 되어 명단에는 올릴 수 있었지만, 장기 이식 대기자가 많아 실제 이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던 상황. 가족들에게는 기다리는 동안 돌아가실 수 있다는 절망적인 얘기도 이미 전해진 상태였다.

“박성애 씨 뇌사자 선정됐어요. 우선 순위에 있던 다른 병원에서 포기했어요.”

연말 분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낮 12시 경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로부터 뇌사자가 발생해, 그 이식 대상자로 박성애 씨가 선정되었으니 이식 받을 간을 가지러 오라는 연락을 받은 것.

대상자로는 선정됐지만 간을 구해오기 위해서는 바로 뇌사자가 있는 대전으로 가야했다. 수술을 집도할 홍근 교수팀은 당시 크리스마스 이브라 기차 표를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앰블란스를 동원하고 오후 3시 출발해 도착한 병원에서 6시 반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얻기 위한 수술을 시작했다.

이 또한 분할 간이식과 폐, 심장 구득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새벽 한 시에 어렵사리 간 구득을 마치고 새벽 3시에 다시 이대목동병원에 도착하여 이현국 교수가 박성애 씨의 간을 제거하는 동안, 구득한 간의 혈관 정비를 하는 벤치(bench) 수술을 하고 마침내 홍근 교수는 박 씨 몸에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시작할 수 있었다.

뇌사자로부터 이식할 간을 구하는 것부터 모든 것이 어렵게 진행된 간이식 수술이었지만 제일 큰 문제는 박성애 씨 몸상태. 오랜 투병생활과 심한 간성혼수로 인해 박성애씨의 몸 상태는 간이식을 받아도 의식이 돌아올지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져 있었다. 특히 간경변증으로 인한 간문맥에 혈전이 생겨 완전히 막혀 있었던 것.

이현국 교수가 박성애 씨로부터 기능을 못하고 있는 간을 떼어낸 후, 홍근 교수의 주도로 직접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부터 시작해 구해온 간을 문합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뇌사자 발생부터 24시간이 지난 크리스마스 당일 정오를 넘어서야 이 모든 간이식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박성애 씨의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간성혼수가 심했던 환자여서 의식이 돌아오는 것이 관건이었다. 다행히 간은 기능을 되찾았고 의식도 돌아와서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술 전 호전되고 있던 폐렴이 다시 악화되었다. 중환자실에서 다시 기도 삽관 및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았고, 설상가상으로 급성신부전이 악화되어서 투석도 같이 병행해야 하는 기간이 두 주 이상 지속됐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지만 이영주 중환자 실장과 홍근 교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 달 남짓 기나긴 중환자실 투병 결과 결국 폐렴, 신장 기능은 호전됐고 인공호흡기를 중단할 수 있었다. 간 기능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의식이 없어 가족도 알아 볼 수 없었던 박성애 씨는 처음으로 가족들을 알아보고 눈물을 흘렸다. 또한 일반 병동으로 옮긴 후, 장기간 투병생활 및 중환자실 치료로 정상적인 보행이 되지 않아 재활 치료를 시작했고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퇴원을 하게 됐다.

개소 1주년을 맞이하는 이대목동병원 간센터는 지난 해 4월 10일 간이식을 시작한 이래 매번 뇌사자 장기이식부터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생체 간이식까지 어려운 간 이식 수술을 잇따라 시행해 100% 성공하면서 간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대목동병원 간센터는 B형간염, 간세포암, C형 간염, 알콜성 간경변증, 그리고 선천성담도폐쇄증으로 소아시절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지내다 갑자기 악화되어 간이식을 받은 환자 등 다양한 원인 질환에 대한 간이식을 잇따라 성공시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박성애 씨의 간이식을 집도한 홍근 교수는 “다양한 원인 질환에 대한 간이식 성공은 어떠한 질환의 환자도 이식이 가능하며 질환별 수술 후 관리가 가능하고, 뇌사자 간이식뿐만 아니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생체간이식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고른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100% 성공률은 수술 능력도 중요하지만 신속하면서도 세심한 수술 후 관리 및 치료가 중요하며 우리 병원의 특화된 장점”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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