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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포레 바이올린소나타 제1번 A장조, 작품번호 13
가브리엘 포레 바이올린소나타 제1번 A장조, 작품번호 13
  • 의사신문
  • 승인 2014.03.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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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58〉

■순수한 영혼의 깊은 서정이 깃든 선율로 모더니즘 예견

젊었을 때 포레는 소나타과 같은 실내악을 쓰고는 싶었지만 그렇게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파리에 실내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할 만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포레가 작곡 활동 초기에 가장 편안하게 느꼈던 장르는 가곡이었다.

마침내 1871년 그의 스승인 생상스가 젊은 프랑스 작곡가들의 실내악과 관현악곡을 연주할 목적으로 국립음악협회를 설립하게 된다. 그 후 포레가 서른 살이 되던 1875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첫 번째 기악곡과 관현악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바이올린소나타 제1번이다.

이 곡이 작곡된 동기는 포레가 벨기에의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인 위베르 레오나르와 친교를 맺은 데서 비롯되었다. 두 사람은 카미유 클레르부부가 주최한 음악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포레는 `바이올린소나타'의 상당 부분을 1875년 노르망디 해안에 머무는 동안 작곡했는데 이때 레오나르는 바이올린 연주에 대해 여러 차례 조언을 했다.

1977년 1월 국립음악협회 연주회에서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마리 타유와 포레의 피아노연주로 이 작품이 초연되었을 때 엄청난 갈채를 받게 된다. 그날 밤 포레가 클레르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소나타는 오늘 저녁 내가 바랄 수 있었던 수준이상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라며 `자식이 장성해 더 이상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어머니들이 느끼는 슬픔을 느꼈다'라고 적었다.

`근대 프랑스 음악의 아버지'로서 포레 음악은 세련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고, 순수한 프랑스의 향기가 담겨 있으며, 화성적 감각으로는 이전과 전혀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포레는 파미에 태생으로, 1854년 9세 때 교회 음악가 양성을 위해 설립된 니데르메이어 음악학교에 들어가 10년을 지낸다. 교육은 스파르타식으로 엄격했고 수업은 그레고리오 성가, 팔레스트리나와 바흐였다. 15세 때 포레는 25세의 피아노 교수인 생상스를 만나 평생의 벗이자 제자가 된다.

1896년 마스네의 후임으로 파리음악원의 교수가 되어 작곡법, 대위법, 푸가 분야를 담당했으며, 1905년에는 뒤브와의 뒤를 이어 파리음악원의 원장이 되었다. 그 문하에는 에네스코, 라벨, 시미트, 불랑제 등이 배출되었다. 1913년 청각을 상실하면 남과의 소통이 어려워지자 1920년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은둔생활을 하다 1924년 파리에서 생애를 마쳤다. 프랑스 근대음악을 황금기로 이끈 포레의 바이올린소나타 제1번은 젊은 시절 행복감으로 가득차면서 쓴 곡으로 순수한 영혼의 깊은 서정이 맑은 빛을 발하고 있다.

이 곡에서는 시대에 비하여 매우 진보된 선율을 느끼게 되면서 인상주의와 모더니즘의 도래를 일찍이 예견하고 있다. 특히 제2, 3악장에서의 멜로디는 마치 현대 샹송이나 재즈를 연상케 하며 후배인 라벨이나 드뷔시의 현악사중주 작품의 악장들 중에서 이와 유사한 선율을 만날 수 있다.

△제1악장 Allegro molto 바이올린과 피아노에 골고루 분배된 세련된 선율은 정교하게 짜였으며 악장 전반에 걸쳐 유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일관된 아르페지오와 미묘한 분산화음으로 가득 차 있으며 왼손 옥타브에 의한 피아노의 물결치는 음형은 풍부하면서도 유동적으로 변하는 화성과 더불어 포레 음향의 본질을 이루고 있다.

△제2악장 Andante 무거운 첫 악상 위로 애수에 찬 선율을 노래하며 주제가 부드러운 샹송 같은 풍부한 표정을 띤 채 들어온다. 예기치 않은 화성 변화로 교묘한 태도로 정상에 도달했다가 내려간다. 특별히 선율을 꾸미지 않고 있다가 중간부에서는 첫 악상이 잠시 회상된 뒤 곧 절묘한 클라이맥스로 발전해간다.

△제3악장 Allegro vivo 재치 있고 독창적인 악장으로 재즈와 유사한 음계 진행과 피차카토, 리듬 변화 등으로 초연 때 많은 호응을 받은 부분으로 앙코르로 다시 연주되기도 했다. 드뷔시와 라벨도 이 악장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아 현악사중주에서 비슷하게 활기 찬 악장을 쓰고 있다. 명랑한 악상이 다시 등장하면서 이 악장은 익살스런 결말로 치달아간다.

△제4악장 Allegro quasi presto 온화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시작해 열정적으로 이음매 없이 흘러간다. 풍부한 선율과 다채로운 짜임새,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화성 등 포레의 솜씨를 보여준다. 곡이 끝날 것 같은 지점에서 조용히 무궁동적인 코다를 등장시키며 마지막을 향해 휘몰아쳐간다.

■들을만한 음반: 아르투르 그뤼미오(바이올린), 파울 크로슬레이(피아노)[Philips, 1977]; 자크 티보(바이올린), 알프레도 코르토(피아노[Prestine audio, 1927]; 장 프루니에(바이올린), 지네트 도엔(피아노)[Westminster, 1955]; 강동석(바이올린), 파스칼 드보엔(피아노)[Naxos, 1995]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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