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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라우스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op.30
슈트라우스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op.30
  • 의사신문
  • 승인 2009.07.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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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초인사상을 음악으로 예찬

 
이 곡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쓴 독일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찬미한 작품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 책의 소제목들에서 발췌한 8개의 부제와 독립된 도입부를 포함해 9부분으로 구성했으며, 니체의 저서를 음악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니체의 천재성을 예찬하고 있다. 이같은 목적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악보 표지에는 `자유롭게 니체에게 따른…'이라고 쓰여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결코 위대한 철학자 니체의 작품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발전의 관념과 갖가지 단계를 거쳐 초인에 이르는 과정, 즉 니체의 초인 사상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궁정 오케스트라의 호른 주자의 아들로 태어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어린 시절 가정환경은 모차르트와 유사하다. 모차르트처럼 6세에 작곡을 하는 등 신동의 징후를 보였고, 어릴 때부터 `마탄의 사수'나 `마술피리'와 같은 대가들의 오페라에 심취했다. 젊었을 때는 슈만과 브람스의 정통 독일음악을 동경해 고전주의에 바탕을 둔 낭만적 작품을 쓰다가 후기에는 리스트와 바그너의 영향을 받아 교향시에 몰두하게 된다.

그는 고뇌하는 예술가였다기보다는 세속적인 성공의 감각에 잘 맞추는 편이었고 작곡가로서는 당대의 말러보다 훨씬 인기가 있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의 작품에 깃든 천재적인 관현악법은 음악의 기본적 아이디어보다 그것을 포장하는 편곡 능력과 관현악법으로 치중되어 발휘되었기 때문에 일견 예술성이 퇴색되어 보이기도 하나, `돈 환', `돈키호테'를 비롯한 그의 초기작에서는 참신함과 완벽한 세련됨이 균형 잡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그의 창작세계 중 찬란한 절정에 해당하며 진지한 음악성과 음향의 찬란함이 기적적으로 조우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철학과 사상을 이야기하는 책을 기본전제로 하고 있어 이 작품이 들려주는 음악은 그의 어떤 다른 작품보다도 훨씬 논리적이다.

도입부는 음악이라기보다는 `대자연의 미세한 진동'이라 할 수 있는 초저음으로 시작하면서 4대의 트럼펫이 기초적인 자연배음으로만 이루어진 `자연의 모티브'를 제시한다.

삼라만상의 수수께끼와 찬란한 해돋이를 연상케 하는 서주에 이어 제1주제는 `배후세계의 사람들에 관하여'의 부분으로 이어진다. 저현의 피치카토로 제시되는 모티브는 `인간의 동경'이라 불리는데, 곡 전체는 자연과 인간을 상징하는 양극성으로 압축되어 있다. 오르간과 잘게 쪼갠 현악합주를 위한 서정적인 부분은 일견 종교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니체의 더 이상 천국을 믿지 않는다는 무신론을 피력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제2주제는 `거대한 동경에 관하여' 부분을 폭풍같이 연결하면서, 제3주제 `기쁨과 정열에 관하여'로 넘어간다. 정열적인 관악의 주제가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물줄기처럼 상승하는 현악의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거대한 절정을 이루어낸다.

제4주제 `무덤의 노래'는 비교적 온건한 경과구로 다음 주제와 조용히 연결된다. 제5주제 `과학에 관하여'는 음악 기법 중 가장 아카데믹하다고 알려진 푸가 형식으로 시작한다. 저현이 이끄는 주제는 자연의 모티브이지만 현학적인 면모를 보인다. 과학과 마법을 통해 완벽에 도달하고자 하는 초인적인 의지와는 전혀 다른 `과학의 우상'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제6주제 `병에서 회복된 사람'에서는 복잡한 대위법을 통해 휘몰아치는 부분을 거쳐 자연의 장엄하고 거대한 코드가 관현악을 통해 울린다. 제7주제 `춤에 붙인 노래'에서는 독주 바이올린의 활약은 협연하듯 보이고 거대한 클라이맥스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마치 자정을 알리는 듯하며, 좌초하는 듯 점차 꺼져가면서, 제8주제 `밤에 배회하는 사람의 노래'로 연결되면서 조용히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83); 칼 뵘(지휘), 베를린 필(DG, 1958); 루돌프 켐페(지휘), 드레스텐 국립관현악단(EMI, 1971); 프리츠 라이너(지휘), 시카고 교향악단(RCA, 1958); 게오르그 솔티(지휘) 시카고 교향악단(Decca 1975)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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