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0:31 (목)
졸탄 코다이 무반주 첼로소나타 작품번호 8
졸탄 코다이 무반주 첼로소나타 작품번호 8
  • 의사신문
  • 승인 2014.03.10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 이야기 〈256〉

오스트리아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헝가리의 20세기 초 코다이는 버르토크와 음악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헝가리의 민속음악을 채보하여 혁신적인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는 드뷔시, 스트라빈스키 등의 영향을 받았지만 18세 때 부다페스트음악원에 입학하면서부터 헝가리 민속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민요의 수집과 연주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 결과 1905년경 버르토크와 함께 시작한 민요 수집은 무려 3500여 곡이나 되었다.

버르토크는 헝가리 민속음악을 유럽의 음악언어에 도입하는 방향을 취한 반면, 코다이는 드뷔시의 영향을 받아 민속음악을 예술적으로 다듬었다. 전통주의 입장을 고수하던 코다이의 음악은 전성기 시절부터 점차 급진적인 작풍을 나타나게 되는데 실내악 작품에서 그 경향을 또렷이 살펴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우수한 음악성과 독특한 개성을 바탕으로 비교적 온화한 편이다. 독자적인 감각과 어법은 그가 헝가리민요를 연구한 본질적인 결과로 민요의 처리에 있어 새로운 화성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는 신경질적이고 예리한 현대음악보다는 서민적인 소박한 언어를 발판으로 예술적인 향취를 더욱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작곡고자 하였다.

이 작품은 코다이의 실내악 작품 중 최고 걸작으로 손꼽힌다. 1915년 작곡된 무반주 첼로 소나타는 고전적인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현대화로 민족주의 예술가인 그의 헝가리적인 요소들이 구석구석 내포되어 있는 작품이다. 33세 때 쓴 이 작품은 헝가리의 민요와 트랜실베니아 지방 농민의 노래와 춤 등의 민속음악 소재로 구성되었다.

또한 헝가리 민속음악에 사용되는 악기를 모방하고 있는데 침발롬(양금과 유사한 악기)과 백파이프, 치터르(기타처럼 연주하는 작은 하프), 타르가토(집시 클라리넷) 등의 여러 악기로 변신하기 위해 왼손의 피치카토, 활을 두드리는 스타카토, 더블 스토핑, 아르페지오 등 모든 첼로 주법을 구사하면서 음악적으로 긴밀함을 더하게 되어 첼로 작품들 중 가장 고난이도의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의 독특한 음색과 화음 효과를 내기 위해 변칙조율을 하였는데 이 소나타의 조성인 b단조를 개방 현으로 내기 위해 첼로의 4개 현(A-D-G-C) 중에서 낮은 2개의 현인 G와 C현을 각각 반음 낮게 조율하여 연주를 하여 연주기교 상 어려움을 더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첼로의 가장 낮은 음부터 다섯 옥타브에 이르는 범위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음색과 보다 폭넓은 음향을 만들어내는 것도 이 곡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무반주 첼로소나타는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마지막 장면에도 삽입되어 질곡한 삶과 사랑에 대한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사랑했던 줄리앙으로부터 버림받은 화가 미쉘(줄리엣 비노쉬)은 점점 시력을 잃어가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걸인처럼 거리에서 살아가는데 어느 날 노숙자처럼 살아가는 병든 곡예사 알렉스(드니 라방)를 만나 세느강의 퐁네프다리에서 외로움과 고통, 사랑을 함께 하는 생활을 시작한다.

이들은 마음속의 상처와 지저분한 모습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잃고 현실에서 마냥 비틀거린다. 비록 내려갈 곳 없는 밑바닥이라 할지라도 진실한 사랑이 있고 그래서 삶엔 아름다움이 있다. 마지막에 줄리앙을 따라 지하철로 뛰어드는 미셸, 그 모습을 보고 목발을 집어던지는 알렉스. 첼로의 선율을 따라 뛰는 미셸과 그 뒤를 쫓는 알렉스. 이때 흘러나오는 곡이 바로 이 작품이다.

△제1악장 Allegro maestoso ma appassionato 주의를 집중시키는 강렬한 화음으로 시작하여 제1주제는 3개의 방향으로 퍼지면서 피차카토 선율을 지난 후 서정적인 제2주제가 나온다. 이후 민족적인 주제의 긴장과 고뇌를 지닌 결연함이 드러난 후 어두운 명상에 잠기게 된다.

△제2악장 Adagio(ma grand'espressione) 자유롭고 폭이 넓은 표정을 지닌 가곡형식으로 환상적이고 동양적인 카프리치오선율이 왼손의 피치카토와 함께 아름답게 나타난다. 구슬픈 민요를 부르듯 감성적이고 민속적인 선율과 함께 자유롭고 아름다운 짧은 코다로 막을 내린다.

△제3악장 Allegro molto vivace 6개 부분으로 되어 있으며 온갖 첼로의 기법이 등장한다. 활기 넘치는 춤곡으로 시작한 후 첫 4개 부분은 민속춤곡의 요소가 결합하여 나타난다. 제5부분에서는 피치카토와 아르코가 교체로 반복하면서 특이한 색채로 그려진다. 제6부분인 코다에서는 아르페지오와 함께 화려하고 민속적인 선율이 클라이맥스를 이루면서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야노스 슈타커(첼로)(Columbia, 1950); 야노스 슈타커(첼로)(Delos, 1987); 미클로스 페레니(첼로)(Hungariton, 1977); 쟝-키엔 카레스(첼로)(DG, 2011)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