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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포기한 말기신부전 UAE 환자 국내 의료진이 살렸다
중국이 포기한 말기신부전 UAE 환자 국내 의료진이 살렸다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4.03.05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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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맨 왼쪽부터 술탄 씨. 민상일 교수, 정창욱 교수, 모하메드 씨, Ahmed 씨, 양재석 교수, 정다혜 간호사, Saeed Al Kaabi UAE 무관, 알라엘딘 씨, 칼래드 씨>

중국이 포기한, 생명이 위독한 아랍에미레이트(UAE) 말기신부전 환자를 우리나라 의료진이 살려내 화제를 낳고 있다.특히 그의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신장을 기증,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이는 서울대병원이 지난해 4월 UAE 국방부와 협약을 맺은데 따른 것이다. 협약에 따라 자이드 군병원에서 29명의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 대부분은 UAE 현지에서 시행이 불가능한 장기이식수술, 암 수술 등 고난도 수술이 요구되는 환자들이다.

양재석 장기이식센터 교수는 “술탄 씨는 심장질환의 기왕력을 가진 환자로 신장이식 수술 준비가 쉬운 케이스는 아니었다”며 “그러나 각 과의 협력을 통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고 말했다.

또 민상일 비뇨기과 교수는 “성공적인 이식이다. 이식된 신장이 기능을 잘 하고 환자 상태도 좋다"며 "향후 건강관리와 면역억제제 복용, 외래진료도 중요한데, 자이드 군병원과 원격진료가 가능해, 추후 관리도 잘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수술을 받은 군 출신인 술탄 씨(Sultan Salem Abdullah Al-Zaabi, 58세, 남)는 평소 고혈압과 비만으로 지난 2009년부터 만성신질환을 앓아 왔다고 한다.

그는 이듬해 극심한 가슴 통증을 동반한 허혈성심질환으로 2010년에는 관상동맥우회술을, 2011년에는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았는데 그 사이 신장 기능은 더욱 나빠져 2012년 3월부터는 혈액투석을 받았다.

허혈성심질환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에 지방질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을 말한다.

주3회 혈액투석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던 그에게 자이드 군병원(Zayed Military Hospital)은 말기신부전을 알리고 신장이식을 권했다.

혈액형이 같은 첫 째 아들(3남3녀 중) 모하메드 씨(MOHAMED SULTAN ALZAABI, 30세)는 아버지에게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UAE에는 신장이식을 하는 병원이 없었다.

술탄 씨 가족은 전 세계 주요 병원을 수소문 하며 이식이 가능한 병원을 찾았다.
지난 해 4월 중국 소재 모 대학병원에 신장이식 가능 여부를 물었으나 심장이 불안정한 그에게 ‘신장이식은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 왔다.

이에 가족들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UAE 국방부를 통해 서울대병원에 연락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해 UAE 국방부와 협약을 맺고 군인을 비롯한 자이드 군병원 환자들 중 현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신장 이식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이 한국으로부터 전해져 왔다. 술탄 씨 가족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지난 2월 내한했다.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 의료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는 술탄 씨가 신장 뿐만이 아니라 심장도 좋지 않아 수술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심장이 장시간 마취를 견디기 위해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하고 신속한 수술이 필요했다.

양재석 장기이식센터 교수는 아버지와 아들의 수술 전 신장상태 평가와 이식 후 관리를, 비뇨기과 정창욱 교수는 아들의 신장 적출을 그리고 외과 민상일 교수는 적출된 신장의 이식과 이식 후 관리를 맡으며 긴밀히 협진했다.

지난 달 6일 오전9시, 아버지와 아들은 나란히 병원 2층 수술장으로 향했으며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술탄 씨는 아들의 건강한 신장을 받고 병실에서 회복후 지난 달 27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술탄 씨는 “한국에서 치료 받으라고 한건 UAE 의사들이었다.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UAE 의사들이 바른 선택을 했을 거라 믿었다. 한국에서 치료 받는 동안 숙련된 의사들의 긴밀한 공조와 신속한 진료절차, 국제진료센터의 친절한 서비스에 감동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모하메드 씨는 “아버지가 어서 본국에 돌아오셔서 가족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며 "KOREA DOCTOR, VERY GOOD, THANK YUU"를 연신 외쳤다.

김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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