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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외탕 바이올린협주곡 제5번 A단조 작품번호 37
비외탕 바이올린협주곡 제5번 A단조 작품번호 37
  • 의사신문
  • 승인 2014.02.2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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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54〉

■품격 있는 화려한 프랑스-벨기에 바이올린 악파의 정수

니콜로 파가니니를 기점으로 요셉 요아힘, 파블로 사라사테 등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웅비하던 19세기 유럽에서는 또 다른 걸출한 벨기에 바이올리니스트 앙리 비외탕이 활약 하고 있었다. 외젠 이자이라는 비르투오소를 키워냈고, 현재 아르투르 그뤼미오로 이어지는 프랑스-벨기에 바이올린 악파 계승자인 그는 당대 비르투오소들이 그랬듯 뛰어난 작곡가였다.

모두 7곡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비롯하여 여러 곡의 기교적 소품과 변주곡을 남겼는데, 그중에서 최고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바이올린협주곡 제5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 중간부의 `아다지오'에서는 벨기에 작곡가 앙드레 그레트리의 오페라 중 당시 유행되던 “나의 집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라는 선율이 도입되어 있어 `그레트리'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 곡은 비외탕이 미국을 두 번째 방문한 뒤인 1861년에 완성했고, 친구인 브뤼셀 음악원 바이올린과 교수 레오나르의 교재로써 작곡했다. 레오나르는 당시 유명한 바이올린 명수로서 스타카토와 아르페지오가 능숙했기 때문에 이 곡에도 그 기법이 많이 등장한다.

벨기에 태생인 앙리 비외탕은 6세 때 관현악과 협연하는 연주회에서 청중을 놀라게 한 신동 바이올리니스트이었다. 악기 제작자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공부하기 시작한 비외탕은 1829년부터 브뤼셀음악원에서 당대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 베리오에게서 벨기에 악파기법을 배우고 1833년 독일 여러 도시를 연주 여행한 후 1834년 런던에서 파가니니를 만나 기량을 겨뤘다. 빈에서 제히터에게 화성과 대위법을 배웠고, 이어 파리로 건너가 라이하에게 작곡을 배웠다.

1846년부터 페테르부르크 궁정전속 독주자 및 음악원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19세기 프랑스 악파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다. 말년에는 브뤼셀 음악원의 교수로서 바이올린 교육에 공헌했는데, 그의 제자로는 이자이, 후바이 등이 배출되었다. 1873년 중풍으로 오른팔을 쓸 수 없게 되자 비에냐프스키에게 교수직을 물려주고 작곡활동만 해오다가 1879년부터 알제리의 요양원에서 지내다 1881년 6월 그곳에서 사망했다.

이 바이올린협주곡은 1862년 비외탕 자신이 초연했는데, 베를리오즈는 그 초연을 듣고 다음과 같이 극찬했다. “나는 지금 이 화려한 협주곡을 끝까지 분석해 갈 수가 없다. 다만 내가 지금 여기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이 지극히 위대하고 새로운 것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작품 전체에 걸쳐 보여 준 훌륭한 구성은 독주 악기만을 압도적으로 취급하지 않고서도 생생하고 정교한 빛을 발하고 있다. 관현악은 유려하고 속되지 않았고 때로는 지나치게 호화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품격을 잃고 있지 않고 있다”고 평을 하면서 “만약 비외탕이 뛰어난 비르투오소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그를 위대한 작곡가로서 환호할 수 있을 텐데…”라고 덧붙였다.

이 곡은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협주곡의 형식을 과감히 탈피해 1악장 3부형식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과 관현악부분의 규모와 역할이 더욱 확대되어 독주 바이올린과 관현악의 조화가 돋보이는 점 등에서 남다른 음악적 깊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교적인 면에서도 난곡으로 손꼽히는데 프랑스풍의 기품과 세련됨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 노래하는 듯한 비장한 멜로디와 화려한 기교로 점철된 이 곡은 비단 그의 작품 뿐 만에서만 아니라 수많은 바이올린 걸작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제1부 Allegro non troppo 오보에와 함께 관현악의 총주로 시작하면서 점차 음폭이 증가되면서 저음현이 힘차게 연주한다. 이어 저음현의 트레몰로 위에 주제가 힘차게 연주된 후 우아한 독주 바이올린의 상행 선율이 나타난다. 이는 점차 장식적으로 변형되어 관현악반주 위에 독주 바이올린이 폭 넓은 아르페지오의 기교적 패시지와 함께 긴 트릴이 나타나고 짧은 카덴차 패시지를 지나 끝난다. △제2부 Adagio 그레트리의 오페라에서 따온 애수에 찬 선율을 독주 바이올린이 서정적으로 노래한 후 기교 넘친 카덴차와 함께 우아하게 종결부로 이어진다. △제3부 Allegro con fuoco 독주 바이올린이 화려하고 기교적인 패시지를 연주하고 관현악이 트레몰로를 연주하는 가운데 독주 바이올린의 음계가 급속히 상승하면서 극적으로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아르투르 그뤼미오(바이올린), 마누엘 로장탈(지휘), 라무뢰 콩세르 오케스트라(Philips, 1963); 야사 하이페츠(바이올린), 말콤 사전트(지휘), 런던 뉴심포니 오케스트라(RCA, 1961); 정경화(바이올린), 로렌스 포스터(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74); 이차크 펄만(바이올린), 다니엘 바렌보임(지휘), 파리 오케스트라(EMI, 1974)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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