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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 D장조 작품번호 19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 D장조 작품번호 19
  • 의사신문
  • 승인 2014.02.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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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53〉

■청년기 프로코피예프의 리리시즘적인 유머가 풍부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세계는 세 시기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1904∼17년 러시아 혁명까지의 청년 시절이고, 두 번째는 1918∼33년 미국 망명 시절, 마지막 시기는 1933년 러시아 귀국 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이다. 이 세 시기로 보았을 때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은 1917년으로 첫 번째 시기 말, 바이올린협주곡 제2번은 1935년으로 마지막 시기 초에 작곡되었다.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이 작곡되던 당시 프로코피예프는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초연 당시 반응만큼이나 반발을 일으킨 발레곡으로 인해 러시아 음악가들 사이에서 독특하고 야심찬 작곡가로 불렸는데 이 작품에서도 역시 청년기 시절의 대담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은 비교적 고전적인 느낌이 강하고 리리시즘적인 요소가 많이 스며있다.

프로코피예프가 이 작품을 쓰기로 결심했던 것은 페테르부르크음악원 시절인 1913년이었으나 그 이듬해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과 1917년 러시아혁명 등 혼잡한 사회정세 속에서 음악원 교수 파울 호찬스키의 협조로 1917년 여름에서야 완성됐다. 1914년 음악원 졸업이후 그는 작곡가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어머니의 권유로 영국 런던에 머물렀는데 마침 그곳에 디아길레프도 와있었다.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을 듣고 감명을 받은 디아길레프는 프로코피예프를 국제적인 무대에 등장할 수 있도록 후원하게 된다. 그렇게 상승세를 타면서 프로코피예프는 1917년 여름을 음악원 근처에서 보내면서 〈고전적 교향곡〉의 작곡을 시작하였으며 그동안 미루었던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완성하게 된다.

작곡한 이듬해 프로코피예프가 망명길에 올랐기 때문에 초연은 1923년 마르셀의 독주와 쿠세비츠키의 지휘로 파리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때 평론가들은 너무 감상적이고 지나치게 음악에 심취했다며 `리리시즘의 과다'라고 혹평하였다. 하지만 이듬해 6월 프라하 국제현대음악제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시게티가 이 곡을 연주한 이후 인기가 급상승하게 되었다.

시게티 역시 각지의 연주회에서 이 곡을 필수 레퍼토리로 넣어 인지도를 높이는데 공헌하였다. 프로코피예프도 그런 시게티의 모습에 감사하여 `나의 협주곡의 최고 연주자'라고 부르면서 이 작품을 통해 그들은 더욱 긴밀한 사이가 된다. 1953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연주회를 하고 있던 시게티는 프로코피예프가 모스크바에서 서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절친한 친구를 애도하며 자신의 공연에서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 제2악장을 연주하기도 했다.

△제1악장: Andantino. 비올라의 트레몰로 후 `꿈꾸는 듯' 독주 바이올린이 제1주제를 펼친다. 서정적인 선율과 함께 관악이 곁들여진 후 제1바이올린에 이어 독주 바이올린이 저음 현, 바순과 뒤엉키면서 제2주제를 노래하고 반음계를 이용하여 그로테스크하고 독특한 굴절된 선율을 그린다. 이 주제에서 프로코피예프가 바이올린니스트 오이스트라흐에게 “누군가를 설득하는 그런 요령으로 연주하게나.”라고 주문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현의 피치카토 등의 변주이후 웅장함과 함께 순수하면서도 야성미 넘치는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이후 고요함이 찾아오고 독주 바이올린의 코랄과 함께 비올라의 트레몰로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며 끝을 맺는다.

△제2악장: Scherzo Vivacissimo. 프로코피예프의 독특한 유머가 가득한 악장이다. 쾌활한 분위기로 제1악장과 제3악장을 이어주고 있다. 제1바이올린의 스타카토 화음과 플루트와 비올라의 스타카토, 제2바이올린의 피치카토, 하프가 혼재되어 기괴함을 강조하고 반음계를 통해 쾌활한 론도를 이어간다. 독주 바이올린이 기괴한 선율들을 변주해 나아가고 플루트와 함께 독주 바이올린이 난해한 기교를 전개하면서 높은 음에 이르러 아름답고 우아하게 끝을 맺는다.

△제3악장: Moderato-Allegro Moderato. 제1악장 주제가 자유롭게 변주하듯 되풀이하며 환상곡과 같은 느낌을 강하게 표출한다. 전체적으로 상승 악구와 반음계가 곁들여져 독주 바이올린이 제1악장 제1주제를 계속 진행하면서 서정성을 가미하고 있다. 마지막엔 프로코피예프가 지시한 `꿈꾸는 듯한' 리리시즘을 재현하고 고요한 화음으로 서서히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요제프 시게티(바이올린), 토마스 비첨(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35);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로브로 폰 마타치(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EMI, 1954); 정경화(바이올린), 앙드레 프레빈(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74); 막심 벵겔로프(바이올린),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Teldec, 1992)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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