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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현을 위한 세레나데〉 C장조, 작품번호 48
차이코프스키〈현을 위한 세레나데〉 C장조, 작품번호 48
  • 의사신문
  • 승인 2014.02.1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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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52〉

■자신만의 `찬란한 슬픔'을 완성도 높게 표현한 작품

젊은 시절 자주 서구 유럽을 방문한 차이코프스키는 바로크의 모음곡 양식과 고전주의 음악의 간결하고 명쾌한 음악기법에 심취하였다. 특히 이 작품을 쓸 무렵 모차르트에 대해 애정과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대한 애착으로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뮤직〉을 모델로 하여 세레나데를 피아노곡으로 작곡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악 합주용으로 좀 더 풍성하고 다양한 색채로 편곡하였다. 당시 향토색이 짙은 다른 러시아 작곡가와 달리 차이코프스키는 자신만의 서유럽 악풍과 슬래브적인 분위기가 잘 섞인 뛰어난 작곡기법으로 다양한 정서를 살렸고 형식과 하모니가 훌륭하게 구축된 고전미 넘친 작품을 남기게 된다.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서정적이고 우아한 선율이 담긴 전형적인 세레나데 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은인이자 모스크바 음악원장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도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극찬하였다. 성격상 그의 음악에는 항상 깊은 애수와 어두운 면이 감돌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진중한 선율과 깊고 서정적인 분위기는 그의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다.

때로는 몽상적이고 서정적인 정열을 겸해 극히 세련되었고 비교적 러시아적 체취가 적어 그의 서구적 일면을 대표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어로 저녁을 뜻하는 `sera'와 옥외에서 라는 뜻의 `al sereno'에 그 어원을 둔 `세레나데'는 기악과 성악 모두에 적용되는 음악양식이다.

이런 배경으로 `세레나데'는 원래 어둠이 깔리고 난 후 연인의 창가에서 부드럽고 감미롭게 불렀던 로맨틱한 연가를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사가 없는 관현악 작품의 제목에도 사용되었는데, 서정적이면서 우아한 선율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차이코프스키 외에도 모차르트, 엘가, 드보르작 등 여러 작곡가의 작품이 있다.

1880년 겨울 완성된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각 악장마다 차이코프스키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전 4악장 구성이며, 그 유명한 제2악장의 왈츠와 차이코프스키다운 우수를 느끼게 하는 제3악장의 엘레지, 제4악장에서는 그의 〈러시아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작품은 현악사중주곡에 콘트라베이스를 첨가한 현악 오성부의 작품이다. 평소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차이코프스키가 그의 절대적인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확신이 일러주는 대로 `세레나데'를 작곡했습니다. 이 작품은 나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감성들을 모두 담고 있으며, 음악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라며 확신을 가지고 작곡했다는 강한 표현을 쓸 정도로 스스로도 마음에 흡족해 했던 작품이다.

△제1악장 Pezzo in forma di Sonatina: Andante non troppo - Allegro moderato 아주 소박하면서도 기품 넘치는 선율을 현의 유니슨으로 시작하는데, 이 주제가 점점 발전되면서 드라마틱한 변화들을 일구어내고 있다. 차이코프스키만의 극적인 멜로디, 선명하고 정제된 현의 향연, 지극히 서정적이고 우아함의 극치를 달린다.

△제2악장 Waltz: Moderato, tempo di valse 우아한 백조처럼 왈츠를 추는 발레리나의 모습이 연상된다. 발레보다 더 역동적인 리듬과 아름다운 왈츠풍의 리듬이 감미롭고 흥겨워진다.

△제3악장 Elegie: Larghetto elegiaco 슬래브의 정취가 듬뿍 묻어나는 무뚝뚝한 토속 선율에 모차르트시대의 음악의 화려함을 덧씌워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찬란한 슬픔'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가'를 노래한 악곡으로 그에 걸맞게 아름답고 슬픈 곡의 느낌이다.

△제4악장 Finale(Tema russo): Andante - Allegro con spirito 두 개의 민요 선율이 주제를 이루고 있고, 첫 악장에서 들려주었던 주제를 마지막 악장의 두 번째 주제로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인 통일성을 강조하는 한편, 장대하면서도 우아한 코다를 강조하고 있다. 비탄에 잠겼지만 이내 환희와 희열을 맛보는 듯한 화려한 음색으로 발전하며 마지막을 장식한다.

■들을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0); 게오르규 솔티(지휘),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58); 오르페우스 쳄버 오케스트라(DG, 1986); 콜린 데이비스(지휘), 바이에른 방송 오케스트라(Philips, 1986)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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