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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브루크너 〈테 데움〉
안톤 브루크너 〈테 데움〉
  • 의사신문
  • 승인 2014.01.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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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50〉

■바그너를 위한 위대한 찬미가

`당신은 하느님, 우리는 당신을 찬양 하나이다'로 시작해서 `주여, 우리의 희망은 당신 안에 있사오니, 우리의 희망은 헛되지 않을 것이옵니다'로 끝을 맺는 `거룩한 삼위일체 찬미가'인 〈테 데움〉은 31개의 시구로 이루어져 있다. 가톨릭교회와 성공회에서 성무일과 기도로 사용되며 축일 예배 중 마지막에 부르는 찬송가로 사제서품식, 대관식, 축제일에 많이 불린다.

브루크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만큼 교향곡 못지않게 많은 교회음악 작품을 남겼다. 6개의 미사곡과 하나의 진혼미사곡, 수많은 시편 곡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곡을 뽑으라면 역시 〈테 데움〉이다. 브루크너의 〈테 데움〉은 19세기 후반 독일 교회음악 중 최고의 곡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 힘차고 감동적인 작품은 신앙심 깊은 그의 작품답게 경건한 감정으로 가득하다.

브루크너는 이 곡의 초연이 끝난 후인 1885년 5월 음악학자 헤르만 레비에게 쓴 편지에서 “이 곡을 빈에서 극복한 그토록 많은 고통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하느님께 바쳤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음악가로서의 경험이 아닌 자신 내면의 지극히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갈등을 말해준다. “하느님께서 마지막 날에 저를 부르시고 당신께서 주신 재능으로 제가 무엇을 했는지 물으신다면 저는 하느님께 이 작품을 바치며 그의 자비로운 심판을 바랄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신실한 신앙심과 더불어 이 곡에 대한 애착심을 나타내고 있다.

브루크너의 〈테 데움〉은 바그너의 얼마 남지 않은 생의 소식을 듣고 작곡을 시작한 곡으로, 이 곡을 `바그너를 위한 찬송'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브루크너는 1896년 72세의 생을 마감할 때 마지막 교향곡이 된 제9번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미완성으로 남겨둔 4악장 대신 이 〈테 데움〉을 연주해도 좋다고 유언했다. 교향곡 제9번 연주 시 4악장에서 〈테 데움〉을 연주하면 두 곡은 전혀 다른 곡처럼 전개되어 오히려 두 작품 모두 장엄함과 종교적 숭고함의 감흥을 퇴색시켜 그 이후 함께 연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웅대한 스케일을 지닌 〈테 데움〉은 모두 5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 부분을 따로 떼어 연주할 수는 없고 바그너 음악처럼 유도 동기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제1곡에서 나타나는 동기가 제4곡이나 제5곡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정교한 작곡기법과 중요한 찬양 단어들의 반복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그의 깊은 신앙심이다. 이러한 측면은 그의 다른 미사곡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웅대함, 화려함과 그 신비한 선율 등은 이 곡에 견줄만한 작품을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제1곡 [Te Deum Laudamus] Allegro moderato `바그너를 위한 위대한 찬미가'라고 할 정도로 처음부터 장엄한 스케일의 합창이 등장과 함께 브루크너 음악의 전형적인 특징 중의 하나인 현악기 트레몰로의 지속음이 나타난다. 종교적 숭고함은 거대한 스케일로 합창과 오케스트라와 솔로의 극적인 대비가 뚜렷하고 종교적인 깊이가 한층 더 하다.

△제2곡 [Te ergo quaesumus] Moderato 경건하고 풍부한 테너의 솔로로 시작된다. 비올라는 불안과 초조를 나타내는 듯하며 금관은 오르간적인 울림을 만드는 효과를 나타내면서 바이올린 솔로와 테너 선율이 수려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제3곡 [Aeterna fac cum Sanctis tuis] Allegro moderato 힘차고 장엄하면서 격정적인 합창이 진행되다가 점점 속도를 늦춰 동경과 호소를 나타내다가 마지막 무반주 합창의 감동적인 화음으로 곡을 맺는다.

△제4곡 [Salvum fac populum tuum] Moderato 제2곡과 유사하지만 호른을 추가하면서 합창을 대비시키고 있다. 테너 솔로를 삽입한 무반주 합창은 성스러운 영원성을 표현하면서 차분하게 곡을 마친다.

△제5곡 [In te, Domine, speravi] Allegro moderato 4중창으로 시작되며 점점 악기들이 참여하고 마지막 금관이 더해지고 합창이 나타난다. 중창을 통해 주제가 확대되고 점차 고조되고 소프라노가 절정을 이루면서 간절한 기도와 함께 제1곡의 주제를 회상하며 힘차게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오이겐 요훔(지휘), 베를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65); 세르주 첼리비다케(지휘),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82);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5); 다니엘 바렌보임(지휘), 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75)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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