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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족이 된 암 발생률 지역비교
<시론> 사족이 된 암 발생률 지역비교
  • 승인 200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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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이 된 암 발생률 지역비교

 

안윤옥<서울의대 예방의학>  

 

지난 4월 27일 보건복지부(국립암센터)는 1999∼2001년 동안의 `인구 4700만명을 대상으로 산출된 세계 최초 국가암발생통계'를 생산하여 발표하였다.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연평균 10만3571명의 암환자가 발생하여 인구 10만당 연평균 발생률은 남자 247.3명, 여자 188.3명으로 산출되었으며, 우리나라 국민은 남자의 경우 75세가 될 때까지 30%가 암에 걸리고, 여자는 80세까지 20%가 암에 걸린다는 통계를 보여주었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연령층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남녀 모두 위암이 1위(남자 23.7%, 여자 16.4%)이고 남자에서 2, 3, 4, 5위는 각각 폐암, 간암, 대장암, 그리고 방광암이었으며, 여자에서는 유방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그리고 폐암이었다.  

상기한 내용은 우리나라 전국의 평균 통계치로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고서 말미에 16개 시도별 암 발생률을 비교하여 그 차이를 5등급으로 분류하여 제시하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사족(蛇足)'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하지 않아야 할 비교를 한 것이다. 언론에 발표할 때도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내용이었다고 전하고 있는데, 대구와 경북, 대전과 충남, 그리고 광주와 전남 지역이 각기 모두 2등급이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근거 없는 해석이 분분하고, 혹자는 `시 경계'가 마치 암 발생 위험의 경계선인양 억측도 자아내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매년 사망원인통계연보를 발간하고 있는데도 사망원인통계 지표(원인별 사망률)의 지역별 비교는 하지 않고 있다. 단지 사망원인별(103항목), 성별, 연령군별 사망자 수를 각 시도별로 구분하여 맨 마지막 표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암사망률(또는 암발생률)을 시간적으로 또는 지역적으로 비교하고자 할 때는, 먼저 해당 자료들이 상호 비교될 수 있는 것인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는 전문가에게는 상식에 속하는 사항이다. 통계청에서는 지역별 사망자료 상호간에 비교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  

비교성의 판단 기준은 `자료의 질적 수준'이다. 암발생(또는 사망) 통계자료의 질은 충실도(completeness or coverage rate)와 정확도(accuracy)로 가늠된다. 충실도와 정확도가 서로 비슷하다고 평가되면 비교성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암사망 자료의 충실도와 정확도가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실제 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암 사망자로 등록되는 정도(충실도에 해당)가 지역간에 차이가 크고(2002년도 우리나라 사망 자료의 전체적인 충실도는 약 89%로 WHO는 평가하고 있다), 사망원인에 대한 의사진단율(정확도에 해당함)도 지역간에 큰 차이(40.9∼98.1%)가 있다.  이번 국가암발생통계 산출에 사용한 자료의 내용을 보면 지역암등록사업이 수행되고 있는 대도시 지역과 그렇지 않은 도(道) 지역의 암등록 방법과 자료수집 방법이 크게 다른데, 이는 곧 자료의 질이 다르다는 것을 표시한다. 예를 들어 2001년도 암 발생자 수는 2000년보다 8892명이나 많았다. 이는 2000년도 발생자 수의 8.9%에 해당하는데, 일년 사이에 암 발생이 그렇게 많이 증가했다고 보기는 힘들고 암발생자 등록의 충실도가 향상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나라 전체의 암등록 충실도가 향상되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으나 충실도가 지역별로 비슷비슷한 수준이 되었다는 근거 자료는 없다. 오히려 앞서 사망자료의 경우와 같이 암등록 충실도가 지역별로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는 자료들은 있다. 요컨대, 이번에 발표한 우리나라 국가암발생통계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 전체에서 암 발생의 평균적 상황을 나타내주는 통계로서는 큰 의미가 있으나 지역간의 차이까지를 밝혀줄 수 있는 통계는 되지 못한다.  

이번의 암발생률 지역비교가 비교될 수 없는 통계지표를 당국이 실수하여 억지로 비교한 잘못된 것임을 일반 국민들은 알 턱이 없다. 그저 이유는 모르지만 대도시에 살고 있으면 시 경계 밖에 사는 것보다 암 발생 위험이 훨씬 높다는 허무맹랑한 인식만 가지게 될 뿐이다. 일반인들을 오도한 보건복지부의 실수는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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