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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시벨리우스 교향시 '핀란디아' op26
얀 시벨리우스 교향시 '핀란디아' op26
  • 의사신문
  • 승인 2009.07.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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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 선율로 핀란드 민족정신 고취

 
시벨리우스는 교향곡과 교향시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였다. 특히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핀란드적이면서 가장 훌륭한 걸작으로 평가받는 것이 바로 `핀란디아'이다. 약소국가인 핀란드는 13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러시아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애국적 저항운동이 불붙게 된 시기에 30대였던 시벨리우스는 1899년 애국찬가로 이 작품을 작곡하게 된다.

순수하게 핀란드의 국민적 기질과 정수를 음악적 어법으로 응축시켜 작곡한 이 작품의 주제는 환상적인 핀란드 특유의 민요 가락에서 차용하였고, 구조상의 균형은 거의 고전적인 절제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힘차고 강렬한 선율에서는 작곡가 자신이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19세기 초 낭만주의가 널리 퍼지자 유럽 사회에서는 인간의 본성이나 개인의 느낌과 생각이 전보다 더 존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제 예술가들은 과거에 거의 손대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작품 소재의 가장 소중한 근원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음악에서는 국민주의가, 미술에서는 사실주의가 일어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

또 하나는 정치적 국민주의의 발생이었다. 이런 국민주의 사상은 비교적 늦게 북유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즈음 시벨리우스는 최초의 핀란드 정서가 가득찬 국민적 작품을 1880년과 1890년, 이 10년 사이에 쏟아낸다. 이 작품들은 핀란드 음악을 그만의 독특한 국민적 양식으로 이룩한 것으로 이에 대한 명성은 시벨리우스만이 받을 수 있는 명예로움이 되었다.

계보 상 시벨리우스는 스웨덴의 전통 속에서 자랐지만 베를린과 비엔나에서 공부한 후 자신의 조국인 핀란드의 전통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핀란드의 민속학과 신화에 몰두하고, 역사에 흥미를 느꼈으며 자연에 대한 비범하고 예리한 이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의 풍부한 관현악적인 색채와 서정적인 선율로 국민적이고 낭만적인 양식의 강한 감정과 향수를 표현하였다. 그의 이러한 음악적 요소는 핀란드 국내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인정을 받아 32세에는 핀란드 정부로부터 종신 연금을 받게 되어 평생 동안 작곡하는데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후 그는 핀란드의 음악적 최고 권위자로 명성을 떨치게 되고 핀란드 국민음악의 대표자로서 낭만주의 음악의 최후의 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는다.

시벨리우스는 초기에는 핀란드의 국민적 서사시 `칼레발라'에서 영감을 받아 7개의 교향시를 작곡하게 되는데, 그중 `투오넬라의 백조'와 `타피올라'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투오넬라'는 핀란드의 신화 속에 나오는 죽음의 호수이며, `투오넬라의 백조'는 그 암울한 호수 위에서 한가로이 노닐며 노래하는 백조를 말한다. 백조의 선율은 음침한 잉글리쉬 호른으로 나타내고 이에 대조를 이루는 선율을 첼로로 나타내면서 명암의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핀란드 초겨울의 늦은 밤, 은은한 달빛이 비추는 호숫가에서 물위의 백조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과 함께 그 전설 속 이야기로 빠져 들어가는 듯하다.

그의 또 다른 유명한 교향시 `타피올라'는 시벨리우스 최후의 걸작이다. 그는 악보 첫 페이지에 이렇게 표제를 적어 놓았다. `북쪽 나라의 넓고 검은 숲 그 꿈같은 아름다움 속에 태고의 신비가 있다. 그 속에서 위대한 신이 살고 있고 숲 속의 정령들은 황혼이 질 때까지 노닐고 있다'

란드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에 의하면 북유럽의 숲 속에는 정령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타피오'라는 왕의 통치를 받고 있다. 그 `타피오'는 깊은 숲 속에 숨어 살고 있는데 그곳을 `타피올라'라고 부른다. 시벨리우스는 핀란드 숲 속의 정경을 신비에 찬 음악으로 묘사하고, 고국의 아름답고 수려한 자연 경관의 영상을 찬란한 관현악적인 색채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들을만한 음반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84); 말콤 서전트(지휘), 빈 필(EMI, 1961); 존 바비롤리(지휘), 할레 교향악단(EMI, 1966); 마라아 얀손스(지휘), 오슬로 필(EMI 1990); 네미 예르비(지휘), 괴텐부르크 교향악단(BIS, 1985)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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