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 '의료 한국'의 위기, 탈출구는 없나 - 총론
특집 Ⅰ : '의료 한국'의 위기, 탈출구는 없나 - 총론
  • 의사신문
  • 승인 2013.12.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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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인제대학교 백중앙의료원장>

박상근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의료전문가 자율권 박탈한 관치의료로 몰락 위기

총 론 - 시스템 붕괴 및 경영 위기의 의료계를 진단한다

1. 침몰되어가는 한국 의료 공급체제

캐나다 사스카티완에서 주정부 주도의 강압적인 메디케어 법률안이 통과되어 시행되려 하자 1962년 7월 1일부터 그 지역 의사 90%가 단합이 되어 진료를 거부하는 파업에 돌입하였다. 정부는 영국, 미국 및 타 지역 의사들을 초빙하여 필수적 진료 공백을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이 파업은 21일간 계속되다가 선택적 지정 및 의료 수가 상향 조정으로 해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료보험 도입 당시 범 의료계는 의료수가 현실화, 강제가 아닌 계약 지정제로 전환 등을 주장하며 국회앞 시위 및 지정서 반납 등 강경 대응을 하였다. 1989년 임시 국회에서는 의료계의 의견을 합리적 관점에서 충분히 반영한 국민건강보험법을 만장일치로 통과 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고 당연지정제 및 정부 주도적 관치 의료로 전환되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입법화되었다. 이것은 우리나라 의료관리체제의 대변혁이었다.

사적인 자본에 의하여 설립되어 자율적 경제 논리에 의하여 운용되어온 대다수의 병원들이 당연 지정제로 인하여 국가에 수용되었고 공적 규제에 의하여 운용되는 사실상의 공공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한 시련을 거쳐 시행된 국민건강보험법 및 시간이 경과하면서 더욱 강화되는 물리적 규제 속에서 우리나라의 병원들은 거센 풍랑속의 선박처럼 힘든 항해를 계속해 왔다. 그런데 이 같은 환경에서의 우리의 병원들은 이제는 그 한계에 도달하여 침몰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태생적으로 원가에 못 미치는 의료수가, 인건비나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낮은 수년간의 수가 인상률, 비급여 진료 부분의 억제 및 현행가의 1/3 정도의 수가로 급여화, 획일적 심사 및 진료비 삭감, 영상 수가 대폭 인하, 선택진료비 규제적 감축, 전방위적 의료기관 평가 및 각종 기준 강화로 인한 의료비용 상승 등등 세찬 폭풍이 의료계를 강타해 왔다.

2011년도 보건산업 진흥원의 통계 발표에 의하면 대학병원들의 의료 수익률이 -0.6%이었다. 병상 가동률이 90%이상이고 외래 환자가 100병상당 300여명 이상이며 중증난이도 높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0.6%의 경영손실을 본 것이다. 이것은 물론 의료 외적인 수입까지 다 포함 되어 산출된 결과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합리적 병원경영을 기대할 수 없다. 병원경영자는 적자에서 탈출하고자 안간힘을 쓰며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다그치지만 진료업무에 극도로 시달리고 있는 일선에 있는 종사자들은 이를 납득할 수 없음으로 갈등이 생기고, 중증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분야는 힘들고 보상이 없어 외면당하고 있어 향후 의료공급체제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되며, 새로운 의료 술기를 창조하고 선진 의료를 도입할 재정적 여력이 없어 병원은 그 생명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2.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

의료 불모지인 이 땅에 서양의 선교사들로부터 도입된 서양의료가 불과 30여 년 만에 의료 선진화 대열에 이르게 된 것은 의료인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가능하였다.

선진의료를 배우기 위하여 어려운 여건에서 해외 연수를 떠나고, 새로운 의료지식을 습득하고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면서 열정적으로 수련교육에 임했으며, 자비로 국제 학회에 참석하여 최신 의료지식을 습득하고, 공익 법인으로서 사적인 재원을 다 털어 선진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최신 의료 장비를 구비하는 등 이 나라 선진 의학 기반 구축에 의료인들은 각고의 노력을 다하였다.

최근 기대수명과 건강관리 비용을 기준으로 보건의료 효용성에 대한 불룸버그 보고서에 의하면 홍콩, 싱가폴, 일본, 이스라엘, 스페인, 이태리, 오스트렐리아에 이어 한국이 8위를 차지하였다.

또한 글로벌 여론조사 기업 `입소스'가 주도한 치명적인 사고 및 심각한 질병에 대해 전문의로부터 수술·진단을 받은 경험에 대한 설문 등으로 실시한 소비자 여론통계 결과, 한국이 지난 5년간(2008∼2013) 15개 국가 중 헬스케어 시스템 발전 분야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은 거시적 의료서비스 분야와 미시적 의료서비스 분야, 환자 의료서비스 만족도에 있어서도 성장률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보건 복지부가 발표한 2013년도 OECD 건강주요 지표에 의한 우리나라의 현황을 요약해 보면 OECD 평균보다 적은 의사와 간호사가 평균보다 높은 병상수를 운용하고 진료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그에 투입된 GDP 대비 재정규모는 매우 적으며, 가계의 의료비 부담은 높았으며, 의료의 질적 부분에서는 암 치료 결과, 영유아 사망률 및 기대 여명 등이 OECD 평균 수준보다 양호하였다. 이와 같은 지표는 우리나라 의료인들이 혹독한 격무에 시달리며 그 비용은 매우 낮게 보상 받고 있지만 양질의 진료를 수행하여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지표라 하겠다.

`전 국민 강제건강보험가입 및 보험료징수, 모든 의료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의료의 공공성을 전제로 이미 오랫동안 시행해온 우리의 제도이다. 이런 기본적 틀에서 위에 언급한 효율적인 평가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볼멘 목소리가 쉼 없이 터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입자인 국민은 다달이 소정의 보험료를 지불하고도 적지 않은 본인부담 진료비를 지불해야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전체가구의 77% 이상이 민영보험까지 가입하게 되고 저소득 계층에게는 가족 중에 중증 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집안 기둥이 휘청거릴 정도로 힘들어지는 것이 현실이기에 불만이며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공급자는 숱한 법적 규제 속에 얽매어 거의 잠재적 범법자로 몰락해있다. 의료가 신뢰와 봉사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으로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계약과 노동으로 경계의 대상으로 몰락하였으며 규범과 규제는 의료소비자의 목소리에 따라 의료의 표준 형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여력의 배려는 전혀 없다. 의료수가는 원가에 못 미치는 저 수가인데다 급여기준을 적용하여 빡빡한 심사 후 삭감과 환수 조치된 진료비를 지급받고 있어 의료수입만으로는 도저히 병원경영을 할 수가 없다.

이로써 의료공급자들은 전문가로서의 자율권을 박탈당하고 심신이 지칠 정도로 밤낮 휴일 가리지 않고 많은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재정 적자로 병원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이니 좌절과 비통의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 우리 의료현실이다.

3. 의료의 생리학적 건전성에 대하여

의료의 기본적 생리는 수혜의 공공성 및 형편성과 그 내용의 변화와 발전이다. 이 생리를 건강히 보존하기 위하여서는 공정하고 적정한 비용부과와 효율적이고 적정한 분배이다. 의료의 관리는 이를 사용하고 혜택 받는 의료소비자의 몫이다.

충분한 자원으로 이를 가꾸면 양질의 선진 의료서비스를 받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으나 저 부담으로는 열악한 의료를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자원의 효율적 관리는 절제가 그 기본이다. 절제는 의료소비자가 우선시해야 할 덕목이며 의료공급자는 전문가의 양심과 의료의 기본적 이념을 바탕으로 효율성의 주도적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월적 위치의 관리자는 턱없이 적은 부담으로 최선진 의료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저런 평가와 소비자의 정돈된 큰 목소리로 그 요구수준은 급속도로 높아가고 있다. 의료공급자는 무한경쟁의 덫에 걸리어 환자중심이란 대명제하에 개혁과 무리한 투자로 수가 수준에 상회하는 공급체제 구축으로 도산의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의료인들의 희생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의료 인프라 구축
원가 못 미치는 수가·불합리한 규제 등으로 미래 불투명


의료법은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또한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과연 오늘의 의료행태가 이 목적에 부합되도록 운용되고 있는 것일까? 이 법에서 제시한 본연의 목적인 의료, 국민건강 그리고 사회보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제도가 굴러가도록 보험관리자가 구현할 때 강제징수와 당연지정제의 당위성이 보장된다.

의료는 건강과 질병의 치유 등 모든 국민의 건강한 삶과 직결되는 필수 사회국가적 기반이다. 국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가는 의료의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들의 여망과 부담의 정도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무관심과 저부담은 저수준의 의료공급을 선택하는 것이며, 적극적인 관심과 적정한 부담은 높은 수준의 양질의 의료 헤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의 생리학적 건강을 위하여 이제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여야 할 것이다.

4.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의 의료 한국

전 국민 건강보험 24년이 지난 우리의 당면 과제는 누적된 저 수가에 의한 의료공급체제 붕괴, 급격한 인구 구조의 고령화와 가파른 의료비 상승, 합리적이고 효율적 의료전달체계의 부재, 과도한 규제에 의한 의료기관 자생력 약화,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 국민 의료비 보장성 강화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닥쳐오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얽혀 나타나는 의료공급 체제의 붕괴이다.

대한병원협회가 상급 종합병원을 포함한 80곳 의료기관 표본 조사 결과 2011년도 의료 수입은 8조3757억원이고 의료비용은 8조2997억원으로 764억원의 경상 수지 적자를 기록하였고, 2012년도는 의료수입이 전년도에 비해 5.2% 증가한 8조8118억원인데 비해 의료비용은 6.4% 증가한 8조8321억원으로 1,010억원의 경상 적자를 기록하였다.

모 지방의료원이 재정 적자로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여 세간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런 국공립 병원의 적자는 수도권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소재 시립의료원들의 의료 손실은 2011년도 814억원에서 2012년도는 878억으로 7.9% 더 증가하였다.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은 2010년 2억원 적자에서 2011년 258억원 적자, 2012년 48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약 640억원의 적자가 기록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것이 중증 난이도 높은 환자들로 병실이 100% 가깝게 가동되고 의료진들이 늦은 밤까지 바쁘게 진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병원의 경영 성적표다.

정치 논리 배제한 민주적 건강보험관리 마련해야

사립대 의료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던 초대형 병원들도 대부분 적자로 병원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인원을 감축하고, 임금을 삭감하고, 저가 약품 및 치료재료를 사용하고, 신규 인원과 새로운 장비 구입을 동결하고 있다.

이런 병원 경영 수지 악화는 금년도에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7월 1일부터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가 전면적으로 확대 적용되어 중증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손실이 커질 것으로 추정되며, 4대 중증 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초음파 검사가 관행 수가의 절반 정도로 급여화 되면서 의료기관들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건강보험재정의 상당 부분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를 페지하고 급여화한다고 하니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재정 파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병원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의료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한 추정손실액은 각각 선택진료비 폐지 640억원, 상급병실 75% 확대 121억원, 4대중증 보장성 강화 306억원, 초음파 급여화 45억원, 2013년 추정의료이익 적자 640억원까지 최대 1천75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손실의 확대는 모든 대형병원에 적용되는 것이며 이에 교통 유발 부담금 인상, 지방세 부과, 임상 연구비 세금 추징, 전기사용료 인상 등 병원이 부담하여야 할 비용이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와 병원들을 무너뜨려 버릴 것이다. 이 나라 의료 공급 체제가 총체적으로 무너져 나갈 것이다.

근래에 이태리 의사들이 생존권 수호를 위하여 국회 앞에서 대대적인 농성을 벌였다. 우리도 이제 깜깜한 터널을 벗어나 이 나라 의료공급체제 생존을 위하여 특단의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될지 모르겠다.


의료비용 전면 재검토, 적정수가 산출·의료전달체계 정비
국민적 합의 바탕 건보 재정 확충·운영 효율성 제고 우선


5. 탈출구는 없는가?

무너져 가는 의료체제를 바로잡기 위하여서는 부분적인 접근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 할 뿐이다. 빠른 시일 내에 큰 틀에서 총체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수가의 늪으로부터 의료공급 체제를 구출하기 위하여 정부는 보험공단 병원을 포함한 공공의료기관과 몇몇 사립병원을 대상으로 의료비용을 상세 조사하여 재 투자가 가능한 적정 수준의 의료수가를 산출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보험 재정을 마련하여 의료수가 체제의 대 개혁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중증 난이도 높은 진료과목을 기피하는 왜곡된 의료공급체계를 바로 잡고 의료기관의 건전한 경영 합리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의료수가는 인건비 및 물가상승에 연동하여 조정하는 기전을 마련하여야 한다.

취약 계층과 10년 후면 전체 의료비의 50% 가깝게 차지할 고령 환자의 의료비용에 대하여 획기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의료비 보장은 별도의 국고 재원으로 보상하고 합리적 진료체계를 별도로 구축하는 방법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 전달체계를 재정비하고 상급 종합병원이 경증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도 중증 난이도 높은 환자들의 입원치료에 전념하며 의학 연구에 매진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환자 진료 및 해외로 의료를 수출할 수 있도록 중증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 수가 인상, 연구비 지원, 각종 규제 완화 및 다 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적정한 분야별 의료 공급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의료인력 공급 방안을 수립하고 분야별 전문성과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의료 공급 장기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적 합의에 의한 일반 병실의 수준과 수가를 재조정하고 이를 통하여 과잉 공급된 병상을 적정 수준으로 구조 조정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의료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하여서는 지역별 균형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대 국민 홍보 및 선택의 자율성은 열어 놓되 선택에 따른 본인 부담을 상향 조정하는 등 문턱을 높여 수위를 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 열거한 것들이 현 의료 체제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서는 무슨 개선 방안이라 하더라도 수차례의 시뮬레이션과 점진적 진입이 필요하다.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4대 중증 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의료 공급체제의 와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형편성의 문제가 있다.

국회예산 정책처에서 2013년 10월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4대 중증질환에 치우친 보장성 강화 정책은 근본적인 의료비 부담 절감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하였다.

연간 본인부담 진료비 합계가 500만원 이상인 환자 중에서 4대 중증질환 이외의 질환을 가진 환자가 47%에 달하고,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 62.0% 보다 높은 평균 76.1%로 기타 질환에 비하여 이미 상대적으로 높은 실정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4대 중증 질환에 한정된 보장성 강화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3대 비급여를 제외한 4대 중증 질환 비급여 부분을 급여화하여 보장성을 강화하는데 2017년 도까지 8조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여기에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까지 급여권으로 진입시키기 위하여서는 엄청난 재원을 더 투입하여야 하며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서는 국민 건강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여야 한다. 선택한 사람들이 추가 부담하는 비용을 전 국민에게 획일적으로 부가시키는 것을 국민들이 선뜩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를 갑자기 없애는 것은 의료 전달체제의 대혼란과 쏠림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다. 따라서 선택 진료비와 상급 병실료는 추후 재논의하고 4대 중증 질환외의 고액 본인 부담 비급여 부분을 우선적으로 급여화하여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 민주적인 절차일 것이다.

의료를 민간재가 아닌 공공재로 보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본적 복지 후생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국가에서는 정부가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건강보험을 운용체제로 도입하고 있으나 사실상 국민건강보장제도에 가깝다. 그간 우리나라는 이러한 제도의 저 부담 고효율의 보건의료체제를 운용해 왔으나 이제 그 한계에 이른 것 같다. 태생적으로 미숙아로부터 시작된 보험재정을 30여세의 건강한 장년으로 성장시키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내적 건강상의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보험재정은 아직도 OECD 평균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률 또한 평균 수준이하이다. 정치적 논리를 벗어난 보험재정의 확충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합리적인 보장성 확대가 우선되어야 한다.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의 견실한 지속 발전을 위하여서는 정치적 논리와 상명하달 식 통제에 의한 지배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건강관리라는 국가적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 정부와 보험자 그리고 의료공급자가 함께 한 마음이 되어 양질의 의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민주적 건강보험관리체제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보험재정의 효율적 운용 및 적정 분배에 대하여 의료공급자들도 대승적으로 그 한 축의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위기에 처한 의료호가 몰아치는 폭풍과 넘실거리는 파도를 넘기 위하여 날씨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함께 타고 배의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승무원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일사분란하게 최선을 다하여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이 깜깜한 폭풍의 시련을 벗어나 찬란한 태양아래 잔잔한 푸른 바다를 당당히 항해해 나갈 그날을 맞이하여야 할 것이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인제대학교 백중앙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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