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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Ⅱ : '빅 데이터'를 말한다 - "사막 매장된 유전같아…이젠 발굴·가공할 시기"
특집 Ⅱ : '빅 데이터'를 말한다 - "사막 매장된 유전같아…이젠 발굴·가공할 시기"
  • 의사신문
  • 승인 2013.12.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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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의학박사, 연세의대 안과학 교실,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

김성수 의학박사
총 론 - 대한민국은 빅데이터 열풍,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빅데이터는 매우 큰 용량(Big Volume)을 가지고, 빠른 속도로 변화(Big Velocity)하며, 너무나 다양한 분석 변수(Big Variety)를 가져서 수집, 저장, 관리, 분석하기 어려운 데이터(3-V)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의료정보화 사업과 더불어 대한민국 헬스케어 빅데이터의 구축은 시작되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디지털영상자료조회시스템과 처방전달 시스템, 2005년부터의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도입을 시작으로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1차 의료기관까지도 전산화된 의무기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건강보험 처리과정까지 완전히 전산화가 이루어져 접수, 진료 및 보험 지불 전 과정이 전산화되어 신속하게 처리되는 세계최고의 대한민국의 의료정보화 시스템은 운영 과정에서 큰 규모의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계속 축적하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활용되지 않고 단순히 쌓여만 가는 큰 사이즈의 데이터는 유지보수 비용만 잡아 먹는 폐품에 불과하다. 재활용 자원과 마찬가지로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이를 활용해서 만들어내는 가치(Value)이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의 대표적인 가치는 근거와 경향을 밝혀내는 것이다. 그리고 근거와 경향을 밝혀 내는 연구과정 자체가 중요한 지식 가치를 가진다. 즉 새로운 근거와 경향을 밝혀 내고 예측 모델을 만들어 새로운 사업을 창조해내는 기본이 된다. 느낌으로 될 것 같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운에 맡기는 비즈니스가 아닌 큰 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근거와 그 미래를 예측하여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서 진행하는 사업모델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를 분석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사업모델이다.

의료정보 빅데이터는 매우 큰 잠재력을 가진 가치 있는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대한민국의 발전된 정보통신 환경 아래에서 인증된 전문가인 의료인이 직접 기록, 관리하는 데이터로서 신뢰성이 크고, 다양한 진단 검사 장비의 결과가 대부분 전산자료로 축적되어 있다. 게다가 단일 국가 의료보험 시스템에 집중되는 데이터, 그리고 이와 연결되는 국가, 사회 및 경제 분야 공공 빅데이터와의 결합을 통해 막대한 지적 자산으로 성장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형 병원들은 10년 가까운 의료정보화 시스템을 운영 경험을 통해 각각 수백만 명의 의료데이터를 보관, 운영하고 있다. 정보통신 선진국의 하나인 핀란드의 인구가 약 530만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미 우리나라는 헬스케어 빅데이터 일부 대형병원은 웬만한 나라 전체인구의 의료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사막에 매장되어 있는 거대 유전과 같이 개발을 기다리는 빅데이터 자원을 우리나라 의료계는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제 누가 채굴을 시작하고, 가공하고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다.


세계 최다 의료 빅데이터 이미 보유 새로운 사업 창조 기회
개인정보 보호와 부족한 분석 인프라 해결 위한 노력 필요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첫째, 의료정보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하기 때문에 그 활용과 보관에 대해 법의 제한을 받는다.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제일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을 가진 나라로 아직 의료정보 데이터는 진료와 관련 연구 이외의 분야에서 활용되기에 높은 법적인 장벽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둘째, 헬스케어 빅데이터는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복잡한 분석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의 분석 기법 및 적극적인 하드웨어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텍스트나 숫자 기반의 정형 데이터뿐 아니라 영상자료 등 비정형 데이터도 활용하려면 일반적인 의료정보화 시스템과는 다른 데이터베이스 시스템도 요구된다. 점차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의료기관들은 의료정보 시스템의 운영비용에도 큰 부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헬스케어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자발적인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따라서 다양한 사업주체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기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셋째,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현실적인 가치로 실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빅데이터로 만들어진 지적 자산을 실물자산으로 만들어 내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의료-정보통신 융합산업은 물론 금융, 유통, 컨설팅 및 마케팅 등 다양한 산업이 참여하여 새로운 개념의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최근 정부가 지원하는 바이오-헬스케어-정보통신 융합산업을 위해 필수적인 자원이 바로 헬스케어 빅데이터에서 창조되는 지식자산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과 육성 정책이 필수적이다. 헬스케어 빅데이터 관련 사업은 이제 겨우 시작되는 단계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부존 자원인 대한민국의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발굴-처리-활용하여 창조적인 신지식 산업을 주도한다면 아직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도 이루지 못한 새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이를 위한 의료계-산업계-정부, 그리고 우리사회의 총의(總意, consensus)는 조건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된다. 거대한 유전이 매장된 사막의 유목민이 될 지 창의적인 개발자가 될지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김성수 <의학박사, 연세의대 안과학 교실,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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