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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온증, 더운물 등 급격 체온변화는 뇌졸중 위험 초래
저체온증, 더운물 등 급격 체온변화는 뇌졸중 위험 초래
  • 의사신문
  • 승인 2013.11.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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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구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의사신문-서울시의사산악회 공동기획
`의사 산악인들이 들려주는 건강한 산행의 모든 것' 〈12-1〉

박홍구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한 달 정도의 여정으로 히말라야 라운딩을 떠난 친구가 이른 귀국을 알려온다.

직업상의 직감이랄까. 순간 긴장이 된다. 친구는 평소 성격대로 대수롭지 않은 듯

“발에 물집이 잡혔어. 동상 걸린 것 같아. 그래서 며칠 앞당겨 돌아왔어”

늦은 시간이라 다음날 만나기로 하고 곰곰이 생각을 해 본다. 일정을 당겨 귀국을 할 정도면 분명 문제는 심각할 터 인데 순간 등산 다큐물에 나오는 상처 부위가 검게 변하는 최악의 경우들이 뇌리를 스친다.

다음날 진료실에서 만나니 왼쪽 엄지발가락에 푸르게 물집이 잡혀 있으며 이미 증세는 심상치 않았다. 발가락은 우리 신체 중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평상시에도 혈류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곳이며 또한 피부는 두텁지만 피하 층이 얇고 뼈와 맞닿아 있어 한번 증상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다.

2월, 그 때부터 시작한 치료는 발톱이 빠지며 물집이 잡혔던 피부가 탈락한다. 이어 엄지발가락 말단부가 검게 변하는 괴사가 발생하였으나 다행히 이차감염증 등이 생기지 않아 발가락을 절단하지 않고 약간의 연 조직 제거 후 피부이식 만으로 9월 말 쯤 약 7개월간의 긴 치료로 다행스럽게 거의 원형으로 돌아왔다. 7개월간의 치료과정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힘듦과 치료하는 나 또한 치료 방침을 정하기가 어려운 혼돈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주 5일 근무 또는 웰빙 탓인지 등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요즈음 마치 패션쇼를 하듯이 알록달록 한 등산복으로 산을 누비면서 등산의 무서움을 모르고 너무 안이한 생각으로 산행을 하는 것 같아 이제 겨울 눈 산행 시즌도 다가오니 계절적인 기온의 변화 탓으로 생길 수 있는 병과 또한 그것들의 예방 및 간단 처치에 대한 것을 정리해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상'은 겨울철 발생할 수 있는 추위에 의한 신체 손상의 하나로, 전신적인 한랭 손상으로는 저체온증을 들 수 있으며 국소적인 한랭 손상으로 물이 어는 온도인 빙점 이상에서 주위 온도에 간헐적이거나 만성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인 동창과 물이 어는 온도 아래에서 발생하는 동상이 있지만 보통은 따로 구분하지 않고 흔히 동상이라고 부른다.


(1) 저체온증(체온 저하) (Hypothermia) 이란

■정의

체온이 일정한 범위 이하(섭씨 35도)로 떨어진 경우를 말한다. 저온 질환(低溫疾患)이라고도 한다.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37.0도의 범위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더위나 추위에 대하여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자체 방어 기전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신체가 추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방어 기전이 억제되어 체온이 떨어진다.

즉 몸에서 생성되는 열보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는 열이 더 많을 때 발생하게 된다. 보통 습하고 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노출 되었을 때 발생하기 쉽지만 일교차가 크거나 평지와의 온도차가 큰 높은 산 정상에 오를 때에도 발생할 수 있다.

-반드시 추운 겨울 계절만이 아닌 사시사철 여름에도 일기가 나쁘거나 여건이 좋지 않으면 발생 할 수 있다. 예로서 1968년 10월 26일 십이선녀탕 계곡 산악회 조난사고 그리고 2009년 7월 16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다이세츠잔(大雪山)계 토무라우시산(2141m)의 조난사고 시 동사한 등산객 7명 전원이 방한. 방풍기능이 낮은 윈드브레카(바람을 막아주는 방풍용 자켓)정도의 가벼운 복장이었으며 또 다른 사망한 가이드 1명은 방한기능이 있는 자켓이었지만 저 체온증으로 사망하였다. 한편 생존한 10명은 전원이 강한 비에 장시간 노출되어도 젖지 않고 방한기능도 있는 자켓을 입고 있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증상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신체가 체온을 조절하고 체열을 생성하는 방어 기전의 기능을 상실한다. 저체온증이 생기면 우선 저온에 가장 약한 중추신경에 영향을 미쳐 말이 불분명해지며 전신의 권태, 무력감,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졸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세가 더욱 심해지면 추위에 무감각해지고, 사고력이 저하되고, 의식이 혼미해지고, 환청이나 환시 등이 나타나며 때로는 광란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직장(直腸)의 체온이 30도 이하가 되면 전신의 기능이 급속히 저하되고 동공이 열려 빛에 대한 반응이 거의 사라지며 호흡정지, 심장정지 상태에 빠진다. 이것을 저체온증의 최악의 결과인 동사(凍死)라고 한다. 증상이 나타나고 사망에 이르기까지는 2시간(최소) 정도 밖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응급처치

저체온증이 발생한 경우 환자를 따뜻한 곳으로 옮기고 젖은 옷은 마른 옷(담요)으로 갈아 입혀 주어야 한다. 그리고 따뜻한 음료(알콜, 카페인이 함유되지 않은 음료)를 계속 소량씩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찬바람을 막아주며 전신을 마사지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갑자기 몸을 뜨겁게 하면 급격한 체온변화(환자를 더운물에 넣는 등)로 인해 신체가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몸을 천천히 녹여주는 것이 중요(외부 체온이 급상승하면 차가운 피가 심장과 뇌로 빠르게 몰리게 되므로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어 1시간에 1도 정도씩 체온을 올리는 것이 좋음)하며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병원으로 후송하여야 한다. 그러나 겨울 산이나 폭풍이 몰아치는 산에서는 어지간히 조건이 좋은 피난장소가 없는 한 이와 같은 응급처치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방법

등산 시에는 땀 흡수, 발산이 잘되는 소재의 의류나 장비를 착용하여야 하며 두꺼운 옷 한 벌 보다는 가벼운 옷을 여러 벌 껴입는 것이 좋다.

젖은 옷은 마른 옷을 입고 있을 때 보다 수백 배 정도나 몸의 열을 빠르게 빼앗아 가기 때문에 비나 눈에 옷이 젖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체온유지를 위하여 특히 모자, 목보호대, 장갑, 기능성 의류 등을 꼭 갖춰 입어야 한다.

알코올은 몸의 열을 더 빨리 잃게 하기 때문에 추위 속에서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열량이 높은 간식과 따뜻한 음료를 섭취하는 것도 저체온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2) 동상(frostbite)

추운 환경에 노출된 기간, 습도, 통풍, 기압, 피복, 신체의 의학적 상태(당뇨, 동맥경화 .갑상선질환 같은 전신 소모성 질환) 동상의 발생에 연관된다. 인체는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신체의 중심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대응 작용을 하게 된다.

즉, 말단 부위가 추운 환경에 드러나면 말초부위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이 우회해 체온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 결과 말단 부위의 손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동상이다.

말초의 한랭 손상은 동결 손상과 비동결 손상(빙점이상의 온도와 습기가 높은 상태에서 발생)을 모두 포함하는데, 이것은 전신적인 저체온증과 함께 혹은 독립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동결 손상의 대표적인 예는 동상(frostbite)이 있고, 비 동결 손상의 대표적인 예는 동창(chilblains)이 있다.

■원인

동상의 발생은 두 가지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냉동 전 단계에서는 신체 부위가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피부의 표피층의 온도가 떨어지고, 조직의 온도가 10℃ 이하로 떨어지면 피부의 감각이 소실된다.

온도가 낮아지면서 혈액의 점도는 증가하게 되고, 한편으로 노출된 부위의 혈관이 수축하고 혈장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와 조직 부종이 발생한다.

두 번째, 냉동 단계에서는 주변 환경의 온도가 더 떨어지게 되면 조직액이 동결되면서 얼음 결정을 형성하게 되고 조직 내의 삼투압을 증가시켜 세포내의 수분을 세포 밖으로 이동시켜 세포의 탈수를 일으키게 된다.

세포의 탈수는 세포내의 삼투압을 더욱 증가시키고 세포의 괴사를 초래하게 되며 주위 모세혈관의 세포 손상으로 혈액의 저류 및 혈류의 차단이 발생한다.

혈류가 차단됨으로써 혈관 내의 세포들은 응고되고 혈관 내 혈전을 형성해 조직의 허혈성 손상이 점차 진행하게 된다.

한랭 손상을 받았던 조직이 재 가온되면 혈류가 차단되었던 부분의 혈류가 다시 증가하게 되고 손상된 혈관내피세포로 인해 조직 부종이 더 심화되게 된다.

박홍구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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