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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로메오 이야기<3>
알파로메오 이야기<3>
  • 의사신문
  • 승인 2009.07.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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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적 레이서 배출한 모터스포츠의 전설

BBC TV Topgear의 프로그램 진행자 제레미 클락손(Jeremy Clarkson)은 영향력이 큰 자동차 평론가다. 잡지의 글로 쓰는 평가와는 달리 이 프로는 TV로 방영된다. 인기도 높다. 차에 대한 제레미의 주관적인 평가는 사람들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이 프로에서 다루지 않은 중요한 차종은 거의 없다. 차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라면 제레미가 진행하거나 다른 동료들이 진행하는 탑기어의 비디오 클립들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좋은 차들도 비평을 피해가지 못한다. 때로는 신랄한 정도가 지나칠 정도다. 어떤 차들은 차라리 세탁기에 바퀴를 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풍자도 받았다. 악의는 없었겠지만 그 차는 우리나라의 차였다. 하지만 악평과는 달리 판매는 예상외로 선전했다. 상업적인 차와 재미있는 차는 분명히 다르겠지만 우리나라는 팔지 않으면 안 되는 나라다.

자동차라는 것이 사람들에 감동을 줄 수 없다면 성능이 좋더라도 이 평론가에게 결코 좋은 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하나의 예로 예전의 닛산 350z이라는 스포츠카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차종이었는데 이 평론가는 예외적으로 C- 이하의 점수를 주었다. 차의 혁신과 성능은 A+를 주어도 충분한 수준이라는 것이 당시의 분위기였다. 수치상으로나 스펙으로는 A+를 넘었다.

차의 주행감성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혹평에도 불구하고 Topgear는 2004년도 Top Gear Magazine Car of the year award 를 수여했다. 그리고 350z은 그 해의 자동차상을 휩쓸었다. 나홀로 비평에는 상당한 각오가 필요했을 것이 분명하다.

제레미는 알파로메오의 심각한 팬이다. 이 변덕스러운 평론가는 알파로메에 대해서는 아주 평가가 후해서“알파의 스타일링은 결코 틀리는 법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 평가는 BMW M3와 알파로메오 164를 비교 주행한 후에 한 이야기다. 물론 속도는 M3가 더 빨랐다. 그러나 차가 반드시 빠른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주행 질감이나 감성은 속도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수치를 넘어서 주관적인 그 무엇인가가 차에 남아있는 것이다(아무리 논란을 거듭해도 이 문제는 논쟁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지난번에 적었던 도쿠다이지 아리쓰네 역시 알파로메오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사실은 팬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톱기어의 리뷰페이지는 http://www.topgear.com/uk/car-reviews에 있고 알파로메오는 스펠링상 맨 앞에 있다. 차종 리뷰의 맨 앞에 보면 바로 신랄한 글이 시작된다. 오류가 있을 것 같은 해석은 다음과 같다:

“애호가들이 알파를 사랑하기는 쉽다. 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이탈리아인이 이국적인 섬세함과 아름다운 보석으로 장식한 느낌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성냥곽 만한 캐빈과 빨래판을 타는 것 같은 주행감, 해파리 같이 느껴지는 핸들링 그리고 갑갑한 시야를 만난다. 그러니 이 차는 결국 오로지 사랑해야 한다”

요즘의 알파로메오는 수치상으로는 일본차와 독일의 차들에게 밀린다. 우리나라의 요즘 차들의 출력에도 밀린다. 2.0 트윈캠 엔진은 NF 소나타의 세타 엔진보다 수치상 마력이 작게 나온다. 엔진도 몇 종류 없으며 후광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차종도 없다. 엔진도 설계된 지 수 십년 되는 트윈스파크와 V6가 주력이었다. 그러니 가격은 성능에 비해서는 비싸다.

러나 알파로메오는 기나긴 모터스포츠의 역사를 갖고 있고 기술과 디자인을 선도했다. 이미 1914년에 DOHC 엔진을 만들었던 회사다. BMW도 알파에 대해서는 한동안 기를 펴지 못했다. BMW의 엔진들이 알파로메오를 넘어선 것은 불과 얼마 전이다. 알파로메오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메이커다. 아직까지 단독으로 수입하는 딜러도 없다. 하지만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지난 1997년 `가장 갖고 싶은 차 1위'에 선정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메이커였다. 이탈리아 태생으로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유럽 레이싱대회를 휩쓸었으며, 신화적인 레이서들을 배출했던 스포츠카 메이커 알파로메오는 그 자체가 전설이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는 1900년대만 해도 자동차업계의 후발주자였다. 이탈리아 혈통의 자동차업체는 1899년 설립됐던 피아트와 1906년 설립됐던 란치아가 유일했다.

알파로메오는 이런 상황에서 탄생했다. 당초 프랑스의 기업가인 알렌산더 다라크(Alexandre Darracq)가 1906년 설립한 자동차조립회사 SIAD(Societa Italiana Automobili Darracq)를 밀라노 귀족이었던 까발리에 메로시(Cavaliere Merosi, 엔지니어)와 그의 친구 안또니오 산또니(Antonio Santoni)가 인수하면서 `롬바르다 자동차 제작 주식회사(Anonima Lombarda Fabrica Automobili : A.L.F.A)'로 변경했다. 알파로메오의 `알파(ALFA)'가 탄생했다. FIAT가 토리노의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의 약칭인 것과 비슷한 명명법이다.(Fabbrica Italiana Automobili Torino - Italian Automobile Factory of Turin)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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