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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1] 의사회와의 만남 그리고 바람 _정인호 정책이사
[칼럼 21] 의사회와의 만남 그리고 바람 _정인호 정책이사
  • 의사신문
  • 승인 2013.10.0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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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정인호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의사면허증을 받은 이래 인턴 월급명세서에 `의사회비'라는 명목의 공제가 시작되면서 처음 의사회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수련을 받으면서 다양한 학회, 분과학회, 연구회를 접하고 활동하였으나, 의사회와의 첫 만남은 2000년 7월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진료를 시작하면서였다.

개원 하자마자 시작된 의약분업 반대투쟁으로 오후 휴진을 하면서 경희대 강당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 그나마 몇몇 회원님들 안면을 익힐 수 있는 기회였고, 이후 한 번씩 오는 회람과 회비납부 안내공문 그리고 반복되는 사무국의 전화 안내에 마지못해 나갔던 구의사회 총회, 송년회 그것이 기억의 전부다.

지난 10여년 나의 개원의 생활에 의사회는 존재감을 상실한 채 남아있었다. 나의 이런 소회가 80년대 이후 의사 대량 배출 시대의 우리 동료 의사들의 의사회에 대한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동대문구의사회 연임 총무이사 그리고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로 일하고 있는 지금에 이르러서야 우리 의사회가 급변하는 정치 사회적 환경 속에서 부당하고 편향된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고, 개선하고,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평범한 의사에게 의사회는 형식적인 단체로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지역 의사회 행사 마다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어 들러주시는 국회의원, 기관장들 앞에서 참석 회원이 적어 유권자면서도 그 세를 과시하지 못하고 왠지 위축되었던 기억, 지역의사회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대한의사협회에서 주관하였던 작년 하반기의 한마음의사가족대회나 11월의 토요 휴진과 같은 단체행동을 지원하면서 더 많은 회원의 참여에 대한 아쉬움 등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의 중요성을 절감하였다. 그러면서 지난날들을 되돌아볼 때, 나와 같은 평범한 의사들의 참여가 부족하다기 보다는 우리 의사회가 회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들이 모자라지 않았을까 반성을 해본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사회와 더불어 의사회 구성원의 중심축도 점점 젊어지고 있는 추세며, 회원들의 요구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의사회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 이제부터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이 된다. 의사회에 몸담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회원들의 권익보호와 제도개선에 열성적이셨던 동료, 선배들이 보시기에는 너무 이기적이고 사려 깊지 못하다고 느껴지실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익과 재미가 사람을 더 쉽게 움직이게 한다는 기본에 좀 더 충실해져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0만 의사들은 직역, 직무, 과, 분과에 따른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해 구심점을 만들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면 우리 회원들의 단결과 단합을 위해 의사협회가 가야할 길은 비교적 뚜렷해 보인다. 기존의 업무와 더불어 이해관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공통적인 관심사를 생산해 내는 일이 의사협회의 나아갈 길로 보인다.

그 방안의 하나로 개별 학회가 할 수 없는, 의사라면 누구나 쉽게 이용하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발굴하고 제공하여 혜택과 즐거움의 의사협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본과 4학년, 전공의 등이 진로를 고민하고 자료를 찾게 될 때 몇몇 선배들의 자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객관적 데이터를 의사협회에 가면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는 단체, 전문의가 되어 취업을 하려고 할 때 다양한 취업 자료를 얻을 수 있고, 병의원에서 새로운 인력을 충원할 때 좋은 인력을 쉽게 확보해 줄 것이라는 믿음, 개원을 준비 중인 의사에게 합리적인 통계자료와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상담역, 교직에 있거나 봉직의가 해외 연수를 준비할 때 준비과정을 문의하고 추천서를 받고 싶어 하는 협회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동호회를 발굴하고 지원하여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가진 우리 회원들이 재미있고, 여유로운 날들을 함께 할 수 있는 수단을 의사회에서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 더욱더 좋을 것 같다. 아울러 의사회의 일원이 됨으로써 다양한 편의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10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우리 의사협회가 회원들이 참여해주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회원들에게 더욱더 다가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대회원 서비스 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받아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으로 보인다. 예산상의 우려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의사회는 회원 10만 명과 그 가족을 포함하여 100만 명 이상의 구매력을 가진 거대 단체로서 그 크기에 걸맞은 회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더 충성도 높고 활동적인 회원들과 함께하는 의사협회가 되는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에 무심한 회원조차도 의사협회 홈페이지는 매일매일 방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되고, 우리 동료 의사들이 살아가면서 무엇인가 궁금하고 필요하고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의사회에 연락해봐!”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행인이 없으면 길은 만들기도 유지하기도 어렵지만, 행인이 많으면 길은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회원들의 관심과 분발을 촉구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즐겨 찾는 의사협회가 될 때 보다 더 단결되고 결집력 높은 단체로서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인호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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